칠흙같은 어둠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손발은 꽁꽁 묶여 있었고 입에는 무엇이 물려있는지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덜컹거리는 바닥, 웅웅거리는 엔진소리. 어둠말고는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흰 손이 튀어나왔다. 희고 고운 손이 목을 조여왔다. 서서히.서서히. 경수야 엄마랑 같이 가자 "허억...! 후우...후우...후..." 악몽을 꿨는지 신음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몸을 확 일으킨 경수가 이마를 짚고 호흡을 고르더니 진정이 쉽게 되지 않는 듯 떨리는 손으로 침대 옆 탁자에 놓여있는 전화기의 호출 버튼을 꾹 눌렀다. 삑- "어...찬열아 물...물 좀 한잔 가지고와" 말을 마친 경수는 덜덜 떨리는 손에 얼굴을 뭍었다. "이제 잊자...제발 잊어 도경수"
괜찮아 사랑이야
written by.비백
"제발 상담 좀 받아보시라니깐요?" "싫어. 이제 다 나았다니까?" "낫기는 개뿔 오늘 새벽에도 벌벌 떨면서 찬열아 물...물 좀 이러던 놈이 낫기는 뭐가 나아!!" "존댓말을 하던지 반말을 하던지 둘 중 하나만 하지 박비서?" "그러니까 상담 좀 받으시라고요 도이사님" 도이사님에 악센트를 주더니 문을 쾅 닫고 나가는 찬열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본 경수는 습관적으로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생각에 빠졌다. 죽마고우인 찬열이 자신을 생각해서 저러는 것을 알지만 경수도 경수 나름대로 그날의 기억을 들추고 싶지 않아서 심리치료같은 것을 피해왔었다. 물론 찬열이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 일이 있은 후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악몽이 계속 되고있는 탓에 걱정이 된 찬열이 기여코 다시 상담 얘기를 꺼내게 된 것이다. "후..." 고개를 푹 숙인체 펜을 돌린던 경수가 생각을 마쳐는지 고개를 들고는 인터폰의 버튼을 눌렀다. "네 이사님" "찬열아... 병원 스케줄 잡아" 쿵쿵 거리는 음악소리가 땅을 흔들정도로 울자 경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놈의 회사는 왜 미팅을 클럽에서 하고 지랄이야 "괜찮아?" "어...아직까지는" 어릴 적 그사건의 여파인지 쿵쿵거리는 소리나 바닥이 흔들리는 것, 어두운 곳을 싫어하는 경수를 알기에 찬열이 걱정이 됬는지 고개를 숙여 경수에게 물어왔다. 괜찮다고 대답은 했지만 여전히 껄끄러운지 주먹을 꾹 쥐고는 힘겹게 걸어가는 경수를 보며 조용히 뒤따르는 찬열이다. "도경수입니다" "아 예 김종인입니다" 경수의 찌뿌려진 미간을 힐끔 본 종인이 다리를 꼬아 앉더니 눈썹을 한번 꿈틀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클럽 싫어하시나봐요" "제 취향은 아닙니다" "그래도 온 김에 즐겨보시지 애들 좀 부를까요? 혹시 알아요? 오늘부터 그쪽 취향이 될지"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지금 회의하실 마음 없으신거 같은데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회의는 날짜 잡아서 연락 드리도록 하죠." 벙찐 체 자신을 올려다보는 종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몸을 일으킨 경수는 미련없이 룸 밖으로 나와 빠르게 클럽을 빠져나왔다. "그러게 오기를 왜 와? 처음부터 거절했었으며 됐잖아 왜 고집을 부려서는" 혀를 차며 말하는 찬열을 힐끗 쳐다 본 경수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며 입을 열었다. "됐고 담배있어?" "어 담배도 좀 끊어라 우유만 마시게 생긴게" "오늘 잔소리가 길다" 길어질것 같은 찬열의 잔소리에 찬열의 말을 자른 경수는 담배를 물며 피식웃으며 차를 향해 걸어갔다. "뭐해 안가 박비서?" "그래서 지금 못 나온다고?" '어 그렇게 됐어...미안하다 경수야 아 맞다 야!! 너 나 없다고 또 도망면 안된다? 그분 유명한 분이라 겨우 예약잡은거란말야' "시끄러 도망가긴 누가 도망가" '너 너 도경수씨 너요 바로 너. 너 저번에도 내가 집앞으로 데리러 갔을때 뭐 어디로 갔었더라? 속초? 거기를 왜 가 미친놈아!! 그때 너 때문에 내가!!' "왜 또 그얘기가 나와 그리고 미친놈이 너지 나야? 어떻게 여자친구랑 1주년을 까먹어 등신새끼야" '또 입 거칠어 진다 경수야 마음 좀 곱게쓰라니까?' "그만 나불대고 끊어 니 그 1주년 파틴지 뭔지나 준비해" '알았어 너 진짜 병원 꼭 가라!!' "알았다고 미친놈아" 끝까지 미친놈소리를 하며 쿨하게 전화를 끊은 경수가 전화통화를 하며 손가락으로 쭉쭉 폈었던 미간을 다시 구겼다. "아...시발...나 차키 없잖아" 박찬열 신발새끼 멍멍이새끼 이 세상의 새끼란 새끼는 다 갔다 붙이며 속으로 찬열을 신나게 씹으며 경수가 향하고 있는 곳은 버스정류장이였다.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인가... 고등학교때도 버스타기는 왠지 무서워 거의 걸어다녔던거 같은데...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하고 덜컹거리는 버스는 경수에게 최악의 장소였으나 꽤 먼거리에 있는 병원때문에 버스를 타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 이었다. "후..." 다시 속으로 찬열을 씹던 경수가 버스가 도착하자 바지춤에 손바닥을 문지르곤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삑- 카드를 찍은 경수가 버스를 쭉 둘러보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자리하고 있었다. 최대한 사람이 없는 쪽으로 자리를 잡을 경수가 손잡이를 꽉 잡고는 창밖만 내다보았다. 버스가 한참이나 달렸으나 아직도 일곱정거장 정도 남아있는 것을 확인한 경수는 다리에 힘이 풀릴 것 만같았다.손에서 계속 땀이나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이 자꾸만 미끄러졌다. 계속 긴장을 하고 있던 탓에 목이 말라오기 시작한 것인지 경수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목말라...사과쥬스...사과쥬스가 둥둥 떠나니네 반쯤 눈이 풀린 체로 실실웃던 경수가 앞에 서있던 여자의 손에 쥐여진 피크닉을 빼앗아 들더니 그대로 껍질을 벗겨 쭉쭉 마시기 시작했다. 피크닉이 바닥이 날때까지 마시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온 경수는 그제서야 자신의 앞에 서있는 여자가 시선에 들어왔다. 자신의 손에 꼭 쥐여져있는 피크닉을 한번 그리 고 자신의 앞에 서있는 여자를 한번 방황하던 경수의 시선이 여자에게서 멈추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죄송합" 경수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피크닉 곽을 체간 여자가 경수를 미친놈 보듯 보더니 피크닉을 양 손가락으로 들고 달랑달랑 흔들어본다. "정말 자-알 드셨네요" 헛웃음을 지으며 텅텅 빈 피크닉 곽에 비꼬듯 말을 늘린 여자가 버스 버튼을 누르더니 다음 정거장에서 미련없이 내려버렸다. 한참을 여자가 있었던 자리를 멍하니 보던 경수가 버스의 안내 방송을 듣고는 다시 인상을 찌뿌렸다. 아씨... 세 정거장이나 지나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