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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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졸지에 연인 사이.
"......."
미세하게 깨자마자 느껴지는 불편함과 찌부듯한 느낌, 얼굴 주름을 잔뜩 그리며 상체를 일으키다말고 "좋은 아침입니다" 하는 남자 목소리와 터치에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외간 남자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내 인생 역사상 있었던가, 내가 어제 술 마시다말고 뭘 한거지. 뻑뻑해서 뜨기 버거운 눈을 부릅 뜨고 남자를 쳐다봤다.
내 위에 덮여있는게 뭔지는 몰라도 일단 주섬주섬 그걸로 몸부터 가리고 눈을 가늘게 뜨며 초점을 맞추면 "같이 맞는 아침, 컨디션 좋네요." 도경수 상판대기가 보였다.
동공이 미친듯이 확대되는게 느껴지면서, 이 곳이 차 안이라는 걸 확인한 이후로는 괜한 음란마귀가 잔뜩 끼어, 그럴 일이 없었단걸 알면서도 시선을 회피했다.
"아침은요, 보통 뭐 먹습니까."
그에 반해 도경수는 우리가 무슨 한 공간에서 잠들어 같이 깨는게 일상이라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날 마주했다. 상황파악이 안되는 난 그저 어제 기억을 더듬기만 할 뿐이었다.
나 분명히 오늘 자정까지만해도 김종인이랑 같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일이야. 왠지 천진난만 해보이는 도경수의 얼굴을 다시 빤히 쳐다봤다.
아침은요, 보통 뭐 먹습니까, 하며 앞으로 내려온 내 머리카락 몇 가닥을 뒤로 넘겨주는 모습에 얼굴이 후끈 달아올라 "어,어후!" 하면서 창문을 내려 고개를 빼꼼 뺐다.
바,밥이 문제냐 시발.... "토스트요" 문제지 시발.... 배고프다고 요동치는 배를 차마 무시못하고 조용히 토스트라고 답했다. 드,들렸을라나...
"토스트? 그걸 어디서 팔아요, 우리 집가서 해달라는 소립니까?"
"예?!"
"아침엔 밥을 먹어야지, 웬 토스틉니까."
"......"
"우리집 가서 내가 해주는 토스트 먹을래요, 딴 데 가서 밥 먹을래요."
차에 시동을 걸고 부드럽게 차를 출발시키며, 우리 집가서 해달라는 소립니까, 이상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는 도경수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러든지 말든지,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전방만 주시하며 능숙하게 차를 몰던 도경수는 이내 내게 아침부터 웬 토스트냐며 또 고나리 질을 시작했다.
아니 난 토스트를 먹고싶다는게 아니라 그냥 평소에 그걸 먹는다고... 니가 평소에 뭐 먹냐고 물었잖아 바보새끼야...
뭐 이런 똥멍청이가 다 있나 싶기도 하고, 웬 토스트냐는 질문에 딱히 할 대답이 없기도 하고. 그냥 말 없이 내가 일어날 때 부터 켜져있던 라디오의 볼륨을 더 키웠다.
말 시키지 말라는 듯한 내 행동에 눈썹을 씰룩인 도경수는 내가 키워놓은 라디오의 볼륨을 다시 줄였다. 뭐야 이건. 싸우자는거야?
눈이 가자미가 되도록 째며 도경수를 노려보니 도경수는, 우리집 가서 내가 해주는 토스트 먹을래요 딴 데가서 밥 먹을래요, 개소리를 했다.
답정너의 정석을 보여주는 도경수에게 "밥이요" 단호하게 대답을 하자마자 도경수는 입꼬리를 잔뜩 말아올렸다.
"난 토스트 먹고싶은데."
".....네?"
"우리 집 갈래요?"
도경수 사장님
도경수의 수준 낮은 농담 이후로 한참 동안이나 오고가는 대화가 없었다. 제 딴에는 웃자고 한 농담 같긴 했는데, 순식간에 싸해진 분위기를 내가 어쩔 도리는 없었다.
둘 다 핸드폰만 만지고, 먹기로 한 밥의 메뉴도 정하지 못한 채 동네 주변만 뱅뱅 돌면서 서로 눈치만 볼 뿐이었다. 이럴 정도로 뭐한 농담은 아니었는데...
