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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夕 ; 견우와 직녀의 두 별이 사랑을 속삭이다가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서 1년에 1번씩 칠석 전날 밤에 은하수를 건너 만났다는 전설이 있다. 이때 까치와 까마귀가 날개를 펴서 다리를 놓아 견우와 직녀가 건너는데, 이 다리를 오작교라고 한다. 

  

 

 

  

  

  

칠석 ; 견우의 시선 

  

  

고개를 들면 여전히 밝은 별들이 하늘에 박힌듯 빛나고 있었다. 천 개의 눈을 가진 짐승들처럼 나를 온종일 쳐다보는 듯한. 저게 기범의 시선이라면 달게 받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아 나는 고개를 숙였다. 기범을 못 본지 364일이 지났다. 드디어 내일이면 기범을 볼 수 있다. 손 잡을 수 있다. 눈 마주칠 수 있다. 껴안을 수 있다. 드디어 내일이다. 왕의 노여움으로 인한 이 벌은 나와 기범의 사이를 멀게 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일 년에 하루를 볼 수 있는 우리 사이의 사랑은 더욱 깊어져갔다. 기범을 생각하면 하루가 금방이고, 나의 수많은 양들 중 기범의 얘기를 듣지 않은 양들은 없으리라. 

  

"많이 먹거라. 직녀가 없는 이 곳에선 너희들만이 나의 말동무이고 벗이니." 

  

풀을 먹는 양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한 마리도 빠짐없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기범은 나와 같이 이런 벗들도 없겠지. 나보다 더한 상황이겠지. 그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찡해져왔다. 누구보다 여리고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인데 오직 나의 불찰로 인해 기범도 벌을 받고 말았다. 나의 잘못인데, 나의 게으름인데.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리니 목이 메어왔다. 신기한 사람이다. 얼굴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나를 울리니. 무릇 남자는 여러 번 울면 안 된다고 들어왔는데. 팔을 들어 소매로 눈물을 벅벅 지웠다. 기범에게는 누구보다도 듬직하고 믿음직한 남자가 될 것이다. 훗날 우리가 이 벌을 모두 달게 받고 죽을 때까지 평생 같이 있게 된다면, 정말 만약 그렇게 된다면, 누구보다도 사랑받게 해주리라.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나를 자신의 지아비라고 자랑스럽게 말 할 정도의 남자가 되리라. 근처에 커다란 나무가 있기에 나무 기둥에 등을 대고 편히 앉았다. 주위에 있던 나뭇가지를 주워 끝을 뾰족하게 만들었다. 앞과 뒤가 끊어져버린 것이라 해도 엄연히 숨쉬고 있는 하나의 생명입니다. 아무리 저를 위한 것이라고 하나, 한 생명을 깎아선 안됩니다. 

  

"……기범?!" 

  

기범의 목소리가 들렸다. 번쩍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 보았으나 주위에는 여전히 내가 등을 기대고 있는 커다란 나무와 나의 양들, 그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영롱한 별빛뿐이었다. 나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끝이 뾰족한 나뭇가지를 본 그것이 환청임을 알게되었다.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기범은 항상 내 옆에서 그 작은 입술을 열어 나에게 잔소리를 해왔다. 그 사랑스러운 입술이 생각나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신기한 사람이다. 신기한 나의 사람. 

  

"…알겠소. 미안하오, 기범. 하지만 이미 이렇게 만들어버려으니, 용서해주시오." 

  

아까 나에게 잔소리를 한 내 마음속의 기범도,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기범에게도 모두 들리길 바라며 사과의 말을 내뱉었다. 그냥, 안 들릴 거 뻔히 알면서도 하는 것은 이미 습관인터라. 나뭇가지의 뾰족한 끝을 평평한 흙 바닥에 갖다대며 기범의 얼굴을 그렸다. 기범의 얼굴이 내 머릿속을 꽉 채웠다. 이 턱선부터, 나를 향해 웃는 그 입꼬리와, 항상 예쁘게 휘어지는 이 눈매도. 바람이 불면 보기좋게 흩어지는 머리칼도 있고, 나에게 달콤하게 입맞춤을 해주었던 이 입술도. 모두 빠짐없이. 

  

"내 당신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나오. 당신이 내 옆에서 잠들었을때, 감은 눈꺼풀 위에 도둑처럼 짧게 입맞춤을 했던 것 아시오? 그때 당신이 잠에서 깰까봐 얼마나 떨렸는지. 그 입맞춤을 하고나니 당신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여 입에도 했다오. 아마 당신은 모를 것이오. 영원히 모를 것이오. 부끄러우니 평생 나만의 비밀로 간직할 거니까." 

  

이미 수천 번, 수만 번을 그린 기범의 얼굴이지만 그릴 때마다 항상 달랐다. 나뭇가지가 뾰족한 정도도, 이 흙의 단단함 정도도 항상 비슷했는데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범의 얼굴은 항상 달라서, 웃고 있는 모습도 하고, 울고 있는 모습도 하고 있어서. 항상 내가 그린 기범의 그림은 달랐다. 하나 여전한 것이 있다면, 어떤 모습이든지 사랑스러운 것이랄까. 어서 그림따위가 아닌 실제의 모습으로 내 눈앞에 나타나 주시오, 기범. 

