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히비 [11] 성규가 생각나서 도저히 일을 못하겠는 날이였다.복잡한 심경이여서 결국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책상에 엎드린 우현이 두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오랜만에 술친구로서 불러내야할 시기였다.신호음이 그리 길지않게 이어지고나서 상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여보세요,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입을 연다. " 나랑 술 한잔 하자. " - 술?웬일이야? " 그냥,좀 복잡해서.너 몇시에 퇴근해?나 8시에 끝나는데. " - 나는 7시 30분정도.그러면 너가 끝나고 우리집 앞으로 와. " 어.끊는다. " 전화를 끊고나서도 싱숭생숭한 마음에 가만히 휴대폰을 쥐다 자판기로 향하던 우현의 발걸음이 약간 머뭇거려졌다.커피,김성규가 많이 마시지말라고했었는데.비록 모습을 속였을 때의 일이였지만 괜히 신경쓰여 자꾸만 마음에 뭔가가 걸리는 느낌이였다.결국 커피를 뽑으려던 우현이 제 손바닥을 접고서 다시 사무실로 들어왔다. " 생각보다 빨리 왔네. " " 그럼 우리 회사에서 너 집까지 5분거린데 오래걸리겠냐? " " 호프집 갈까,포장마차 갈까? " 아무 말 없이 제 구두코만 보던 우현이 주위에 보이는 편의점을 생각없이 가리켰다.저기,저기 가자.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 두준이 캔맥주를 고르다 우현을 쳐다보았다.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건지 계속 멍을 때리는 그를 보며 계산대로 걸어갔다. 야,멍 때리지 좀 마.캔맥주를 우현의 이마에 갖다댄 두준이 밖으로 나와 편의점 앞에 마련되어있던 테이블에 앉았다.따라 앉는 우현을 보며 캔 입구를 땄다.술만 마시며 아무 말을 하지않는게 답답하여 아무 말이나 하란 식으로 툭 던진 말이 그런식으로 번질 줄은 몰랐다.잘은 몰랐지만 계속 저러는걸로 보아,아마도 김성규 일 때문인 듯 했다.그럴 때 빼곤 저렇게 심각했던 적이 없었기때문이였다. " 무슨 일 있어? " " 일...있기야하지. " " 김성유 때문이지? " " ...어,너가 어떻게 알아? " " 나름 성유 애인이였는데 모르겠냐. " 나름의 신선한 충격이였다.전혀 모르고있던 사실이라 입만 벙긋거리자 진짜로 몰랐었냐며 술을 마신다.그 전에도 애인이 있었을거란걸 생각 못했던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자신의 친구,더군다나 제일 가까운 친구와 사귀었을줄은 꿈에도 몰랐었다.두준이 우현의 표정을 보며 살짝 웃었다. 김성유랑 소꿉친구였고 그것때문에 성규도 알고있었어.김성규란 단어에 극하게 반응하는 그를 보며 두준이 성유의 모습을 했던 걸 우현한테 들켰다는게 떠올라 쐐기를 박아넣는 말을 하였다. " 너 성규한테 엄청 뭐라고했겠네. " " ... " " 맞구만.왜 그래,성규한테.성유같아서 좋기만한데. " 우현의 반응이 재밌어서도 있었지만 단순히 그것때문만은 아니였다.진심이 더 많이 섞여있던 말이였다.옛 연인,그리고 옛 연인의 사망을 듣고서 충격을 먹었을 때 눈 앞에 보인 김성유의 모습을 담고있던 우연히도 너무나 닮은 사람.지극히 호기심이라는 단순한 감정에서 비롯된 관심이였다. 그 말을 듣고 호기심으로 다가갔다는 생각을 우현이 못할리가 없었다.그저 자신도 모르게 나가는 주먹을 휘둘러 그를 때렸다. 무슨 생각이였을까.기억도 나지 않는다.그저 몸이 행동하는대로 행동한 것 뿐이였다.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눕히고서 그를 한번 더 때린 우현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 너가 뭔데 김성규한테서 김성유를 찾아. " " 그러는 너는? " " 뭐? " " 너도 나랑 다를게 뭐가있어,개새끼야. " 부정할 순 없었다.다 맞는 얘기는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다 틀린 얘긴 아니여서 딱히 뭐라고 반박할 수 없어 우현이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였다.간간히 앓는 소리가 들려온 것 같기도하다.