창 밖을 보며 도경수에게 무슨 말을 꺼내면서 분위기를 바꿀 지 고민하던 참이었다. 마침 신호등이 적색을 띄우고 도경수는 또 능숙하게 차를 세웠다.
고개를 도경수 쪽으로 돌려 일단 무슨 말이라도 뱉으려는데 "졸음 운전하면 때릴거죠." 하며 그가 라디오의 볼륨을 어마무시하게 크게 틀었다. 이런 미친놈이.
너무 큰거 아니냐며 다시 내가 줄이려는데 ' 네, 참 듣기만해도 달달한 사연이었네요 ' 하는 여성 디제이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흘러나왔다.
한창 조용하던 와중에 깨진 정적, 그리고 왠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라디오는 우리 둘의 이목을 집중 시키기에 충분했다.
' 역시-. 사랑을 시작하려면 돈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니까요. 용기에요, 용기. '
"......"
' 지금 우리 라디오를 듣고 계신 청취자 분들 중에서도 용기를 낼까말까, 짝사랑의 끝을 항상 고민 중인 분들도 있겠네요. '
"......"
' 아~ 얼마나 설렐까~ 나도 젊었을 땐 짝사랑도 하고 그랬는데, 응? '
"....."
' 뭐, 사연을 들으면서 이미 알았겠지만, 그냥 해보는거에요, 고백. 눈 한번 딱 감고 니가 좋다, 사귀자. 이런거. 좋잖아. '
"....푸흡-."
' 상대방이 오케이하면 완전 세상 다 가진 기분, 이건 해봐야 안다? 난 진짜 무모하게 고백하는 것도 추천해. 해봐요. '
"......"
' 좋아하는 이성이랑 손도 잡고, 뽀뽀도 해보고, 어? 집에도 한번 데려가보고 얼마나 좋겠.... '
"......"
"......"
' 지잉- 지잉 '
듣기 좋은 여자의 목소리가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동안 나와 도경수 둘 다 눈은 앞을 향해있지만 귀는 온통 그 라디오를 향해있는 듯 했다.
어째 듣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심각하게 어색해지려는데, 말이면 다인 줄 아는 디제이의 '니가 좋다, 사귀자' 박력 넘치는 대사에 대뜸 도경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은 풀린 분위기에 경직 되있던 자세도 고쳐앉고, 가슴도 한번 피고. 되게 몰입해보이는 도경수를 힐끗 쳐다보며 다시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좋아하는 이성이랑 손도 잡고, 뽀뽀도 해보고, 집에도 데려가보고. 디제이가 다단계 적으로 제시하는 구체적인 상황에 절로 그 설렘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리고 '좋기는 하겠네.' 고개를 끄덕이며 모솔의 공감을 끌어낸 디제이에게 감탄을 하던 차에 "....." 도경수와 눈이 마주쳤다.
흠칫해서 얼른 급하게 고개를 돌리는데 여전히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얼굴이 시뻘개졌음을 안봐도 알았다. 틈만나면 얼굴 빨개지는건 어떡해야돼, 진짜.
애써 시선을 무시하며 창 밖을 보고 눈알을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러제끼느라 정신 없는데 '지잉-'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에 몸이 들썩였다. 나이스 타이밍.
라디오 볼륨을 줄여주는 도경수를 몰래 한번 쳐다보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누군지 몰라도 만나면 밥 한끼 사주겠노라 다짐하고 액정을 확인하는데
'엄마' 정직하게 박혀있는 발신인에 침을 한번 꼴깍- 삼켰다. 연락도 없이 외박을 한 죄값은 등짝 핵싸대기 정도려나.
"여,여보세...."
- 일어났어?
"아, 응. 엄마는? 병원이야?"
- 어, 밥은 먹었고? 된장찌개 해놨는데 안짜디? 식었을까봐, 끓여먹지.
"....어?"
- 안먹었어?
"아,아! 먹었어! 안짜던데? 내가 원래 좀 짜게먹잖아~"
파들파들 떨며 받은 전화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맑고 청량하셨다. 일단은 나도 그럼 최대한 밝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도경수의 눈치를 보며 명랑한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흠칫하는 도경수 표정에 적잖이 놀랐구나 싶었지만, 밥을 먹었냐며 다정하게 묻는 엄마에게 내가 더 놀랐다.
