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이 얼마나 인어를 못살게 굴었는지, 얼마나 못살게 구는지 모르지.”
인어의 목소리는 듣었던 것보다 더 낮았기에,
그 목소리에서 한껏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어가 노래로 뱃선원을 홀려 죽게 한다는 얘기가 한창 나돌 때쯤이었어.
어느 날, 큰 뱃사고가 났지.
근데 하필 그 근처에서 인어가 같이 발견이 됐어.
그 이후로 사람들은 인어를 보면 배를 돌리기 바빴지.
그런데 하루는, 해적선의 선장쯤 되는 사람이 첫 인어 사냥을 시도하게 돼.
아무 힘없는 인어는 예상외로 순순히 잡혀주었겠지.
인어라는 게 원래 호기심도 많고 정이 많아.
남자와 여자 인어, 둘을 생포했는데 남자는 도중에 죽고 여자는 서커스로 팔려갔을걸.
그 선장은 떼돈을 벌었대.
이후로 마구잡이의 인어 사냥이 시작됐어.
“눈 뜨면 옆 집이 비고, 앞 집이 비고 며칠만 지나면 마을이 비었어. 그때 나는 어머니를 잃었고 원우는 아버지를 잃었어.”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인어들의 살 곳이 점점 줄어가.
더 깊이, 더 숨어서 살아가고 있지.
그런데 점점 바다의 오염이 심각해졌어.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굶어 죽을 상황이었고,
나갔다간 인간에게 잡혀갔지.
정적.
순영은 말없이 원우를 토닥였고, 원우는 순영의 품에 안겨있다.
아, 또 보인다.
물속에 있음에도 물과 맞닿아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그의 눈물,
민규는 원우를, 석민은 순영을 보고 있었다.
그 누구도 섣불리 정적을 깰 수 없었다.
꽤 긴 이야기가 이어졌다.
인어들의 이야기에 그 앞 인간들은 몸 둘 바를 몰라했고,
그 긴 이야기의 끝.
마침내
“그러니까 원우를 바다로 돌려보내 줬으면 좋겠어.”
돌려 돌려 말하던 핵심 문장이 뱉어졌다.
“나는 여기에 남아도 좋아, 원우만이라도.”
인어와 인간 사이, 감정이 한껏 격양되어갔다.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호시를 챙겨 나와 집으로 향했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지 연신 훌쩍이며 눈물을 닦아내는 인어를 결국 등에 업고 걸었다.
인어들은 감정이 매우 예민하댔나, 감수성이 풍부하댔나.
여하튼 그런 글이 읽은 적 있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집에 도착해
욕조를 청소하고 다시 물 온도를 맞춘 뒤 인어를 넣어줬다.
잔뜩 부은 눈으로 배싯 웃은 인어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저거, 켜줘."
내가 선물했던 무드등, 좁은 욕실의 사방이 푸른 물결무늬에 갇힌다.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 호시야."
"응, 석민아."
"그냥... 이름 불러보고 싶어서."
내 대답에 호시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다.
"… 호시야."
"왜, 또."
"너는 바다에 안 돌아가고 싶어?"
멈칫-.
찰박이던 물소리가 멎고, 시선이 맞았다.
"왜 아니겠어."
호시의 대답은,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날 밤은 악몽을 꿨다.
바다와 다른 수돗물을 받아놓고 물에 소금을 풀어주지 않아 인어가 죽는 꿈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커튼 사이로 햇빛이 내 눈을 괴롭혔고, 아침 일찍도 일어난 새들이 울고 있었다.
자취를 한 지 오래라 적막만이 감도는 집에 멍하니 누워있다.
… 아니, 아닌데.
숨소리도 낮추고 귀를 기울여보았다.
적막이면 안 된다.
인어가 욕조에서 꼬리로 물을 찰랑이며 노래를 부르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시계 초침 소리만 들린다.
왜?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욕실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인어가 욕조에 기대 누워있다.
인어가, 늦잠이라도 자나보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인어가 오고 나서 침대에서 잠을 잤던 적이 드물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가슴이 철렁하는 꿈이었다.
손에다 바디워시를 짜 거품을 잔뜩 낸 인어의 손이 퉁퉁 불어있다.
"… 할머니 같다, 호시야."
"하지만 석민이가 맹물을 받아줬는걸."
인어가 제 손을 보며 까르르 웃었다.
아, 다행이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웃음을, 계속 보고 싶다고.
-예?! 초딩 문체 같다고요?
-너무 유치하다고?!
-맞아요 ㅇ.<
-그런데도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