눕혀져있던 몸을 일으켜 조금 터진 입가를 지긋이 누르며 서있던 두준이 우현을 일으켰다.나름 제일 친한 친구랍시고 세게는 때리지않은 것 같다.우현이 두준의 손을 잡다가 고개를 꾸벅거리며 졸기 시작했다.웬만하면 잘 취하지않던 우현이였지만 아주 가끔 이상하게 갑자기 취하기도했었다.우현의 취사 중 하나인 졸기를 보며 한숨을 내쉰 두준이 그를 일으켜 부축했다. 그를 부축하여 집까지 데려다주는 와중에도 우현은 자꾸 웅얼거렸다.자세히 귀를 기울여 들어보면 '성유야'와 '김성규' 가 번갈아가며 들리고있었다.규칙적인 새끼.두준이 우현의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서 등을 한대 내려쳤다.집이나 들어가,그런 그에게 고맙다며 손인사를 한 우현이 비틀거리며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두준이 휴대전화를 꺼내 성규의 전화번호를 바라보다 등을 돌려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여전히 성규는 일에만 집중하였다.옆에서 보는 직원들마저도 워커홀릭이냐며 물어대는게 일상이였다.그렇지만 사정이 있는 사람과 사정을 모르는 사람의 마음과 보는 눈은 달랐다.남들 눈엔 그저 잘하려고 열심히 하는걸로 보였겠지만 제 딴에는 자신의 앞자리인 우현의 눈을 피하기위해 그러는것이였다. 들키고나서 한달정도의 텀을 두고 다시 만났을 때,그 전까지만해도 깨끗이 흔적도 남지않게 잊을 수 있을 줄 알았다.막상 얼굴을 마주치면 예의 죽었던 그 설렘이 다시 살아나 두근거리기 일쑤였다. 왜 자꾸 내 앞에 보이는거야.울상을 지은 성규가 책상에 이마를 박았다.자꾸만 못 잊겠어서 괴로웠다.죄책감도 들었고 슬픔도 들어왔다.누나의 유언 한마디에 했던 일이 자신이 이렇게까지 우현에게 빠져버릴줄은 꿈에도 몰랐었기 때문이였다.아직까지도 누나의 유언을 이해할 수 없어 인상을 찌푸린 성규가 한숨을 내뱉었다. " 어머,벌써 점심시간이네.오늘 시간 되게 빠르게 간다. " " 그러네요.성규씨는 안 먹어요? " " 아...전 속이 좀 안 좋아서. " 그냥 나가고싶지않았다.모두 나가고,나가는 우현의 뒷모습까지 확인한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올랐다.건물 옥상에 사람이 자주 가지않는단걸 얼마전에 알아서 언제 한번쯤은 올라가보고싶었다.옥상 문을 열고 들어간 성규가 부는 바람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가 이내 곧 잔잔히 불어오기에 다시 인상을 폈다.아무도 없는 줄 알았건만,옥상에 저말고 또 다른 인기척이 느껴져 좌우를 살피던 성규가 살짝 놀랐다.우현이 옥상 벽에 기대고있었다. 무얼하나싶어 보다 갑자기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이려는 그를 보고서 깜짝 놀라 성큼거리며 다가간 성규가 라이터와 담배를 뺏어들었다.조금 당황한듯한 우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 다,담배피지 마세요. " " ... " " 폐암걸려서 죽고싶어요? " 그런 성규의 모습을 보며 우현이 성규의 콧잔등을 콕콕 쳤다.그러고보면 자신과 데이트할 때도 항상 몸에 나쁜것만 보면 바락거리며 징징거렸다.그 모습이 떠올라 조금 우스워져 살짝 웃고는 입을 연다. " 김사원이 내 애인이예요? " " ...네? " " 내 애인 아니니까 신경쓰지마세요. " " ...네. " 손에 쥐고있던 담배와 라이터를 주는 손을 바라보다 이내 뺏듯이 가져가고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옥상을 내려가는 그를 보고 우현이 살짝 웃었다.혼자 남은 옥상에서 더 이상 있을 가치를 못 느껴 사무실로 내려오자 텅 빈 사무실이 우현이 자리에 앉았다.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첩에 저장되어있던 성유의 사진들을 보던 우현이 소리없이 울며 중얼거렸다. " 미안해,성유야...미안해... "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고 돌아오던 성규가 우현의 말을 듣고 살짝 울먹였다.누나와 우현이 안쓰러워지는 기분이 맴돌았다. 퇴근을 하기위해 짐을 챙기던 성규의 팔이 잡혀왔다.고개를 돌리자 우현이 팔을 꽉 쥐며 말했다.할 얘기 있어.