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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월영 전체글ll조회 52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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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해주세요

W.황월영





















" 이사님··· 요즘 근래에 들어 안색이 많이 안 좋으십니다. "


혹,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녜요 진비서··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내 말에도 여전히 걱정되는 듯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끙끙대는 진비서였다. 괜찮다니까, 나가봐요 어서. 가뜩이나 할 일도 많을 텐데. 내가 허공에 손을 몇 번 휘적휘적대자, 발길을 돌리는 진비서였다.

" 이사님··· 요즘 잠은 잘 주무시고 계십니까? "

식사도 꼭 꼬박꼬박하시고 수면제 복용은···· 줄여보시는 게 좋으실 듯합니다.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이세요. 말을 끝으로 이사실을 나서는 진비서였다. 하·· 책상 서랍을 열어 수면제 통을 꺼내 들었다. 거의 바닥을 보여가는 약들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 어쩌지, 수민이가 서선생님한테 단단히 일러놓았을텐데··· 어떻게 구하지. 마른 얼굴을 거칠게 쓸어올렸다. 건강을 빠르게 해치는 길인걸 알기에 멀리해보려 하기도 했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약을 넘기지 않으면 밤새 뒤척여야만 했고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만 했다. 

" 너 외로워서 그런 거야, 가뜩이나 외로움 잘 타는 애가··· 애인이라도 사귀어서 집 안에 들여봐.  "

며칠 전 진서가 말한 걱정이 떠올랐다. 맞다, 나는 사람의 온기가 절실했다. 하지만 일의 특성상 애인 한 명도 쉽게 사귈 수 없었고 사랑 한 번도 쉽게 할 수 없었다. 나는 매일 밤 넓디 넓은 침대 위에 홀로 누워 조용히 외로움을 꾹꾹 삼켜내야만 했다. 내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할 수있는 내 외로움을 그 누구도 알 수 없게끔.










-










' 이사님, 박 회장님 오셨습니다. '

-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 오셨어요 "
" 오랜만이구나. "
" 건강하셨어요? "
" 에잉- 쯧쯧. 너도 참 매정하다. 얼굴 몇 번 비추는 게 그렇게도 힘들더냐 "
" 아··· 요즘 회사 일이 워낙 바빠서요 죄송해요 "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어 보였다. 작년 말, 딱 이때 즈음. 난 성년을 맞이하기 직전에 부모님, 할아버지 사이에서 거래를 하나 했다. 내가 J그룹 이사직에 아무 말 없이 앉는 대신에, 혼자 살게 해달라고. 제발 내 숨통을 적당히 조여달라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유를 달라 하는 일종의 반항이었다. 물론 바로 단호히 거절하신 세분이시지만 나는 그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반항을 했다. 끝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후계자 수업을 빼먹는 건 물론,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금세 사람을 붙여 나의 행적을 알아내신 세분이었지만 워낙 얌전했던 애가 반항을 하니 꽤나 안절부절하셨는지 끝내 허락하시는 세분이셨다. 

" 요즘, 예술 쪽에 힘쓰고 있다 들었다. "
" 네, 금융 쪽에서는 아버지가 전자 쪽에서는 큰아버지가, 식료 쪽에는 작은아버지가 잔뜩 힘쓰고 계시고·· 연예 쪽에는 현이고모, 의류패션 세희 언니, 항공 준강 오빠, 약품 쪽에 채린 언니·· 뭐 웬만해서 손 뻗을만한 게 없어서 쩔쩔맸는데 수민이가 추천해주더라고요. 요즘은 예술인의 시대 아니냐고 하면서. "
" 수민이··? 아, 그 대한병원장 손녀딸 말이냐? "
" 네. 그래서 무용단 창단 쪽에 힘쓰고 있는 중이에요. 최고의 결과로 찾아뵐게요. 기다려주세요, 할아버지. "
" 그래·· 넌 일쪽에서 항상 나를 실망시킨적이 없었으니 이번에도 역시 잘하리라 믿고 도와주마.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라. " 
" 네. "
" 아 그리고, H그룹 막내아들과의 약혼 준비는 잘되어가고 있지? "
" 아·· 네. 걱정 마세요 "
" 그래, 난 너만 믿고 이만 간다. 힘내서 몸 잘 챙기고. 열심히 하거라. "

하- 할아버지가 나가시자마자 답답했던 속을 풀어내듯 한숨을 잔뜩 푹 쉬어냈다. 정말이지, 할아버지와 한 공간에만 있어도 숨이 꽉 조여오는 듯 했다. 진비서- 나 냉수 좀 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의자에서 일어서자마자 머리가 핑- 돌듯이 닥쳐오는 어지러움에 안경을 거칠게 벗어냈다. 눈 사이를 꾹꾹 눌러 얼른 어지러움이 가시기를 바랄 뿐이었다. 정말이지, 이 생활을 계속 이어가다가는 곧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불현듯 했다.









