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 옵하와 액히 [ 액히~ 횽아랑 저녘 가치 먹을레? ㅎ ] 부들부들, 이게 뭐야. 백현에게서 온 문자에 찬열은 액정을 부서버리고 싶었다. 백현은 복학생이었다. 군대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복학생. 찬열은 이제 갓 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였다. 입학하자마자 피곤함과 정신 없는 시간표에 휘둘릴 즈음 찬열에게 다가온 게 백현이었다. 찬열은 그 때 제가 백현과 친해지지만 않았더라면, 하고 가끔 생각했다. [ 네ㅎㅎ 뭐 좋아하세요? ] 찬열은 별수없이 답문을 써내려갔다. 야, 박찬열. 너 오늘 저녁에 뭐하냐? 물어오는 경수에게 찬열은 울상을 지어보였다. 그런 게 있어. 찬열은 진심으로 울고 싶었다. 왜? 또 그 선배? 동그란 눈을 치켜뜨고 말하는 경수에 결국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 선배 진짜 니 빠돌인가봐. 동네방네 니 얘기하고 다니는 것 같던데?" "제발 그런 이상한 소문 좀 듣고 오지마." "구씹 아니거든?" "구씹이건 구씹이 아니건 나는 안 믿을 거야. 저리 가." 오늘 김종인이랑 오세훈이 여자애들이랑 저녁 약속 잡았다고 오라던데, 불쌍한 새끼. 경수가 쯧 혀를 찼다. 찬열은 이때쯤 되니 진심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변백현 선배가 이걸 알고 저녁 같이 먹자고 하는 건가? 저기에 못 나가면 나는 여자를 못 만나고, 그럼 여자랑 사귀지도 못하고, 그렇게 되면 결혼도 못 하잖아. 변백현 선배는 내 혼삿길을 막는 주범이었어! 찬열은 손뼉을 탁 쳤다. 저 선배가 날 책임지면 되는구나! 찬열은 점점 제가 미쳐간다는 걸 느끼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제 옆에서 못 볼 꼴 본 듯 떨어져 걷는 경수를 발견했다. 이게 다 변백현 선배 때문이야. 속으로 생각한 순간 휴대폰이 반짝였다. [ 횽아는 액히 조와하는대ㅋ 넝담~ㅎ ( ͡° ͜ʖ ͡°) ] 찬열은 진심으로 백현을 블랙리스트에 집어넣고 싶었다. . 살랑살랑, 살랑살랑살랑, 살랑살랑살랑살랑. 찬열은 제 앞에서 흔들거리는 백현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싶었다.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겨서는. 생긴 것도 멀쩡하고, 심지어 백현은 돈도 많았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찬열의 생각이었지만 백현은 찬열을 데리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왔다. "애기야, 애기는 뭐 좋아해?" 백현이 물으며 찬열의 쪽으로 고개 기울였다. 찬열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뭘 좋아한다고 하면 선배 뜯어먹는 후배 같아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내심 백현을 배려해 고민했으나 백현은 잠깐 뜸을 들이다 말했다. "형아는 애기 좋아하는데." 왠지 반복되는 것 같은 패턴에 찬열은 한숨을 내쉬었다. 찬열이 생각하기에 백현에게는 단점이 딱 하나 있었는데, 유독 찬열에게만 형아니 애기니 하는 말을 썼고, 다른 사람 앞에서도 찬열이는 우리 애기야! 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찬열은 뭔가가 꼬여도 제대로 꼬였다는 걸 느끼고 대답했다. "전 아무거나요." 그렇다고 이대로 선배 등골이나 빼먹는 나쁜 후배가 돼서는 안 될 텐데. 찬열은 잠깐 고민하다 말했다. 후식 뭐 드실래요? 제가 살게요. 그러자 백현이 대답했다. 형아는 애기 먹고 싶은데. 농담이야. 그 말에 찬열은 다시 한 번 백현을 후려갈기고 싶었다. "장난 치시 마시고요." 사뭇 진지한 찬열의 말투에 백현이 눈썹을 팔자로 늘어뜨리고 말했다. 껩성……. 네? 무슨 성이요? 껩성……. 