진지한 표정에 겁이 나기도했지만 거절하기가 뭐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우현을 따라 나선 성규가 포장마차로 들어가는 발걸음에 따라 걸어갔다. 딱히 술을 마시려던건 아니였지만 그게 아니면 말할 장소가 마땅한 곳이 없어 그냥 몸이 가는대로 포장마차로 향하였다.짐을 내려놓고 소주를 조금 마시며 제 앞의 우현을 바라보며 손을 꼼지락거렸다.할 말 있다면서 왜 안 말하는거야.초조함이 들자 표정에까지 드러났다.그것을 알아챈 우현이 담배를 꺼내들었다.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것을 빼앗아간다. " ...뭐하는거예요? " " 담배,몸에 나쁜거예요.아,회사 밖이니까 반말해도 되는거죠? " " ...너가 내 애인이야?아니잖아. " " 아... " 분명 낮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는데.창피해져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담배를 돌려주는 그의 팔목을 쥐어잡았다.우현이 입을 열었다. " 나는 내 애인이 나 챙겨주는게 좋지,애인 아닌사람이 챙겨주는거 싫어. " " ...그래서,우리 누나가 챙겨주면 좋겠어? " " 너가 챙겨주면 좋겠어. "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갸우뚱하던 성규가 말을 이해하고서 얼굴을 확 붉히며 들려던 고개를 다시 땅으로 처박았다.귀 끝이 달아올랐다.제 앞 소주잔에 가득 차있는 소주를 한번에 삼키며 팔을 버둥거렸다.뭐냐며 묻는 우현에 성규가 삿대질을 하였다. " 나라도 사귀면서 누나 떠올릴려고 그러는거지?내가 누나랑 닮았으니까? " " 그런거 아니야.좋아해. " " ... " " 어쩔 수 없어.죽은 네 누나한텐 나도 미안해.근데,누나랑 닮아서 좋아하는게 아니야. " " ... " " 그냥,좋아해. " 말이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테이블에 이마를 처박고 엉엉 운다.등이 들썩거려 손으로 토닥여주자 잠깐씩 고개를 들어 술을 들이키면서도 울음을 그치지않는다.휴대전화를 달라고 말하는 우현에 아무 생각없이 순순히 휴대전화를 건네준 성규가 계속 엉엉 울었다.우현이 제 전화번호를 저장하기 위해 번호를 누르고있자 자신의 번호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자기라는 낯간지러운 호칭과 함께. 웃음이 절로 나온다. " 뭐야,그 때 내가 번호 지우랬는데 안 지웠어? " " 보지 마!안 돼,보지 말라고! " " 나한테 푹 빠졌네,김성규. "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서 놀리지말라며 휴대전화를 뺏기위해 팔을 버둥거리는 성규의 이마를 꾹 누르며 이미 거하게 취해보이는 성규에 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켰다. 부축을 받으면서도 자꾸 웅얼거리는 그의 입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서 집으로 데려다준 우현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서 웃었다. 피곤해.일어나자마자 느끼는 기분이였다.부엌으로 나가 엄마가 끓여놓은 해장국을 먹으며 지끈거리는 머리에 관자놀이를 눌렀다.아픔이 수그러들자 끊겼던 어젯밤 기억이 다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생생하게 기억나는 말과 행동들에 얼굴이 붉어져 결국 해장국을 다 먹고서 화장실로 들어간 성규가 세수를 했다. 회사에 가면 마주치는게 당연했다.부끄러운 마음에 쭈뼛거리며 사무실에 들어가자 마침 복사기 앞에 서있던 우현과 눈이 마주쳐 어쩔 줄 몰라하며 입을 벙긋거렸다.자신을 보고 웃는 모습에 부끄럽고 창피해져 눈을 피했다.그러나 피할 수 없는게 있었다.자신의 자리는 우현의 앞자리였기때문에 이 따가운 시선을 자꾸만 받아야만했다. 일을 하다가도 가끔씩 느껴지는 앞자리의 시선에 부끄럽고 쑥쓰러워져 일에만 몰두하던 성규가 어느새 점심시간을 가리키는 시계바늘을 보았다.우현에게 말을 걸리기전에 피해야만했다.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챙기고 바로 밖으로 나가 편의점으로 들어가 삼각김밥을 고르며 한숨을 쉬었다.