-









황민현··· 황민현··· 연말 무용발표회를 기점으로 딱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에게서 온 연락은 단 한 통도 없었다. 내가 그날 너무 무리했나? 나도 모르게 부담을 준건 아닐까? 생각이 길어지자 괜히 속만 타들어 갔다. 연락처를 줄 생각만 했지, 받을 생각을 하지 않은 과거의 내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아··· 내가 진짜 유치하고 치사해서 이런 짓은 안 하려고 했는데···

" 진비서, 그 현대무용수 중에 황민현이라는 사람 연락처 좀 조사해줄 수 있을까요? 그 일주일 전 W그룹이 주최한 연말 무용발표회에서 공연도 했었고요. "

가능··· 할까요? 내 간절한 눈빛에 진비서는 뭐가 문제냐는 듯이 말했다. 그저 평범한 민간인 연락처 하나 알아내는 건 금방이죠. 곧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이사님. 진비서가 말을 끝으로 이사실을 나섰다. 상대의 허락 없이 이런 파렴치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괜시리 올라오는 미안함과 자괴감에 한숨을 푹 쉬며 고개 역시도 푹- 숙여냈다.

"····· 아. "

요즘 들어 문득 한숨을 쉬는 횟수가 많아졌네.









-









연락처가 담기다 못해 황민현씨의 신상정보가 모조리 담긴 서류가 내 손안에서 잔뜩 구겨져 가고 있었다. 이걸··· 연락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자신의 연락처를 알아낸 걸 눈치채고 소름 돋아 하면 어쩌지···? 그러다 영영 황민현씨의 눈밖에 나버리면···? 잘 정리 정돈되어진 손톱을 금세 물어뜯는 나였다. 에잇- 모르겠다. 주체 없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서류 속 연락처, 즉 전화번호 칸에 적힌 11자리 번호를 꾹꾹 찍어 수신 버튼을 누른 나였다. 후욱- 이전 한숨들과는 다르게 걱정의 한숨이 아닌 긴장의 한숨을 쉬었다. 할 수 있다, 박여주! 너는 J그룹의 이사이자 장차 J그룹계열의 예술재단 우두머리가 될 ㅅ,

'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

꽤 긴 통화연결음이 이어지고 삐- 소리가 나기 전까지 나는 핸드폰을 귀에서 떼어낼 수 없었다. 한 번만 다시 해볼까? 아냐아냐, 전화 건 사람이 모르는 사람이라 일부러 안 받았을 수도 있는 거잖아. 문자 버튼을 눌러 하고 싶은 말을 한글자씩 꾹꾹 담아내었다.

' 황민현씨? 안녕하세요. 저 일주일 전 발표회에서 명함드렸던 박여주입니다. 명함 드린 후로 따로 연락이 없으셔서 혹시 몰라 연락드려봅니다. 문자 확인하시면 편하신 시간대에 전화 주세요. "

됐다- 보내기 버튼까지 야무지게 누르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금방 오겠지, 아무리 거절하신다 해도 따로 연락 주시겠지·· 하며 책상 위 놓인 결재서류를 집어 드는 나였다.

········· "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 다른 연락이 없는 황민현씨였다. 괜시리 애타는 마음 때문인지 서류 속 복잡하고 구구절절한 내용 역시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딱딱- 내가 불안감에 손톱 물어뜯는 소리만 이사실 가득 울려 퍼지고, 켜질 마음이 없는지 미동조차 없는 핸드폰을 한참동안이나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을까.

' 010 - 1995 - 0809 '

계속해서 끊임없이 입안에서 곱씹고 또 곱씹어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외워버린 11자리 숫자가 내 핸드폰 액정 위로 떠올랐다.









