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각의 모든 내용은 픽션입니다. 내 이름은 이재환, 현재 76살의 중반을 달리고 있다. 세월은 정말 많이 흘렀고 결국 내가 인지할 수 있는 문화에 대한 그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요즘 세대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사실 잘 모른다. 무슨 노래를 들으며 그 노래에 또 어떻게 춤을 추는지 말이다. 약 50년전, 음악을 했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초라하며 무지한 나의 모습에 힘이 없어진다. 한 때는 이렇게 나약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나에게도 젊음이 있었다. 비록 지금 거울로 보이는 건 형편없고 말끔하지 않은 용모이지만 나도 한 때 그 시대를 풍미하는 영향력을 가졌었다. 많은 팬들과 함께 무대를 장식하고 나, 우리가 만든 노래로 기록을 갈아 엎으며 잘 보이지 않는 정상이란 자리에 도달하려 거칠게 달렸다. 젊었으니까 가능했겠지.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련하고 웃음만 나온다. 그래도 뭘 몰라서 막 해보려고 했던 내가 대견하다. 후회는 없으니까. 그런데 그 젊음에도 후회가 남는 건 너무 많이 날 가뒀던 나다. 물론 연예계 생활이란 게 여러모로 많이 힘들다.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던 많은 동료들과 소중한 분들을 잃었으니까. 그 젊을 때의 나도 똑같이 그 고통을 겪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끊임없는 팬들의 기습방문과 통화 그 외 악성편지와 협박메세지, 돈 그리고 인간관계, 루머- 끝을 볼 수 없는 나락으로 날 이끌었던 날들이 스쳐지나간다. 그 때 참 밖에 나가길 싫어했고 인터뷰, 용기가 안 났고 미디어, 너무 두려웠다. 음악, 춤, 정체성을 잃었지. 그 끝은 시간의 흐름이었고 그렇게 난 정확히 점을 찍지도 못한 채 그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물러났다. 내가 많은 것을 배웠고 동시에 잃었던 그 현장을 그리워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까닭은 그곳, 그 시간 전부가 내 젊음이었기때문이리라. 가끔 추억해 볼 때, 그래도 조금 웃음지을 수 있게 해준 것들에 정말 감사하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난 지금보다 더 늙어있었을 것 같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아무튼, 지금 무지하고 도전 없는 나에게 내 과거. 내 젊음이란 마치 내가 사랑했던 사람같다. 내가 아니라, 내가 동경하고 이끌렸던 것 같은 것의. 스무 살의 이재환은 현실이지만 현실이라고 느껴지지않을만큼 화려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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