어색할 게 분명했지만 얼굴은 보고싶었고,얼굴을 보면 더 어색해질것이 뻔해 결국은 성규가 편의점 구석에서 삼각김밥을 씹어먹었다. 편의점에서 매우 소박하고 간단한 점심식사를 마치고서 어느덧 시간은 6시가 되어있었다.두시간만 있으면 퇴근시간이였다.잠시 사무실을 나간 우현에 마음을 놓으며 몰래 명수와 문자를 주고받던 성규가 갑자기 열리는 사무실문에 깜짝 놀라 휴대전화를 등 뒤로 숨겼다. " 피곤할까봐 커피 사왔어요. " " 와,최고!안그래도 목이 너무 말랐어요. " " 자.김사원은 딸기 스무디. " 아.기억하고있었구나.나름 소소한 기쁨으로 여겨져 스무디 컵을 꽉 쥐고있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우현에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해서,아하하.어색하게 웃으며 화장실을 가 손을 씻던 성규가 거울로 비춰지는 그에 식겁하였다. " 김성규씨,속 안 쓰려요? " " 네...네? " " 어제부터 나랑 사귀기로 했었잖아요.부끄럽다고 술 마셨으면서. " " ... "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에 세면대를 손으로 짚고있던 팔을 떼고서 우현의 어깨를 밀치곤 입술을 댓발 내민다.뒤돌아서 가버리려는 성규의 옆모습이 아까보다 조금은 붉어져있었다. 퇴근시간이 훌쩍 다가왔다.두시간이란 꽤 빨리 지나가는것이였다.짐을 챙기며 회사 건물 밖으로 나가버린 그를 쫓아나간 성규가 그의 옷자락을 쥐어잡았다.왜요,우현이 묻자 성규가 말했다. " 우리 진짜 사귀는거예요? " " 당연하죠.우리 오늘 이틀째예요. " " ...그러면,내일 토요일이니까 거기 가요. " " 거기? " 우리 누나 납골당.갑자기 숙연해진 분위기에 선뜻 말을 꺼낼 수 없었다.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알았어요.근데 여기 회사 밖인데. " " 아. " " 나 갈게,성규야.집 잘 들어가. " 고개를 끄덕이는 성규를 보며 우현이 차에 올라탔다. [12] 약속장소에서 만나 기다리던 성규가 차 안에서 내리는 그를 보며 조금 놀랐었다.전혀 몰랐는데 꽤나 돈 있는 집 사람이였던 것 같다.우현의 차에 올라탄 성규가 차 안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차 좋다.그 말에 웃으며 차를 출발하였다.같이 있단건 좋았지만 향하는 장소는 썩 기분이 좋은곳은 아니여서 손만 꼼지락거리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그런 심정을 모르는것이 아니기에 우현이 입을 닫았다. 우현에게 있어선 두번째로 찾아오는 납골당이였다.납골함 앞으로 걸어가 고개를 숙인 성규와 우현의 심정이 어떨지는 안 봐도 뻔했다.슬프고 힘들것이였다.먼저 입을 연 우현이 말했다. " 성유야.나 애인 생겼다. " " ... " " 미안해,너 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다른 사람 만나서. " " ... " " 근데,그 사람이 네 동생이야.네 동생이니까 이해해줄 수 있지?너가 성규 많이 아꼈다며. " 고개를 숙이며 숨 죽여서 우는 상대에 저도 따라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서둘러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정숙한 곳에서 성유의 납골함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다 말했다. " 내가 성규 잘 아낄테니까 걱정하지마. " " 누나... " 이번엔 아예 어린아이처럼 감정을 조절하지못하고 그 자리에서 엉엉 울어버리는 성규를 보며 우현이 성규를 토닥였다.죄책감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미안한 마음이 너무나도 커 차마 눈물을 그칠 수 없었다. 미안해,누나.이 남자를 좋아하게되어서. " 미안해,누나.누나 애인인데,미안해... " " ... " " 누나,나 누나 유언은 끝까지 못 지켰어.그래도 유언 조금은 지켰으니까 나,용서해줘... " 성규를 어루달래는 우현마저도 울적한 기분이 마음속에서 아까보다 더 부풀어올라 저도 따라 울었다.서로가 살짝 껴안고 추하게 울었다.눈물이 끊임없이 볼 위로 떨어지자 어느새 말라서 건조해진 볼을 매만지며 우현이 입을 열었다. " 잘 있어,김성유. " " 누나... " 겨우 그친 눈물이였는데,나오면서 다시 조금 나오려는 눈물에 눈을 비비며 휴대폰 액정은 바라보자 퉁퉁 부은 제 눈이 보여왔다.