-








[황민현] 나를 사랑해 주세요 03 | 인스티즈

" 이사님, 죄송하지만 저는 무용에 학을 뗀지 오랩니다. 무용이라면 이젠 지긋지긋해요. 그래서 무용을 계속할 마음도 없고요. "

이사님과 이렇게 자리한 이유도 제 거절 의사를 표하기 위해서입니다. 죄송합니다 이사님. 저는 예술재단에 들어갈 마음, 없습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차갑다 못해 냉기가 뚝뚝 흐르는 얼굴로 맞은편 자리에 앉은 황민현씨는 음료를 주문하기도 전에 재빨리 말을 끝내고 자리에서 나서려는 듯 보였다. 그런 황민현씨의 손목을 나도 모르게 움켜잡았다. 민현씨가 예상치 못한 나의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한 채로 나를 돌아봤다. 아··· 진짜 무례하게 이게 뭐야. 내 안의 나도 진짜 간절하고 급했나보다.

" 민현씨, 그럼 연말공연무대에는 왜 선거죠···? "
" 그건, 주최 쪽 친한 지인분의 간절한 부탁으로 할 수없이 억지로 선 겁니다. "

저 역시도 무대에 서고 싶어서 선 게 아니었습니다. 이쯤 되면 이사님의 궁금증이 풀릴만한 충분한 답변이 되었을까요.

다시 한번 일어서려는 황민현씨를 붙잡았다. ·····하. 지겹다는 표정을 지은 채 내 손을 세게 떨쳐낸 민현이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넘겼을까. 나는 뭐에 홀린 듯이 미친사람처럼 말했다.

그런데 할 마음 안 생긴다는, 열정이 다 식어버렸다는 무용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하셨죠? 몸짓과 눈빛으로 많은 사람을 압도할 만큼. 눈빛으로 많은 사람들을 홀릴 만큼. 또 왜 공연의 막이 내리기 직전에 왜 그렇게 아픈 표정을 하고 계셨나요. 마치 곧 다가올 마지막을 원하지 않는 사람처럼. 당신,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해 보였어요. 무대 아래에선 눈이 텅 비어 공허한 게 다 보였다고요. 그런데 왜 그런 감정까지 숨겨가며 무용을 그만두려 하는 거에요?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는 거·· 그거! 진짜 멍청한 짓이에요.

쉴 틈 없이 말을 쏟아내고 나도 모르게 멈칫- 했다. 나 지금 저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한 거지. 대체 뭔 행동을 한 거야 박여주. 미쳤어 미쳤어··· 괜히 일이 꼬여가는듯한 느낌에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 쥐며 황민현씨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로 사과했다.

·····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욱했나 봐요. 가장 힘들고 아팠을 사람은 당신이었을 텐데···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

이젠 더 이상 재단 들어오라는 권유, 아니 강요하지 않을게요. 근데 나는 당신이 꼭 무용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대에서 그 누구보다 가장 빛났던 당신이니까. 이만 일어나 볼게요. 귀한 시간 뺏어서 미안해요.

아-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버렸다. 급하게 창피한 얼굴을 가린 채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내 손목을 단단히 붙잡은 그였다. 우리의 첫 만남 당시, 그가 넘어지려고 했던 내 허리를 단단히 붙잡아준 것처럼.

······· 그래요, 하겠습니다. 계약 "
·····네? "

[황민현] 나를 사랑해 주세요 03 | 인스티즈
" 이사님 믿고 입단하겠다고요, 무용단. "

황민현씨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잔뜩 얼빠져 있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 갑자기 이러니까 이상하죠? " 
·········· "

[황민현] 나를 사랑해 주세요 03 | 인스티즈
" 그래도 이사님이 먼저 제의한 겁니다, 입단. "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사님. 내가 끝까지 얼이 빠진 채 굳어있자 나의 오른손을 가져가 손을 맞닿게 한 그였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는 다는 듯이 맞닿은 손을 위아래로 흔드는 여유를 보여주는 그, 황민현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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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어어오오오오오오민현이 대박 다음편도 기다릴께요!!
5년 전
비회원109.172
작가님 빨리 와주셨네오 🧡 민현 저렇게 예민하면서도 정석으로 굴다가 계약 받아들이다니 ㅜㅜ 여주의 진심이 통했나봐요 역시 우리 민현 차가운것도 좋지만 잠깐 웃어주면 또 그것대로 좋아여ㅜㅜ 담편 어서 쪄오세요 힣힣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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