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억
울음을 꾹 참고있던 열린이 소리내어 엉엉울자 뒤에 서있던 가영도, 지민도 열린을 놀란듯 바라보았다.
어머니까지 주저앉아서는 열린을 바라보았고, 정국이 그런 열린이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는 어깨를 토닥여준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
열린이의 울음소리가 크게 울렸고, 그 누구도 열린을 말릴 수가 없었다.
정국의 손길로 인해 더 눈물을 보이자 가영은 생각했다.
드디어 참고있던 눈물이 터지는구나..
가영과 지민의 뒤로 선 석진이 정국과 열린을 보았다.
"……."
제 16화_
새로운 시작
간절했다. 아빠의 병이 낫기를..
지쳤다. 엄마의 한숨 소리가
터져버렸다. 긴 고난이
잊기싫다.
"……."
아빠의 헛되지 않은 죽음이.
며칠은 죽은듯이 집에서 나오지도않고 엉엉 울기만 한 것 같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엄마랑 싸우기만 했었는데.
집에 와서 아빠의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겨우 엄마와 살가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언제 내려갈 거니."
"오늘 내려가려고.. 오늘 이모 온다며."
"그래. 저녁은 먹고 갈 거니."
"응."
"그래. 너 좋아하는 소세지 반찬 해줄게."
"응. 엄마.."
"……."
"이것도 버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아빠가 갖고 있었던 mp3를 들고 엄마에게 물으니 엄마는 자신있게 '버려'라고 대답을 하려다가도
내 손에 들린 mp3를 보자마자 멈춰서서 내게 작게 말한다.
"납둬."
"……."
"내가 듣게."
"치.."
"……."
"길거리에서 들리는 노래도 듣기 싫어하는 사람이 웬 mp3를.."
그렇게 또 엄마는 내 말을 무시하며 아빠 방에서 나간다. 아빠랑 떨어져 있을 때는 몰랐는데.. 아빠가 돌아가시고나니 허전함을 느꼈다.
항상 나랑 엄마랑 싸우면 말리기 바빴던 아빠인데. 그런 아빠는 이제 없다.
내가 밟고있는 이 땅보다 더 따듯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잘 있겠지. 우리 아빠는 잘못한 거 하나없는 사람이니까.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에있는 아빠가 아끼는 물건들을 보던 엄마의 옆에 앉아서 엄마를 꼭 끌어안았다.
"엄마."
"뭐."
"아무리 미워도 난 가족이고, 딸이고, 같은 핏줄이야."
"누가 몰라 그걸?"
"그냥.. 엄마가 아무리 그렇게 짜증내고, 화내도 이해 할 수 있다구."
"지랄을 해라.."
"치.. 또 욕하네. 내 애인이 그렇게 별로야?"
"그 말 할 거면 떨어져."
"뭔 말을 못 하게 하네.."
"부회장님."
"……."
"부회장님!"
"어? 어."
"…어제부터 잠도 못 주무신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아니."
"……."
"사랑하는 사람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있으니 나까지 기가 빨려서.. 잠깐 정신을 못 차렸을 뿐이야."
"……."
"오늘도 여섯시 칼퇴근 해도 좋아. 나가봐."
"네."
석진이 그 말을 하고선 의자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사람들은 뭐가 저리 바빠서 분주할까.
누군가는 사라지고, 누군가는 열심히 돌아다니기 바쁘고.. 사람 인생 참 힘들구나.
아직도 나가지 않았는지 뒤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석진이 고갤 천천히 돌려 뒷짐을 지고 서있는 윤기를 바라보았다.
윤기가 무슨 할말이라도 있는지 가만히 서서 석진을 바라보자, 석진이 무슨 할말이라도 있냐는듯 눈썹을 움직인다.
"부회장님."
"……."
"부회장님은 좋은 분인 것 같습니다."
"민비서.. 좋은분이면 좋은분이지.. 같습니다는 뭐냐."
"그냥요. 여러모로 정말 감사해서.. 제가 어떻게.."
"감사하면! 내가 쉬라고 하면 제대로 쉬어.. 회사 신경 좀 그만 쓰고.. 알겠지?"
"……."
"대답은 바로, 크게 한다!"
"네."
"크게!"
"네."
"크기는 똑같지만 봐준다. 내가 너 아끼니까."
