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환상 속에서만 보았던, 꿈 속에서 아른거리기만 했던 '천사' 라는 것을, 오늘 나는 이 두 눈으로 보게 되었다 딱히 신앙심이 깊은 것도 아니였고, 그렇다고 해서 천사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꿰고 있었던 것도 아니였지만 그 사람의 눈동자가 내 눈동자와 얽매였던 순간 나는 아, 어쩌면 천사는 저런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수긍하게 되었다 마침 타이밍은 내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좆 같은 기분으로 병원을 나서고 있던 때였고 그 천사는 병원 앞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천사는 천천히 일어나서 내게 다가와 말했다
살고 싶어요?
무어라 다른 말을 지껄일 틈이 없었다 조용히 입을 오물거리는 천사의 표정이 너무도 고귀해서, 나는 감히 내 주제에 그 천사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살고 싶어요, 정말로요
천사에게서 흘러나오는 체취는 고혹적이여서 나는 흡사 숨이 막혔다 하지만 그 기분이 달콤해서, 나는, 그 천사에게 조금 더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뛴다, 뛴다
“ 음대 훈남 남우현이에요, 아, 이런 거 내 입으로 말하려니까 존나 뭐하네. ”
“ 죽기 전까지,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이 김성규였으면 좋겠어. 김성규, 성규야, 우리 성규 ”
“ 왜 이렇게 꾸물거려요?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그렇게 시간이 차고 넘쳐요?
누구는 하루 일 분 일 초가 시급한데, 하루하루 살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후회하지 않도록 죽을 힘으로 견뎌 보자 노력하고 있는데,
김성규 씨는 왜 그렇게 여유로운데? 나 안 보고 싶어요? 내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
“ 천사님, 부디, 오늘도 무사히 살게 해 주세요 ”
“ 있지, 어느 날 갑자기 뜬금없이 이래 저래 좀 잘 생긴 놈이 날 찾아와서 내가 좋대. 어떻게 해? 서로 모르는 사이였는데. ”
“ 난 니가 꿈꾸고 있는 천사가 아니야. 넌 지금 착각하고 있는거야. 그러니까 그냥 가 ”
“ 그저 남우현 생각이 좀 났을 뿐인데, 왜 난 자꾸 그 사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걸까 현아?
그냥 아주 조금 생각났을 뿐인데. 내가 널 좋아하나? 존나 웃기지 ”
“ 난 죽고 싶은데, 그 녀석은 살고 싶대. 죽어야 되는 내가 살고 있는데 니가 왜 죽어. 현아, 죽지 마 ”
< 2012년 6월 ?일~ start! >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