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8월 초 아니랄까봐 정말 여름에 걸맞는 햇볕을 내리쬐는 태양을 보고있자니 에어컨 아래 있어도 저절로 더워지는 기분이야. 아스팔트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다가 가게 안을 둘러보니 손님들 모두 차가운 음료 한잔씩을 시켜놓고도 더운지 손부채질을 하고 있어. 에어컨의 온도를 조금 더 낮게 설정하고 카운터로 가보니 알바도 기진맥진. "알바. 그렇게 넋 놓고 있으면 손님은 누가 받아?" "아. 사장님. 진짜 오늘 너무 더워요. 손님들 다 쫓아버리고 그냥 우리 집에 가면 안되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저기 손님 또 오신다." "아아아. 진짜 커피내리면 증기 장난아니게 더운데!" "알았어. 커피는 내가 내릴게." "사랑합니다 사장님." 애교피우는 알바를 뒤로하고 커피머신 앞에 서 네 커피 한잔을 먼저 내리는 너야. 주종관계가 바뀐거 같지만, 그게 무슨 대수도 아니고 이 더운 여름에 에어컨 아래서 좋은사람과 일할수 있다는게 마냥 즐거워.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내려놓고 구석진 자리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니 어느새 가득 차있던 잔은 빈 잔이 되고 가게도 얼추 정리가 된 느낌이야. 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해가 많이 저물어있어. 딸랑,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고 한 남자가 들어와. 재환이야. 집에 있다 나온건지 까만 뿔테 안경에 스냅백을 뒤집어 쓰고 들어와선 아이스 바닐라라떼 한 잔을 주문해.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날 발견하고는 손을 흔드는 재환이야. "누나 여기서 일해요?" "일은 내가 하고, 형 우리 사장님이랑 아는사이야?" "누나가 여기 사장? 아 그 바쁜 사장님이 누나였어요?" "형 내 말 씹어요? 에이. 시럽 하나도 안넣어버릴까 보다." "아니아니. 시럽 완전 많이." "네네. 사장님 저형이랑 아는사이에요?" "어? 응." 재환이랑 아는사이였구나. 바빠서 가게에 잘 못나왔는데 재환이가 우리 가게 단골이라도 되는건지 알바는 자연스럽게 시럽을 잔뜩 넣어 재환이에게 커피를 건네. "누나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재환이는 커피를 가지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고 알바는 자꾸 너에게 무슨사이냐 물어와. "사장님. 듣고있어요? 재환이형이랑 어떻게 아냐니까?" "재환이? 그냥 어렸을때 옆집 살았어." "에이. 뭐야. 시시하네." "뭘 기대했는데?" "그냥요." "싱겁긴. 오늘은 이만 마감칠까?" "좋죠!" 빠르게 가게 청소를 마치고 포스기까지 끄고는 다했다며 네 앞으로 달려오는 알바가 짠할 지경이야. "그렇게 집에 가고싶었으면 말을 하지." "지금 끝났으니까 됐죠 뭐. 으 더워. 잘가요 사장님!" 밤인데도 아직 후덥지근한 날씨에 재빨리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너야. 그나저나 재환이가 알바랑 아는사이였다니. 가게를 옮긴지 두어달즈음 됐는데 한번도 안마주친게 참 신기해. 그것보다 더 신기한건 이사온 옆집에 재환이라니. 오랜만에 옛날 생각이 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