혹시 엄마 어제 집에 안들어왔나? 병원에서 주무셨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되물으니, 안먹었어?, 진짜 엄마는 내가 외박한걸 모르시는 듯 했다. 만세만세 만만세.
얼른 핸드폰을 고쳐잡고 된장찌개를 먹은 척 능청을 떨었다. 역시나 도경수의 표정은 온갖 당황스러움을 표하는 것 같았다. 지금 내 목숨이 왔다갔다 하니까 가만히 있어.
- 병원 올거지?
".....지금?"
- 밥 먹었으면 얼른 와, 엄마 장 좀 봐오게.
도경수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날 구경하든 말든, 어쨌든 엄마의 핵주먹으로 맞아죽을 일은 없겠다는 안도감에 생글생글 미소 꽃을 활짝 피웠다.
이제 그만 끊고 기분 좋게 도경수랑 밥 좀 먹으려는데, 병원 올거지?, 엄마의 졸음 가득한 대사에 입가에 경련이 올랐다. 평소 주말 같았으면 벌써 가고도 남았겠지만...
"....." 옆에서 나를 자꾸 쳐다보는 도경수가 걸려 입을 꼼짝도 못하고 소리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금방 끊긴 전화에 대고 바보같이 "어...." 머리만 긁적였다.
"......"
"집으로 가면 됩니까."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깐동안 아무 말도 없이 넋 놓고 멍을 때리고 앉아있으면 대충 분위기를 파악한 듯한 도경수가, 집으로 가면 됩니까, 했다. 표정보니 삐쳤네.
"아, 그게..." 미안한 마음에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으면, 도경수는 내 몸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내 앞으로 팔을 쭉 뻗고 박력있는 유턴을 시전했다.
어쩐지 뾰로통 해보이는 표정으로 우리 집을 향하는 도경수를 흘낏 쳐다보니 미안한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밥 정도는 같이 먹고싶은데, 일단 도경수의 팔뚝을 잡았다.
"저랑 같이 밥 먹고싶으세요?"
".....뭡니까, 이거 놔요."
"저희 집 가는 길에 잉꼬병원 있어요. 거기로 가요."
"어디 아픕니까?"
어제 내가 술 먹다 꼴아서 무슨 일로 도경수 차에서 잠이 든건진 모르겠다만 결론적으로는 날 재워줬는데, 아침 댓바람부터 밥도 안먹이고 그냥 보내기엔 뭐하니까...
이거 놔요, 도경수는 나에게 잡힌 본인 팔뚝을 놓으라며 어깨를 흔들어댔다. 삐진 티를 팍팍 내는 도경수가 귀여워 미소를 지으며, 병원으로 가요, 말을 뱉었다.
그러니 도경수는 씰룩씰룩 하던 어깨를 급 멈추고 날 쳐다보면서, 어디 아픕니까?, 눈알이 금방이라도 굴러나올 듯 똥그래졌다. 어떻게 눈이 저렇게 동그랗지.
전혀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만질 줄도 모르는 네비게이션을 켜 세훈이 병원을 찍었다. 아프긴 개뿔.
"어어, 차! 차!!" 멀쩡하다는 나를 믿지 못했는지, 눈 한번 감지 않고 나만 쳐다보는 도경수의 팔을 존나 패면서 앞을 보라고 소리쳤다. 이 새끼야!!! 운전할 땐 앞을 봐 씨빨!!!!
"미안해요, 미안미안, 아아, 아파요!" 별로 세게 치지도 않았는데 아프다고 칭얼대면서 "힘이 남아도는거 보니까 진짜 아픈건 아닌가보네."
바람 빠지는 웃음 소리를 내는 도경수를 노려봤다.
도경수 사장님
"....미쳤어, 미쳤어."
"덜 혼날걸로 만족하면 됐지 왜 자꾸 그럽니까, 속상하게."
"이봐요, 도경수씨, 난 우리 엄마한테 남자 한번 소개 시켜준 적 없는 사람이에요. 누구랑 사귄다는 얘기 조차 한번 꺼내본 적이 없다구요."