분명 같이 울었으면서 붓기가 빨리 가라앉는 편인지 멀쩡한 그의 얼굴을 보며 성규가 툴툴거렸다.제 부은 눈을 보고 웃어제끼는 우현이 미워 괜한 심술을 부렸다.웃지 말라고,그 말에 더 웃던 우현이 갑자기 성규쪽으로 몸을 기울여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어디가게,물어보자 바로 대답한다. 남산타워. 좋지않았던 그 때의 기억에 잠깐 움찔하는 그를 보며 괜찮다고 달랜 우현이 차를 몰았다.가는 내내 약간 긴장한 표정을 한 성규를 바라보며 남산타워로 향하였다.도착하자마자 케이블카를 타자며 말하는 우현에 성규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높은 곳은 무서웠기에 섣불리 탈 수 없었다.전에도 탔다가 무서워서 다리를 후들거렸는데 이번에라고 안그러겠는가. " ... " " ... " " 괜찮아,무서우면 나 잡아. " 나 잡으면 덜 무서울거야.결국 고개를 끄덕이고서 케이블카를 탄 성규가 눈을 질끈 감으며 우현의 옷을 쥐어잡았다.갑자기 깍지를 끼는 손에 당황하여 눈을 뜨자 이젠 괜찮냐며 깍지를 낀 손을 눈 앞에서 흔들어보였다.아이같은 행동에 웃음이 나와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 여기. " " 자물쇠? " " 응.여기 펜 있어. " 건네주는 펜을 받아들고서 뚜껑을 열던 성규가 입을 여는 우현을 쳐다보았다. " 이제 나랑 네 누나랑 한 자물쇠는 아무 의미 없으니까 신경쓰지말고,쓰고싶은거 써. " " ... " " 뭐해,빨리 써. " " 응. " 끄적이는 모습을 흘끔 바라보다 저도 따라 쓰기 시작했다.이런건 처음이라 두근거려서 길게쓸까하다 괜히 주책맞아보일까봐 간단하게 쓰고서 뿌듯하게 바라보던 성규를 보며 우현이 그를 건드렸다. " 걸까? " " 응.보면 안 돼. " " 싫은데. " 걸다가 눈을 돌려 성규의 자물쇠를 훔쳐보던 우현이 조금은 크게 웃었다. - 남우현♥김성규 - 우현이 웃자 발끈한 성규가 그의 것을 뺏어보았다. - 김성규 사랑하는 남우현 - " 이게 뭐야.오글거려! " " 너도 오글거리거든. " 서로 투닥거리며 자물쇠를 걸고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던 와중에 우현이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하더니 손을 들어 손가락을 접으면서 입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무얼하냐며 묻고싶었지만 워낙에 뭘 하다가 간섭하면 싫어하는 제 성격에,타인도 그럴거라 생각하고서 입을 꾹 닫았다.우현이 성규를 향해 물었다. " 너 누나보다 두살 어리지. " " 응. " " 난 네 누나보다 한살 어리고. " " 그런데? " " 그럼 내가 너보다 형이잖아! " 형이라고 부르라는 우현에 싫다며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차에 올라탄 성규가 안전벨트를 매기위해 손을 뻗다 제 손을 막는 우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왜 그래,우현이 대답했다. " 형이라고 한번만 해 봐. " " ...형. " " ... " 우현이 그를 바라보았다.조용한 차 안에서 정적이 흐르자 기분이 묘했다.혹여나 긴장하거나 두근거리고있는게 들킬까 표정도 관리해보지만 어깨를 잡아오는 손에 푸드득거리며 놀라했다. 우현이 나즈막히 입을 열었다. " 전에 공원에서 못했던거...지금 해도 돼? " " 그게 뭔데? " 제 볼을 잡아오는 손에 성규가 당황하다 입을 맞춰오는 우현에 눈을 깜빡였다.볼 위로,입술 위로 온기가 잔뜩이나 느껴져 기분이 편안해졌다.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보름달이 뜬 날 밤,그와 처음으로 키스하며 성규는 깨달았다. 남은 자의 슬픔을 덜어내기 위해 누나는 나에게 그런 유언을 한 것 아니였을까.성규가 조심히 눈을 감았다. fin. - 본편 완결입니다! 이제 번외 두개 남았으니 아직 완전 끝난건아니예요!ㅋ~ㅋ 암호닉 - 남나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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