석진이 정말로 나가봐 하며 손을 허공에 저어보이자 윤기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방에서 나온다.
윤기는 항상 웃음이 없다. 그래서 웃는 날이 있으면 직원들끼리 며칠을 수근거리기도 한다.
손목시계를 본 윤기가 작게 웃어보였다. 4시니까.. 곧 있으면 퇴근해도 되겠네.
석진이 의자에 앉아서는 한참 멍을 때리다가도, 현진에게서 오는 전화에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겁나 빨리 받네..'현진의 차근한 목소리에 석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현진에게 말한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 내가 네 전화 한 번에 받는 거 봤냐..
"누나."
- 엉.
"……."
- 말을 해.
"나 열린씨한테 큰 잘못을 하고 있는 것 같아."
- 큰 잘못? 너 바람폈냐?
"아니."
- 그럼 뭐.
"위로를 해줘야 되는데.."
- …….
"나도 똑같은 일을 겪어 본 사람이면서.. 위로 하나 제대로 못해줬어.
- …….
"그렇게 소리내서 엉엉 우는데 다가가지도 못하고."
석진이 마른세수를 하자, 현진은 한숨을 내뱉고선 말했다.
- 너도 겪어봐서 알잖아. 그런 상황에 위로한다고 다 위로가 되는 게 아니란 거..
"……."
- 말 잘한다고 위로야? 옆에 있어서, 앞에 있어서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이 되면 그것도 위로에 포함이야.
"……."
- 쓸데없이 착한 척 그만하고.. 오늘 열린씨 맛있는 밥 거~하게 쏴.
"뭐야.. 문을 왜 이렇게 빨리 닫아?"
"……."
"저기요오~ 정국아?"
정국이 가만히 서서 허공만 바라보고있자, 희연이 카페로 들어와 정국의 눈 앞에 손을 흔들었고
정국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서 희연을 바라보자, 희연이 세상 밝게 웃어준다.
그에 웃지도 않고 희연을 바라보던 정국이 놀란 희연의 표정에 의해 조금은 작게 웃는다.
"많이 친했던 친구였어..?"
"……."
"내 애인 해피바이러스인데.. 이 정도로 힘들게 만든 거 보면 진짜 좋은 친구였나보다.."
"응."
"혹시.."
"……"
"누구야? 내가 아는 사람인가..?"
"아니. 한 번도 못봤을 거야."
"그래..? 혹시.. 길열린.."
"……."
"은.. 아니지..?"
"어떻게.."
"……."
"알아?"
"…아, 맞구나!?"
그냥.. 찍어본 건데..! 희연이 어색하게 웃자, 정국은 눈을 크게 뜬채 희연을 바라본다.
괜히 뭔가 분위기가 안 좋아질까 희연이 급히 다른 얘기를 꺼낸다.
'저녁 뭐 먹으러 갈래?' 그 말에 정국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별로 배가 안 고파..
그럼 어디갈까? 어디라도 가서 정국의 기분을 풀어주고싶은 희연은 온갖 장소들을 다 댔고, 그중에 정국의 마음을 흔든 곳은 아무것도 없다.
"오늘 약속 없어?"
"나 오늘 너랑 같이 저녁 먹으려고 했는데..!?"
"오늘은 나 혼자 좀 있고싶은데.. 내일 저녁 먹자."
"내일? 아, 그래! 그럼.. 뭐..."
"먼저 가."
"…가?"
"응. 내일 보자.. 카페 닫고 누나한테 갈게."
"나 여기 온지 5분도 안 됐는데..?"
"……."
"알았어! 나 갈게.. 전화할게!"
희연이 서운한듯 정국을 바라보다가도 정국의 표정에 힘이 없자 바로 꼬리를 내리고선 웃으며 정국에게 손을 흔든다.
혼자 카페에 남은 정국이 고갤 들어 한숨을 내쉬고선 작게 말했다.
"지금 제정신 아닐 텐데.."
한시간 뒤면 퇴근이었고, 원래 보안팀에서 일을 하던 윤기는 가끔 보안팀의 호출에 도와주러 1층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석진에게 허락을 맡고선 1층에 내려 온 윤기가 보안팀들의 얘기를 들어준다.
"아까는 2층에서 웬 눈 확! 째진 여자랑.. 곰처럼 생긴 남자랑 둘이서 한 여자를 도둑으로 몰더라니까요?
