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질 |
변백현이 실종됐다. 20대 모 남성 실종사건.손에 들린 서류 몇장을 휙휙 넘기며 훑어 보았다.특이사항 이라고 할것은 별로 없었다.사건 당일 변백현은 집에 귀가하지 않았고,마지막으로 같이 있었던 변백현의 지인은 변백현이 어떤 전화를 받고 급히 자리를 떴다고 했다.변백현의 통화 내역은 도경수에서 끊겨 있었다. 변백현은 인간관계를 많이 쌓지 않는 사람이다.깊은 관계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홀로 남은 그의 어머니와,남자친구인 나랑,전 남자친구인 도경수 정도.아,변백현의 입장에선 나는 아닐지도 모른다.한달정도 되는 짧은 연애에서 나는 불타올랐지만 변백현은 한달 사귄 남자친구.그 선을 벗어나지 않았다. 변백현은 도경수의 이야기를 자주 꺼내고는 했다.헤어진 사이지만 좋은 친구로 남기로 했다고,요즘엔 보기 드문 선한 사람이라고 했었다.지갑에서 증명사진이며 꺼내서 보여주는 것에 잘생겼다고 생각했다.기회가 되면 꼭 셋이 만나서 밥을 먹자고 변백현이 말했다.그 말에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었다.남자친구의 전 남자친구와의 만남이라,변백현이 좀 모자란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변백현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는 도경수가 지목됬다. "경찰입니다."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경계하던 남자는 수첩을 보고는 곧 문을 열어 주었다.맛있는 냄새가 났다.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 같았다.거실을 천천히 둘러 보았다.파스텔톤의 하늘색 벽지에 하얀 가구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다.열린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비치는 소재의 흰색 커튼이 펄럭거린다.바닥에는 두껍지 않은 흰색 러그가 깔려 있고,거실 뒷편에는 흰색 소파가 있다. 변백현은 흰색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수사에 협조해 주시겠습니까?" 발걸음을 주방으로 하던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끄덕였다.깔끔하게 정돈된 그의 집 만큼이나 점잖은 사람인 것 같다.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하지만 까놓고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집은 커다란 원룸 형식이었다.주방과 거실의 경계가 없고,화장실이 하나 있다.침대가 없는 걸 보니 소파에서 잠을 자는 것 같았다.딱히 의심갈만한 것이 없어 대충대충 수색을 했다.티비 옆에 있던 액자를 집어 드니 부엌에 있는 도경수가 나를 힐끗거린다.액자에는 도경수와 변백현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앳되보이는 변백현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머리에는 우스꽝스러운 머리띠를 쓰고,손에는 풍선을 들고 있었다.아마 놀이동산에서 찍은 사진인 것 같았다.도경수의 옆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는 변백현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액자를 내려놓았다.이쯤에서 그만 살펴야 겠다고 생각했다.나중에 지원을 받아 다시 오든가 해야 할 것 같았다. "식사하고 가실래요?" 친척분이 새로 사업을 시작했는데,고기를 조금 보내 주셨거든요.저는 채식하는데 맛이 괜찮다고 해서.그는 약간 횡설수설 하며 이야기를 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표시를 보였다.어차피 이대로 도경수의 집을 나가면 바로 다른 현장에 투입될 지도 몰랐다.시간에 쫓기며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니 하는걸 먹는것 보다는 용의자 심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편하게 밥을 먹는게 훨씬 나았다. 부엌으로 가니 좁지 않은 4인용 식탁이 좁아보일 정도로 이것저것 많이 차려져 있었다.나를 식탁에 앉히고 잠시 기다려 달라던 도경수는 곧 고기를 구워 내왔다.맛있게 드세요.도경수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고 내 맞은편에 앉았다.그의 앞에는 이렇다할 반찬이 몇 없었다.변백현이 말한'셋이서'는 아니지만,남자친구의 전 남자친구와의 식사를 하게 됐다.나쁘지는 않았다. 고기는 꽤 맛있었다.식사를 하고 나서 그의 친척이 한다는 가게 이름을 꼭 물어봐야겠다.오랜만에 하는 제대로 된 식사인 탓에 심문이라는 본래의 목적도 잊고는 먹는 것에만 열중했다.천천히 드세요,그러다 체하겠어요.도경수가 물컵을 건냈다. "백현이 맛이 어때요?" 도경수의 물음에 난 의아해하며 대답했다.아니요.변백현이랑 해봤냐고 묻는 건가,갑자기 그건 왜?어찌됐든 변백현이랑 한 적은 없었다.도경수는 변백현을 엉덩이 가벼운 놈으로 생각하고 있는걸까?도경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마치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려는 것 같았다.이내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지금 먹고 있잖아요.백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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