병원 구내 식당, 라면 한 그릇씩 시켜놓고 또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다시 생각만 해도 복잡하고 어이없는 방금 전 상황에 또 말문이 턱 막혀왔다.
나랑 도경수가 세훈이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엄마는 "이 미친년이 엄마 가슴에 쐐기를 박네, 박어. 작정했냐? 이젠 막나가? 얘 누구야, 어?" 하며 내 등짝을 부술듯이 두들겼다.
눈물이 찔끔 나올만큼 얼얼한 등에 누구라도 붙잡고자 도경수 등에 바짝 달라붙으면 엄마는 본인 가슴을 두드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갑자기 왜그래!!
나도 도경수도 당황한 표정을 짓고 또 맞을세라, 벽에 바짝 붙어있으면 엄마가 "진정하자, 진정." 하며 깊은 심호흡 후 입을 열었다.
"종인이가 그러더라, 어제 밤 늦게까지 너랑 술 먹다가 들여보냈다고. 남자친구가 데려갔으니 걱정 말라던데 집 전화는 받지도 않고. 엄마가 미치니, 안미치니?"
웬 남자친구? 응? 하며 도경수를 쳐다보니 도경수도 나와 똑같은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 했다. 우리 엄마 무슨 이상한 의심하고 있는거 맞죠? 눈빛으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문제는 이 다음 터졌다. 안그래도 종인이 말 듣고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무슨 생각으로 병원에까지 남자친구를 쳐데려오냐며 또 분개하시는 엄마에게 도경수는
"죄송합니다. ΟΟ이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서로 집도 모르고, 겨를이 없어서 연락도 못드린 채 제 차에서 재웠어요. 정말 아무런 일도 없었습니다, 어머님."
하며 고개를 꾸벅했다. 순간 고요해진 병원 복도에서 나와 엄마의 표정은 ㅇㅅㅇ? 너무나도 똑같았다. 누가 모녀 지간 아니랄까봐.
"그럼 내가 처음입니까, 어머님께 소개 시켜드린 남자는."
얼떨결에 내 침묵으로 인해 나와 도경수의 사이가 연인이라는게 기정사실화 되자, 엄마는 입을 꾹 다물고 "장보러 다녀올테니까 둘이 있어." 하며 나가셨다.
사태가 진정된건 다행이지만 사귀지도 않는데 사귄다고 했으니, 뭔가 잘못된건 분명했다. 식당으로 내려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째 점점 불안해지는게 아닌가.
난 여태껏 엄마한테 남자친구라는 이야기 한번 꺼내본 적이 없고, 엄마 또한 남자친구 얘기는 꺼내신 적이 없었다. 근데 씨발? 이게 뭐야.
난데없이 딸내미가 남자친구랑 간밤에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은 엄마, 다음날 아침 웬 남자랑 병원에 들어서는 딸내미. 이게 무슨 시베리아에서 개풀 뜯어쳐먹는 소리야?
상황의 심각성도 모르고 마냥 뭐가 좋은지 씰룩씰룩 웃으면서 조잘조잘 대는 도경수를 후려팰 수도 없고, 그저 혼자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놈의 술이 문제야, 술이.
그럼 어머님께 소개 시켜드린 남자는 내가 처음입니까, 뜬금없는 도경수의 개소리를 가뿐히 무시하고 일어나서 라면 두그릇을 냉큼 가져왔다. 쳐먹기나 해, 새끼야.
"아까 라디오에서 들은 것처럼 제일 필요한건 역시 용기인가 봐요."
"......"
"어머님 입장에서 만큼은 제가 그 쪽 남자친구 아닙니까. 그것도 제일 첫번째."
".....허."
"기분 되게 좋네."
"......"
"이왕 이렇게 된거,"
"....."
"용기 한번 더 내볼까 싶은데."
모든 작가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제가 댓글을 엄청 읽어대거든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진짜 캡쳐해서 보여드리고 싶다, 웃긴 댓글 왜이렇게 많아요 ?
혹시 드립신 ?
작가하셔도 될 듯, 전부.
물론 그럼 난 독자할래영 ♡
아이시떼루 ~
이제 방학이니까 엉덩이에 좀나도록 글 써볼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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