알고보니까.. 그 커플이 우리 백화점에서 도둑질을 그렇게 하던 커플인데.. 그 커플이 일부러 자기들 훔친 거 안 걸리게..
옆에있는 사람 가방에 몰래 물건을 넣고 도둑으로 몰아버린다더라구요.."
"눈이 째지고.. 곰?"
"여자는 빨간머리였고.. 남자는 거의 빡빡이었어요. 어쩌지 하다가.. 부회장님이 경찰에 넘기래서 부르기는 했다만.."
"……."
"윤기형? 왜 그래요?"
"아, 아니야."
"아무튼! 형도 참 부러워요.. 보안팀이었다가.. 부회장님 경호뛰었다가.. 지금은 경호랑 비서 같이 하니.. 솔직히 말해봐요.
둘이 설마!! 설마아아!! 그렇고 그런 사이?"
"뭐래.."
"장난은 장난으로 받아쳐주라아~"
"그냥 내가 항상 받기만하지 뭐. 급한 거래서 뭔가 했더니.. 가도 되지?"
"네! 아! 대윤그룹 회장님께서 10분 안으로 오신다고 하던데.. 들었어요?"
"응. 듣고 내려왔어."
"역시 빠르다니까.."
윤기가 보안팀 동생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주고선 발걸음을 돌려 1층 로비 문을 열었을까..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 진동 소리에 핸드폰을 꺼내보자.. 오름에게서 오는 전화이기에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받는다.
"어, 오름아."
- …….
"여보세요?"
- …흐으.
"오름아 왜 그래! 어?"
- 아파.
"……."
- 아파.. 흐으.. 빨리 와..
헐떡이는 소리에 윤기의 두 눈이 커졌다. 중요한 손님까지 오는 마당에 어디 갈 수가 없었다.
'잠깐만 금방 갈게.'
백화점 옆에 있는 수제가방 가게에서 가방을 구경하던 가영은 괜히 몇십만원으로 가방을 사서 나오기는 했지만
백화점을 보니 기분이 더러운지 표정을 구겼다.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 사과하라는 윤기를 떠올린 가영이 콧방귀를 뀌고선 혼잣말을 한다.
별 미친놈이 다 있지.. 그래! 아무렇게나 데려와서 집에 재워줄 때부터 알아봤지 내ㄱ..
"깜짝이야!!"
"저기요."
"뭐예요!?"
"제발.. 제발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뭐래.. 또 나 도둑으로 몰아갈 거면..!"
"저희 집 기억하시죠. 지금 바로 가서 집에 혼자 있는 애 좀 봐주세요. 제발.."
"…뭐래? 내가 ㅇ.."
"제발.. 제가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윤기의 처음보는 사람다운 모습에 가영은 화를 내려다가도 윤기를 당황한듯 올려다본다.
"응 석진씨."
- 왔어요?
"왔어요. 아.. 여기 오니까 한결 낫네."
- 그래요? 배는 안 고파요?
"밥 먹고 왔는데!"
-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럼.. 잠깐 볼까요? 집 앞에서.
"집 앞이요? 아, 그러면서 은근슬쩍 석진씨 집에 들어가야겠다."
- 그럼 나야 좋죠.
"아이, 참.."
- 데리러갈게요.
"벌써 끝났어요?"
- 나도 오늘 6시 칼퇴근이지롱.
"부회장 진짜.."
- 저 이주만에 6시 퇴근하는 거예요.
"네에~ 알겠습니다요."
생각보다 밝아보이는 열린이의 목소리에 안심한듯 석진이 웃으며 꺼진 핸드폰 화면을 보았다.
아, 얼른 보고싶다.. 어제 보고.. 엊그제도 봤는데 이렇게 보고싶은 건.. 만난지 얼마 안 돼서가 아니라..
딱 내 여자라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 좋아서 느껴지는 감정 같았다.
그나저나...
"……."
열린이의 앞에 쭈그리고앉아 열린을 달래주었던 정국을 떠올린 석진이 한숨을 내쉬며 또 작게 웃는다.
좋은 친구인가보네.. 별 다른 의심도 없이 좋게 생각 한 석진은 대충 퇴근 할 준비를 한다.
차를 타고 가영의 집 앞으로 온 정국이 차에서 나오지도 못한채 한참을 기다리고있다.
