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사랑을 싣고
01
아무도 없는 길가에 어제 내린 비로 인해 촉촉하게 젖은 밖을 보자 준면은 짜증났던 기분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도 비가 오려는지 아님 새벽이라 안개가 다 걷히지 않았는지 약간은 어두운 하늘 마저도 준면의 마음에 쏙 들어왔다. 정류장으로 걸어가면서도 하늘을 올려다보던 준면은 가끔씩은 잠이 부족해도 이런 것도 괜찮다라는 생각을 했다. 조용하고 정적이 흐르는 새벽은 공기마저도 상쾌해 스트레스를 풀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준면의 집에서 10분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준면은 작은 목소리로 감탄사를 뱉어냈다. 평소라면 여러 명의 학생들이 서 있어야할 정류장에는 청소를 하시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뿐 이었다.
머지않아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버스 안을 보면서 준면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올라탔다. 몇몇의 어른들만 보일뿐 버스 안 득실거리던 남학생들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원래라면 꿈도 꾸지 못할 빈 좌석도 많았다. 재빨리 자리에 앉은 준면은 기분 좋음에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짝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준면의 앞머리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오랜만에 여유로움에 멍하니 바람을 느끼던 준면은 피곤함에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피곤한 준면은 자신도 모르게 계속해서 감기는 눈을 막고 싶지만 막을 수가 없었다. 잘까말까 한참을 고민하던 준면은 아직 도착하기 위해선 30분이란 시간이 남은 걸 확인하고서는 끝내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는 잠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다음 정거장은 OO회사 건너편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OO회사 건너편입니다.'
한참을 잠에 빠져있던 준면은 갑작스럽게 누군가 자신을 흔드는 기분에 감고 있던 눈을 힘들게 떴다. 달리던 버스가 멈춰 섰지만 아직 잠에서 덜 깼는지 준면은 멍하니 두 눈을 깜박이고 있을 뿐이었다.
"OO회사에요."
자신의 앞에 서있던 남자의 말에 준면은 그제서야 멍 때리던 정신을 바로 잡고는 창문 밖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건지 문을 닫는 버스 아저씨를 보고는 준면은 쪽팔림도 잊은 체 다급하게 소리쳤다.
허겁지겁 버스에서 내린 준면은 문이 닫히는 버스 사이로 남색의 교복을 입은 한 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준면을 가만히 쳐다보던 학생은 문이 완전히 닫히고 버스가 출발하자 준면에게 살짝 손을 흔들어보였다. 한참을 그렇게 버스를 보고 있던 준면은 자신을 흔들어 깨워준 사람도, 자신에게 회사에 도착했다는 걸 알려준 사람도 그 학생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여기서 내리는거 어떻게 알았지?
당혹감에 멈춰서있던 준면은 6시를 알리는 핸드폰 알람소리에 정신을 차리고는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어라? 선배님 오늘 일찍 출근이시네요?"
자신의 부서 안으로 들어오자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찬열을 보고는 준면은 순간 놀라 벙 쪄있었다. 너...독감이라며? 듣던 말과는 달리 너무나도 쌩쌩하게 수많은 종이를 옮기는 찬열을 보면서 준면은 얼굴을 찡그렸다.
"독감이요? 아닌데...혹시 선배님 한 선배님한테 또 속으신거 아니에요?"
찬열의 말에 준면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급하게 꺼내 확인했다. 무음으로 해놓았던 핸드폰의 홀드키를 열자 화면 가운데에는 메세지 하나가 떠올랐다.
「가끔은 일찍 나가 새벽 공기를 마시는 것도 건강을 위해 참 좋은 일 같아...언제나 너의 건강을 생각하는 선배가...」
이...개자식이... 선배라고 봐줬더니...
끓어오는 분노를 핸드폰에 표출하고 있던 준면을 보있던 찬열은 자신에게 불똥이 튀기 전에 사라져야겠다며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회의실 안으로 들어 가버렸다.
"박찬열! 나 커피!!"
회의실 문을 닫자마자 들리는 준면의 고함소리에 찬열은 황급히 준면이 좋아하는 블랙커피를 타러 가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선배님 회의 준비하러 오신거면 저랑...아니에요...거의 끝나가요..."
커피를 준면의 앞에 내려놓던 찬열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초롱초롱한 눈을 한 체 준면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준면의 싸늘한 시선에 깨깽하고는 물러섰다. 새벽부터 일어나 회사에 온 준면도 불쌍하지만 현재 준면의 분노를 감당해야할 자신이 더 불쌍하다고 느끼는 찬열이었다.
"그나저나 선배님 오늘은 버스에 그 짓 안 당하셨어요?"
"오늘은 누구 때문에 새벽에 타서..."
찬열은 준면이 유일하게 그 고민을 털어 논 사람이었다. 후배이고, 어리지만 찬열은 꽤나 야무진 편이었다. 눈치도 있고, 자신이 할 말 안 할말을 가릴 줄 아는 꽤나 믿음직한 준면의 후배였다.
하긴... 학생들이 들이 그 시간에 등교할리가 없죠, 어느새 자신의 앞에 앉아 커피를 홀짝거리며 중얼거리는 찬열의 말에 준면은 아침에 버스에서 봤던 남학생을 떠올렸다. 6시도 안된 시간에 버스에 타 있던 것도 이상하지만 무엇보다 이상했던 건 바로 버스 노선이었다. 분명 자신의 회사보다 먼저 학교에 도착할 터인데 어째서 그 학생이 거기에 있었는지 준면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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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안녕하세요? 1화를 들고 찾아왔답니다?
음 자격증 시험은 망했어요 떨어질 것 같아요 가채점을 해보니 어휴 점수가;;;
암튼 즐겁게 읽어주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