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야, 나 출근하지 말까? "
" 또 쓸데없는 소리 한다 "
부엌에서 당근을 썰고 있는 일훈을 조심스레 뒤에서 끌어안았다.
아우 내 여자, 아 여자가 아니지, 내 남자. 누가 이렇게 예쁘래.
피식거리며 중얼거리자 일훈이가 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 시끄럽고 자리에 앉아있어 "
힝, 우리 자기 튕겨도 너무 튕겨.
먹자, 어느새 볶음밥을 뚝딱 만들어내 내 앞에 놓아주며 일훈이 말했다.
이거 먹고 얼른 출근하자. 일훈이 내 뺨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 출근하기 싫은데... "
" 왜 또 그럴까 "
자기 나름대로 무서운 표정을 짓는다고 짓는 것 같은데 내 눈엔 마냥 귀엽다.
고양이같다. 예쁜 고양이.
" 다녀와 "
" ... "
내가 뚱한 표정으로 현관 앞에 서있자
일훈이 한숨을 쉬며 내게로 다가와 내 양 볼을 잡고
촉, 하고 입에 베이비키스를 해준다.
" 잘 다녀와, 우리 애기 "
" 와, 진짜 "
너무하네, 가방을 집어던지고 일훈에게 다가가 벽으로 밀어붙였다.
왜, 왜그래. 라며 당황하다 내 속셈을 알아차린 일훈은
웃으며 에라이, 이놈아. 하며 내 가슴팍을 쳤다.
그러게 처음부터 해주면 됐잖아, 나는 씩 웃으며 일훈에게
입 맞췄고 듣기에 민망한 소리가 오가며
한참 동안이나 서로의 입술을 탐했다.
아우, 우리 자기 왜이리 달아.
" ... 그니까, 알겠냐 ? "
"...예? "
" 아오, 여태까지 뭘 쳐들은거야. "
" 그니까... "
카르엘이 대조직은 아니고 적당히 모여 있는 조직인데,
중소기업이 하나 있다고? 뭐, 뭐랬지. 카엘?카일?
" 근데 내가 거길 뭐로 들어가라요? "
아 이새끼가 진짜,
워워, 대장님 또 손버릇 나오네.
" 후.. 일반 회사원으로 들어간다고. 한마디로 낙하산이라고 너 "
" ...원래 스파이가 그래요? "
뭐? 와 우리 대장님 또 표정으로 욕한다.
아니...영화같은데서 보면 스파이는 막 변호사로도 잠입하고
경호원으로도 들어가고 되게 멋있게 하던데 난 일반 회사원으로 들어가요?
난 그런건 줄 알고 내 자기한테 집에 며칠 씩 못 들어간다고
허세 부렸는데!!
" 니가 변호사 할 머리가 되냐 "
" 아니여 "
" 그럼 경호원 할 체력은 "
" 당연히 안되져"
근데 뭘 물어봐 임마!
대장님이 소리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파일철로 내 머리를 내리쳤다.
아 왜때려요!! 소리쳤다가 한대 더 맞을 뻔 했다.
" 근데 낙하산으로는 어떻게 들어가요? "
" 위에서 알아서 하겠지 뭐
지들이 내린 지신데 그정도는 해줘야지 "
" 역시 쿨해, 대장 "
진짜 잘해야 된다 너. 대장이 내게 가까이 다가와 강조했다. 이 놈 걱정되는데, 라며 중얼거린다.
아 그럼 처음부터 나한테 시키지 말던가요!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한대 맞을 걸 알기에
물론이죠, 저만 믿으세요! 하고 큰소리를 뻥뻥 쳐버렸다.
나 잘할 수 있을까...?
성재가 나간 현관문을 한참을 바라보다 일훈이 뒤돌아선다.
거실로 걸어가 쇼파에 앉는다.
탁자에 놓여져 있는 액자에 담긴 성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쓰다듬다
사진 속 자신의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세차게 문지른다.
" 성재야... "
사진을 품에 안고 일훈이 두 다리를 끌어안고 고개를 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