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름다운 색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걷고 있었다.
아무생각 없이 걷다 보니 저 앞에 동그랗게 모인 사람들이 보인다.
다들 검정색 수트를 입고 있어서 솔직히 안 무섭다면 거짓말이다.
수트 차림에 키도 커서 쫄리지만 왠지 그쪽으로 가고 싶었다.
괜히 갔다가 삥 뜯기는 거 아닌가 몰라.
근데 이게 무슨 일이람.
저 사람 옹성우 아냐?
미친 진짜 옹성우 같은데.
내가 설마 옹성우를 못 알아볼리가.
"와... 진짜 잘생겼다."
이만큼이나 떨어져 있는데도 잘생김이 보여.
헐 방금 눈 마주친 것 같아.
...아닌가?
미쳤다는 말만 반복하는 내 발걸음이 조금 빨라진 것 같기도.
싸인 해달라고 하면 해주려나.
"와 안녕하세요! 와... 진짜 잘생기셨어요. 오빠 진짜 겁나 잘 생기셨어요.
이거 제가 입에 발린 말 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서 본 사람 중에 제일 잘 생겼어요.
어떻게 그렇게 생겼어요, 진짜? 미모 실화예요?
이거는 진심 앞구르기 뒷구르기 물구나무 서서 봐도 옹성우 미모 천재만재 감동 실화."
미친. 돌아버려.
부끄러워하는 거 개미쳤다.
귀여워. 시발!
"이름아 나는?"
"아 당연히 잘 생겼죠. 그걸 말이라고 해요?
진짜 뭘 먹으면 다들 이렇게 잘 생기고 훤칠하고 막 이렇게 되는 거예요? 예?
이렇게 잘 생겨가지고 내 심장 터트리기 있냐고요."
엉엉. 얘네 뭐야. 왜 이렇게 다들 귀엽냐고!
자기는 안 잘생겼냬. 그게 말이야 방구야.
님들 외모 최고 존엄 후광 쩐다.
"이름이 너도 예뻐."
"맞아. 이름아, 너 되게 귀여운 거 알지 지금."
강다니엘이 나보고 예쁘대.
김재환이 나보고 귀엽대.
나 지금 당장 죽어도 좋어도 좋아.
뛰어내려야 할 것 같아.
웃었어. 미친.
지금 한강 온도 몇이냐.
그렇게 서로 칭찬 배틀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지성이가 애들이랑 셀카 찍는 거 보니까 갑자기 부러워.
좋겠다.
나도 워너원 할래.
난 왜 워너원 아니야?
여러분 저를 워너원 12번째 멤버로 들이십시오.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하루 한 번 무조건 같이 찍은 셀카 올려드린다고 약속해요.
가끔 동영상도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그저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ㅇㅇ아, 같이 찍을래?"
"네네네네! 그래도 돼요?"
"당연하지."
황민현이 어깨에 얼굴 올리면서 물어보는 바람에 내 얼굴 터질뻔.
아 근데 나 어깡인데 못 느꼈겠지?
아니 내 손 왜 이래.
왜 이렇게 부들 부들 떨어.
정신 차려 손아. 지금 이렇게 떨 때가 아니야.
앗 잘못 눌렀어. 어떡해.
"괜찮아, 천천히 해."
응. 민현아 사랑해. 넌 정말 스윗하구나.
내가 여기서 녹아 없어져도 걱정하지 말고.
"민현이 형! 뭐해요?"
"아, 진영아 우리 사진 찍는데 너도 같이 찍을래?"
"좋아요."
우리래. 우리.
"진영아 너 이제 리라 4학년 맞지?"
"네?"
"아냐. 누나가 말이 헛나왔어. 졸업 축하해!"
배진영 왜 리라 4학년 아니야?
리라프린스 왜 졸업해? 4학년 올라가야 하는데.
우리 배고딩 졸업 햬지먜.
찰칵-
시발.
또 꿈이야?
어쩐지 말해준 적도 없는데 내 이름을 어떻게 아나 했어.
아, 짜증나.
개잘생겼었는데.
행복했는데 에바잖아.
왜 깨우냐고.
너무 짧잖아.
내 워너원 돌려줘요.
앞으로도 종종 꿈에 나타나줘.
너무 보고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