찬열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백현의 정신 세계 덕에 백현의 뇌를 뜯어보고 싶을 지경에 도달했다. 대체 뭘 먹고 자라면 저 멀쩡한 인간이 저럴까. "그럼 후식은 애기가 좋아하는 걸로 먹을까?" "네. 감사합니다." 고작 후식 하나 배려해 준 게 감사하다고 할 일까지는 아니었지만, 찬열은 백현에게 정중히 대답했다. 백현이 웃으며 찬열의 머리를 흩뜨렸다. 우리 애기, 스테이크 좋아해? 찬열은 그 말에 다시 한 번 백현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고려해 보기로 했다. 일단 돈이 많잖아. . [ 액히야 모헤? ㅎ 잘 드러갔어? ] [ 액히 지금 횽아랑 밀당헤? ㅎ 재밋다~ㅋ ] [ 야 여자애들 존나 예쁨 사진 보고 싶으면 답 띠셈 ] [ 액히 모야? 횽아 시러서 답 않 하는 거니?ㅜ 껩성... ] [ 액히야 옵하 집 압피야... 나와조ㅜ ] 찬열은 자는 사이에 도착한 문자들을 보고 허탈하게 웃었다. 먼저 어이 없는 건 백현의 저 요상한 껩성이라는 말이었고ㅡ유행어로 미는 것 같다ㅡ, 두번째로 화 나는 건 경수의 약 올리는 듯한 문자였다. 마지막으로는 지금 이 시간에 백현이 정말 집 앞에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일찍 잠이 든 게 죄지, 죄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집 앞에 있어? 찬열은 생각하면서도 머리를 꾹꾹 누르며 뭘 입어야 하나 고민했다. 순간 남자친구가 싸운 후 새벽까지 집 앞에서 기다렸다던 제 누나가 생각 나 찬열은 멈칫했다. 문자를 보내 볼까? [ 선배 지금 어디세요? ] 찬열은 문자가 전송되자마자 걸려온 백현의 전화에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애기야, 형아가 애기네 집 앞인데 왜 안 나와? 찬열은 그러면서도 떼지 않는 애기 소리에 백현이 참 징하다고 생각했다. 나름 다급하게 창문을 열어 아래를 확인하자 가로등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백현이 일어서서는 손을 흔들었다. "애기, 왜 지금 나와!" 소리 치는 백현을 내려다보던 찬열은 지금이 열두 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백현은 싱글벙글 웃었다. 저 선배는 또 뭐가 좋아서 웃어? 찬열은 백현의 속마음이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 횽아 춥다ㅜ 액히내 집에 드러가면 않 되? ] 진동과 함께 도착한 문자에 찬열은 별수없이 현관을 항했다. 청소 안 했는데 괜찮겠지?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듯 집 안으로 들어오는 백현에 찬열이 쉿, 하고 작게 속삭였다. 애기, 왜 이제 연락 받아? 형아 걱정 많이 했잖아. 조용히 속삭이는 백현의 목소리에 찬열이 입술을 꾹 물었다. 그게, 집에 오자마자 바로 잤어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찬열의 말에 백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화 내려나. 찬열은 잠깐 사과할까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저," "피곤했으면 말했어야지. 형아가 애기 피곤한데 막 불러낼 사람이야? 아니잖아. 형아가 무서워? 형아는 너 걱정돼 가지고……, 진짜." "죄송해요……." "애기가 뭐가 미안해. 그래서 잠은 잘 잤고?" "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뭐 그런 거 가지고 감사해. 형아가 애기 좋아할 것 같아서 초밥 사 왔는데 먹을래? 앗, 진짜요? 감사해요. 찬열은 방금부로 백현이 조금, 아주 조금 달라 보였다. 그러니까, 음……. 초록 불이 들어왔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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