분명 열린을 만나러 온 게 맞는데.. 초인종을 누를 용기가, 전화를 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였다.
30분이 지나서야 긴장이 풀린 정국이 핸드폰을 꺼내들어 익숙한 번호를 쳐보았다.
연결음이 얼마 들리지않아 익숙한 열린이의 목소리가 크게도 들려온다.
- …여보세요.
"…나야."
- 알아.
"어디야..?"
- 터미널.
"잠깐 보자."
- 약속이 있어서.
"잠깐 보는 것도 안 돼? 내가 데리러 갈게."
- 안 그래도 돼.
"……."
- 나중에 시간내서 볼 수 있으면 보자.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그래.
"…그래."
- 끊을게.
"…어."
전화를 끊은 정국이 핸들에 머리를 박은채 한숨을 쉰다. 뭐가 이렇게 어려운 걸까.
한 번도 네가 이렇게 어려웠던 적이 없었는데.. 헤어지고나서.. 남이 되고나서야 네가 어려워졌다.
아니.. 원래 너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너에게 익숙해져서 그걸 잊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잘하는 짓이다.. 문가영.. 남의 집 문이나 따고있고.. 진짜.. 맘 하나는 약해서는 부탁이나 들어주고."
가영이 인상을 쓴채로 문을 열었을까.. 아이의 흐느끼는 소리에 가영이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의 방이었다.. 문고리를 잡아 돌려 문을 열었을까..
아이의 손등에선 많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아이는 가영을 보자마자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조금 아야 할 거예요~"
의사의 말에 눈 한 번 깜빡하지않고 마취주사를 맞는 아이에 가영은 그런 아이가 안쓰러운지 조금은 슬픈 표정을 하고서 아이를 내려다본다.
아프겠다.. 중얼거린 가영이 갑자기 자신의 손을 덥썩 잡는 아이의 손을 보았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자신의 큰 손을 잡는 게..
"……."
이게 뭐라고 마음이 이렇게 아플까 싶었다.
"뭐하다 다친 거야?"
"책상 모서리에.."
"조심 좀 하지.."
6시가 되자마자 무언가에 홀린듯이 석진에게 허리를 숙이고선 나가려는 윤기에 석진이 넥타이를 고쳐매며 윤기에게 말을 건다.
"뭐가 그렇게 바빠!? 무슨 일 있어!?"
"…그게."
"……."
"오름이가 다쳐서 응급실에 있거든요.그래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차 없잖아."
"네?"
"데려다줄게. 괜찮지?"
"……"
"오름이 일이라면 나도 상관해도 되잖아."
응급실 앞에 차를 세운 석진이 급히 윤기에게 가보라고 말을 했고, 윤기가 목례를 하고선 급히 차에서 내린다.
응급실에 뛰어 들어가는 것을 본 석진이 열린을 볼 생각에 신나는지 보기좋게 웃으며 차를 꺾어 터미널로 향한다.
몇십분이 지나서도 아직도 열린이의, 가영의 집 앞에 주차를 해둔 정국은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선 갈 생각으로 핸들을 잡았고..
열린이의 옆집에 익숙한 차 한대가 서자 정국이 백미러로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확인한다.
운전석에서 내리는 석진과.. 조수석에서 내리는 열린.. 뭐가 좋다고 서로 웃고있는 걸까.
정국은 계속해서 백미러로 둘을 보았다. 내리자마자 서로 껴안고서 해맑게 웃기에, 정국이 차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았을까.
"……."
입을 맞추는 둘에 정국이 문을 열지도 못한채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원래는 이런 게 맞는 건데.. 원래는 사랑을 가득 받아도 모자랄 너인데.
분명 너도 다른 사람에겐 특별하고, 새로운 사람이란 것을 잊고 있었던 내가 참 머저리같다.
낯선 남자와 입을 맞추는 너를 보니 왜 손이 다 떨려오는 것일까.
평생 나의 것일 것 같았던 너는 분명.. 없다.
백미러에 시선을 두던 정국이 시선을 돌리고선 핸들에 손을 올려 차를 움직인다.
-
-
-
-
-
예.
뭔가
다음
화에
서부
터
재밌
어질
예정
인데
용
가리
그건 제 기준입니다 헿
너무 질질끌어쬬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