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스무살의 문턱에 나는 서 있다.
수능이 끝나고 방학을 맞았고 정시 원서 접수도 끝났다. 몇몇 아이들은 추합을 기다리고 있고 몇몇 아이들은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이제 내 10대를 함께한 교복과도 작별이며 정든 이 학교도 끝이다.
친구들과도 다른 대학, 같은학교라도 다른 과... 그리고 이제 김종인 너와도 끝이겠지?
언제 부터일까, 그냥 니가 좋았다. 19살이 풍길수 있는 소년의 향기와 어른의 냄새가 오묘하게 섞인 너를 보는게 좋았다.
나는 니가 어디 사는지도, 그 흔한 번호도 모르고 너와 말 한마디도 제대로 해 보지 못했다. 너는 그냥 나에게 연예인 같은 존재였다.
굳이 서로에 입에서 말이 오가지 않아도, 그냥 내 눈앞에만 있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너와 잘되는 상상따위 해 보지 않았다. 너는 그런 존재였다.
내가 감히 너와? 내가 감히 너를? 나와는 당연히 어울리지 않겠지 어울릴 리가 없지,
난 너와 말 몇 마디 제대로 나누지 못했지만 너를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설렜다.
김종인 너는 여타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딱히 모범생 타입도 아니고 마당발도 아니다. 딱 자기가 필요한 사람, 의지가 되는 사람만 곁에 두는 타입이었다.사실은 김종인 주위의 사람들이 김종인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해한다, 그 아이는 또래아이들의 동경의 대상이다. 아마 김종인도 저렇게 교복바지를 터질듯 줄여입고 브랜드 이름이 적힌 패딩을 입지않으면 찌질이라고 여기는 부류의 사람이었다면 나는 녀석을 좋아하지 않았을 거다. 좋아하기는 커녕 관심도 없었을걸,
하지만, 다행히도 너는 다른아이였다. 너는 정말로 멋있어 보이는것이 어느것인줄 알았다. 너는 매사에 깔끔함을 추구했다. 무엇이든 너는 필요하지 않은게 들어간 것을 싫어했다. 거의 대부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너는 주로 이런말을 내뱉었다. 그건 별로 필요없잖아. 꼭 필요해?
나는 너에게 내 감정을 표출한적이 없다. 너는 그냥 나를 같은반에 있는 평범한 여자아이로 알겠지.
졸업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지금도 나는 니가 어느학교를 갔는지 조차 모르는데 말이다. 교장선생님의 긴 훈화 말씀이 이어지고
그렇게 졸업식은 끝났다. 친구들과 웃으며 사진을 찍고 꽃다발을 손에쥔채 선생님과도 사진을 찍었다. 강당에서 하는 모든 일정은 끝났고
마지막으로 교실에 들어가서 상장과 앨범을 받으면 이제 더 이상 너와 한 공간안에 있을 구실이 없어진다.
교실안에서 들어서자 한 눈에 들어오는 니가 보인다. 나는 이번 수능을 꽤나 잘 봤다. 너는 반에서 공부를 좀 하는 아이였다. 어쩌면....
어쩌면? 너와 같은 학교에 들어간건 아닐까? 생각하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설령 같은 학교라해도 오다가다 몇번 마주치는것 이외에는 지금이랑 똑같을 거니까..
선생님께서는 번호순으로 앉은 우리반 아이들을 한명씩 불러내어 졸업앨범과 상장 그리고 개인 덕담을 간단히 말해주셨다.
내 차례가 되었고 선생님께서는 그 동안 수고 많았고 학교에서 적응 잘하란 평범하고 일상적인 말씀을 해주셨다.
너와 나 사이에 몇명의 아이들이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네 차례가 되고 아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 종인이 이녀석, 대학 안가려고 하더니 결국 잘 결정한것 같구나.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려면 아무렴 대학이 중요하지"
사실 뒷 말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김종인이 대학을 안가려고 했다니..선생님의 말씀에 너는 멋쩍은 듯 웃었다.
너의 웃음에 기분이 좋아졌다. 시간이 느리게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 아니, 욕심을 더 부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주인공 여자아이의 이름은 뭘로 할까
불특정다수를 위한 이름을 할까 고민중입니다
사실 정식연재도 살짝 고민중이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