  

"보고싶소, 기범." 

  

  

  

  

  

칠석 ; 직녀의 시선 

  

  

진기와 떨어져 있는 동안 나에게 할당된 베들은 요령 피우지 않고 열심히 일 한다면 오십 년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 할아버님께서 나를 생각해주신 탓이겠지. 진기의 청을 생각하여 형벌을 줄여주신 거겠지. 아, 나를 생각해 주는 것은 감사하나 나는 상관없으니 부디 진기를 생각해주었으면. 우리가 헤어지는 날 진기는 할아버님의 앞에서 무릎 꿇고 울었다. 평소 나에게 누구보다 남자답게 보이겠다며 항상 믿음스럽게 보이겠다며 그토록 당당하던 진기가 모든 사람이 있는 곳에서 울었다. 울면서 할아버님께 간청했다. 자신이 벌을 더 받겠으니 부디 기범은 이 곳에 남게 해주라고. 그 말을 들은 궁 안의 모든 사람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개중에는 훌쩍이는 사람도 있었다. 할아버님은 그런 진기를 바라보다 그 청을 거절했다. 진기는 청을 거절받자 눈물을 멈추지 않은채 할아버님께 인사를 하곤 그대로 궁 안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것을…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내일입니다. 진기." 

  

나에게 할당된 베이외에 만든 베가 있었다. 다른 베들과는 다르게 곱게 접어 내 잠자리 옆에 둔. 그것을 펴보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따뜻한 미소를 짓고있는 진기가 있었다. 진기의 뒤로는 진기가 내뿜는 빛과 같이 따뜻한 꽃들이 가득. 마치 진기를 생각하면 내 가슴속에 차오르는 그 느낌처럼. 이 베 하나를 만드는데 몇 달이 걸렸는지 모르겠다. 다른 베들보다 더 심혈을 기울였고, 더 많은 땀을 흘렷다. 그 베를 곱게 펴 수놓아진 진기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드디어 내일이라고. 내일 만나면 이 베를 줄 것이다. 내가 오직 당신만을 위해 만들었다고. 당신은 나에게 이런 존재라고. 나는 당신뿐이라고. 그러면 아마 진기는 고마워하면서도 자신에게 자신의 얼굴은 필요 없다며, 이 베를 받으면서도 다음에는 나의 얼굴이 수놓아진 베를 달라고 말하겠지. 마치 다음날 다시 만날 것 처럼. 기범, 그대에겐 나뿐이듯이, 나에겐 그대뿐이라오. 

  

"……진기?" 

  

미소 지어 진기가 수놓여진 베를 들여다 보는데, 진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아도 진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베틀에도, 이 방에도, 혹시나 해서 나가본 밤하늘에도, 어딘가에도 없었다. 침소에서 나가면서 내딛은 걸음에 무언가 밟히는 소리가 났다. 발 밑을 내려보면 진기가 평소 땅 위에다 나를 그려주겠다며 만들던 나뭇가지 같은게 있었다. 끝이 뾰족한. 아, 내가 들은 것이 그냥 환청이구나. 그렇게 느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이 나뭇가지 때문일 것이다. 씁쓸히 웃으며 다시 베틀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적은 할당량에도 불구하고 만들 수 있는 건 한 달에 한 필이 고작. 만드는 도중 계속 진기의 생각이 나 울다가 웃다가 하다보면 베는 손도 안 댔는데 어느새 날은 다 가고 없었다. 참으로 신기한 사람이다. 진기는. 

  

"진기, 알고 계십니까? 제가 가장 좋아하던 것은 베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바로 당신입니다. 알고 계십니까? 당신이 제게 세상을 주었음을." 

  

또한 당신을 만나는 칠석날은 세상 누구보다 환한 미소를 가진다고 자부할 수 있는 마음을 주었다는 것을. 진기, 당신은 제게 참으로 과분한 사람이고 고마운 사람입니다. 당신이 제게 나타나지 않았다면 저는 분명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냈을 것입니다. 진기, 이제 저는 저 베로만 볼 수 있는 당신이 아닌 제 눈앞에 나타나는 그런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어서 보고 싶습니다. 빨리 실제의 모습으로 제 눈 앞에 나타나 주세요, 진기. 

  

"보고 싶습니다. 진기." 

  

  

  

  

  

  

칠석 ; 별의 시선 

  

음력 7월 7일. 달이 만물을 비추는 그 때에, 서로를 그리워하던 두 사람은 자신들을 가엾이 여기는 영물의 희생으로 인해 다시 한 번 더 껴안을 수 있었다. 만날 때 마다 둘이 흘리는 눈물은 변함이 없었다. 서로를 사랑하는 눈물, 그리워했던 눈물, 만나고 싶었던 눈물, 안고 싶었던 눈물. 견우와 직녀가 만나던 그 날에는 비가 내렸다. 따뜻한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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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50.234
온유와 기범이 견우직녀가 되었네요 고전물 사랑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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