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황민현옹성우김재환]
[4인의 프로페셔널]
*버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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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잠의 늪에서 얼마동안을 허우적댔던가,
잘 떠지지도 않는 건조한 눈을 문지른 나는
익숙한 향기가 배인 이 침대에서
조금 더 밍기적거렸다.
항상 악몽을 꾸는 날이면
혼자 거실로 나와선 애착담요쯤 되는 이불로
내 몸을 둘둘 감싼 뒤,
뜬 눈으로 새벽을 지샜던 적이 있었다.
어서 이 기나긴 밤이 지나가기를.
애꿎은 입술만 짓이기며
거실소파에 있던 나를 발견한 오빠는
잠시 고민하더니
날 방으로 이끌었다.
내일 일찍 나가잖아,
조금이라도 자야지.
걱정마, 옆에 있을게.
내가 침대에 누울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만 보던 오빠는
내가 자리를 잡고 두 눈을 감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정말 내가 두 눈을 감지 않는다면,
그대로 감을 때까지 곁에 서있을 것만 같아
잠든 척이라도 했다.
사브작,사브작,
고양이가 지나가는 듯한
조심스러운 소리 몇번에
다시 두 눈을 떠보면.
벽에 등지고 자는 그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팔짱을 낀 채로 고개는 구부정하게 아래를 향해있어
위태로운 모습을 보자니,
미안한 감정이
마음 속에 섞여 들어왔다.
마음 같아서는 깨워서
침대에서 편히 자도록 하고싶지만,
고집이 여간내기가 아닌 걸 알았기에
내키는 대로,
두 눈에 들어온 큼지막한 손을 잡았다.
그 때 처음으로
타의가 아닌 내 자의로
오빠 손을 끌어다 잡은 거 같다.
*KJH
진짜 잘자네.
진짜 죽은 것처럼 자,
영원히 잠든 것 마냥.
혹시나 하고 들어가본 성우 형 방에는
저주받은 물레에 찔려
영원히 잠든 공주가 있었다.
잠버릇 심한 우리 공주는
역시나, 자다가 더웠는지
이불을 걷어낸 채 잠들었고
나는 다시 덮어주고 몇 번 토닥여주다
조용히 빠져나왔다.
내가 잠든 사이에 ㅇㅇ가 일어나는
사단을 막기 위하여
피곤하지만 깨어있기로 했다.
소파에 길게 누워
의미없이 티비 채널을 몇 번 돌렸을까,
부스스한 모습의
ㅇㅇ가 거실로 걸어나왔다.
숙면을 취하셨는지
뽀얗게 부어버린 볼을 그냥 지나칠리 없었기에,
나는 두 볼을 잡고 조물거리며
찰흙놀이를 했다.
내 행동에 멍했던 정신이 돌아왔는지
ㅇㅇ가는 그 즉시 내 손을 낚아채곤
죽는다, 식의 앙칼진 으름장을 놓았다.
자기야,
맛있어? 내가 해주니깐 맛있지?
말없이 국을 한 숟갈 퍼서
입으로 가져가던 ㅇㅇ는
사레가 들린건지
물 한잔을 훌쩍, 들이키더니
떨더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애정결핍을 아주 온 몸으로 드러내는구만,
재환아,
그럴거면 연애를 해.
칼같이 우리 사이에 선을 긋는 너를 보며
난 무슨 생각을 해야하는 걸까,
내게 애정결핍이라고 진단하며
자연스럽게 내 왼손을 끌어다
깍지를 끼는 너의 행동에
난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친구 하나 구제해준다며,
이건 의료적 사명감이라며
운운하는 너는
나와 조금이라도 같은 마음이 없을까.
나를 마주보고있는 너에게
혹시라도 티가 날까,
의미없는 장난을 치대며
분위기를 바꿔보려고했고
넌 오늘도 내게 속아
자연스레 넘어갔다.
*HMH
오늘은 조금 늦을 거 같다는 내 문자에
ㅇㅇ는 직접 스튜디오로 찾아와 식사를
배달해주겠다며 의기양양해보였다.
배달음식을 시키면 된다고,
이 곳까지 찾아오기에는 너무 번거롭다는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꼭 가야한다는 ㅇㅇ가에 한번 져주기로했다.
ㅇㅇ가 찾아오기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는 없기에,
편집할 것들을 모아 서둘러 시작했다.
하나의 디테일도 쉬이 넘겨버릴 수는 없는 직업인지라
널찍한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듯이
집중하고 있다가도,
황프로님,
배달왔습니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작은 속삭임에
몸이 먼저 빠르게 반응했다.
와아,
나 주려고 이렇게 많이 가져온거야?
......
오빠 조금 감동받았는데?
분홍색 보온 도시락에 담긴
반찬과 갓 지은 밥, 따듯한 국을 보자마자
나는 내가 있는 식탁과 멀찍이 떨어진
모니터 앞 ㅇㅇ가 들리게끔 칭찬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모니터 앞을 떠날 줄 모르는 ㅇㅇ가에
나는 ㅇㅇ가 눈치채지 못하게
느리고 조용하게 가까이 다가가
어깨 너머로 넘겨다보았다.
ㅇㅇ의 손에 들려있는
모델의 명함과
그 명함 뒷면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입술자국,
그리고 의미심장한 문장 하나.
..........오빠, 연애해?
내가 뒤에서 넘겨다 보고있다는 걸
이미 눈치챈 ㅇㅇ는
그대로 뒤돌아 내게 질문 하나를 던졌고,
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의 표정을 읽는 것에
머리를 좀 더 써야했다.
너의 그 애매한 표정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걸까,
나에게 그저 어린 여동생일 뿐인데,
넌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길래.
그런 표정을 내게 지어보이는 걸까.
당황스러웠다,
이 작은 명함 하나가
너와 나 사이를 이렇게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말없이 고개를 떨구던 너는
내 손에 명함을 쥐어주고는
그대로 스튜디오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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