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지애(不變之愛) 변함없는 사랑을 뜻하는 말이야. 멋있지않니? 여기 앉아계신 소녀분들은 불변지애를 하고 계신가?"
"우우우"
"아~쌤 오글거려여"
"하고 싶어도 남자가 없어요!!"
푸르른 여름날, 한문시간이었다. 그날 수업은 사랑에 관련된 사자성어를 배우는 것이었고, 들뜬 선생님과 흥분한 여고생들은 웃음꽃을 피워가며 사랑얘기를 이어나갔다. 아 따분해 존나 재미없어. 사랑얘기가 재밌는지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뭐가 그렇게 들뜨고 설렐까 너네는.
"쌤!!첫사랑얘기 해주세요~ 첫사랑! 첫사랑! 첫사랑!"
"자 조용조용.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첫사랑이야 첫사랑은. 다음주에 있을 첫시험 망치기 싫으면 집중하자"
불변지애라..진짜 사랑이 변하지않을까? 그렇다면 왜..우리 부모님은 이혼했을까 씨발 이래서 세상에 믿을만한 것 하나 없어. 아 뭐, 어쩌면 부모님은 애초에 사랑이 아니었을지도. 고개를 창밖으로 돌리자 저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찝찝해 죽겠는데 또 무슨 비야 미친; 하늘에 신이 있으면 좀 존나 통크게 내려줘서 학교도 집도 부모님도 모두 쓸려가게 하던가 속 개좁네 진짜.
학교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장댓비가 추적추적 쏟아지고, 비를 맞으며 집을 걸어가다가 무엇에 열이 뻗친건지 우뚝서서 소리친다.
"악!!!!!!!씨발!!!!!!!누가!!!!!!!나좀!!!!!!!!데려가!!!!!!!"
아 속시원하다 아근데 왜갑자기 비가 이렇게 굵어져. 아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집가서 잠이나 쳐자련다.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를 피해 폴짝폴짝 뛰는 자신의 꼴이 우스워 길에 주저앉아 웃기도 하다가 번뜩 비에 맞고 있는 자신을 자각해 집으로 빨리 뛰어간다. 침대에 세이브! 아 푹신푹신해. 뭐 이렇게 누워있으니까 빗소리도 나름 운치있고 아 진짜 졸려...자자...자야..지..자아..자...
귀가 찢어질듯한 천둥소리에 깨어나보니 비몽사몽 정신을 못 차리겠어서 세수를 하려고 한걸음 발을 떼는데, 어, 뭐..뭐냐 내가 왜 이런 길바닥에 서있어. 아 나 잠 덜깬거야? 아니면 꿈이야? 몰카야? 뭐야 이거. 눈을 비비고 감았다 떠 봐도 내 눈앞에 펼쳐진건 유치한 한옥 세트장과 갓을 쓰고 비녀를 꽂고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젖은 교복 그대로를 입은 내가 비친 강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도저히 이 상황은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어서, 정말 나 못된생각 많이해서 이렇게 벌받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단 하나.
"아-좆됐다"
도경수. 이곳에서의 첫만남 그리고 첫사랑.
"너는 특별하다고 생각했어."
"..."
"말도, 행동도, 생각도 이곳 사람들과는 전혀 달랐으니까"
"그건.."
"네가 내게 '그저 다른 사람'으로만 남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
"그 특별함이 내게 전부로 다가왔으니"
박찬열. 내가 항상 진심이었던 사람.
"난 노는것도 좋고"
"응"
"이리 편안히 누워있는 것도 좋고"
"응"
"산해진미를 먹는 것도 좋고"
"그건 동감"
"기생년들 취하는 것 또한 좋다"
"야 너 죽을래?"
"하지만 그중 단연 네가 으뜸이다"
"나도 열아..나도"
오세훈. 이루어질 수 없는 우리.
"그쪽 이름은 뭡니까?"
"사람들은 나를 풍류량이라고 부르던데?"
"풍류량이 아니라 허세로 가득한 바람둥이겠지"
"뭐, 맘대로. 진짜 이름은 오세훈"
"오.세.훈.오세훈오세훈오세훈오세훈"
"내 이름이 그리도 마음에 들어?"
"너를 부려먹으려면 니 이름이 입에 달라붙어야할 것 같아서. 욕할 순 없잖아?"
"난 네가 마음에 든다"
김민석. 내게 아낌없이 주는 사람.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만큼"
"..."
"네가 그 아이를 사랑하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죄송해요.."
"죄송할 것 없어"
"그치만.."
"나를 사랑해달라고 애원하지 않겠다"
"..."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까지 막진 말아다오"
김종대. 명불허전 츤데레.
"보고있어도 보고싶어"
"뜬금없긴"
"이렇게 손 잡고 있어도 만지고 싶어"
"이 변태새끼가"
"아 쪼옴!! 그냥 들어라아"
"어 계속해봐 김변태씨"
"아씨..나는 너 좋다고오!! 좋다고 멍청아 바보 말미잘 똥개야"
"네 책에 그려진 이쁜 언니들보다?"
"아니."
"씨발 나도 너보다 그..근육빵빵한 오빠들이 더 좋거든?!"
"이쁜 입에서 그런 험한소리 또 나오면"
"뭐뭐"
"내 입으로 막아 버릴꺼야"
한분이라도 제 글 봐주시면 전 1편으로 돌아와서 계속 연재하겠습니다. 진짜 재미없지만 성심성의껏 쓸게여..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