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훈은 학교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어떤 새끼가 일훈이 생전 본 적도 없는 아저씨와 함께 차에 올라타는 걸 목격했다더라. 몸을 판다더라. 원조교제를 한다더라. 일훈도 자신에게서 그런 이상한 소문이 떠도는 걸 눈치챈 지 오래였다. 가끔 자신의 면전에 대고 대놓고 쑥덕대는 새끼들을 보며 일훈은 나에게 속삭였다.
" 너도 그 소문 믿냐. "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일훈과 같이 짝이 된 것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 그냥 단순히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일훈이라는 존재는 그저 귀찮은 존재일 뿐이었다. 그 소문을 믿냐는, 일훈의 물음에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 응. 대답하고 괜히 내가 더 찔려 입을 꾸욱 다물었다. 아, 이러면 안 되는 건가. 괜히 한 번 머리를 매만지다가 일훈의 표정을 살피니 예상외로 일훈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무덤덤하게 나와 눈을 맞춘다.
" 대답 참 시원하네. "
정일훈의 반응은 그거뿐이었다.
*
일훈은 쉬는 시간마다 교실을 빠져나갔다. 한 손에는 내지 않은 핸드폰을 꼬옥 쥔 채로. 평소에 일훈을 잔뜩 씹어대는 새끼들은 또 오지랖 넓게 지랄들 하기 시작했다. 분명 원조교제 하는 아저씨 전화를 받으러 가는 게 분명하다…. 게이바에서 온 전화다. 온갖 말도 안 되는 더러운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왜 저리 말들이 많은 것인지, 그래. 그날은 내 신경이 평소와 다르게 날카로워서 그런 것이다. 평소에 한 귀에 흘리던 이야기가 괜히 더럽게 느껴지는 것은. 자신의 소문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정일훈도 병신이고, 그런 일훈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새끼들도 병신이다.
한참 듣기 거북한 음담패설이 오고 가다가 이내 약속이라도 한 듯 뚝 하고 멈췄다. 여전히 한 손에 핸드폰을 쥔 채로 터벅터벅 교실로 들어오는 일훈. 나도 모르게 시선이 일훈의 얼굴에 머물다가 이내 쭈욱 내려갔다. 일훈도 그런 내 시선을 느낀 듯 눈을 한 번 끔뻑이다가 이내 의자를 끌어 옆자리에 익숙하게 엉덩이를 붙인다.
그래. 항상 궁금했던 게 일훈에게선 항상 뭔가 알 수 없는 독특한 향기가 풍겼다. 그렇다고 여자들이 뿌리는 그런 진한 향기 냄새가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히 남자 향수 냄새도 아니었다.
" 야. 너 향수 써? "
" 아니. "
" 아, 그래. "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된 건데 주위 애들은 일훈에게 아무 냄새도 맡아본 적 없다고 한다.
*
정확히 금요일, 야간 자율 시간에 깜빡 잠들다 눈을 떴을 땐 이미 교실은 적막함 그 자체였다. 모두 종이 치기도 무섭게 바로 집으로 발을 뗐는지 학교 안은 무섭도록 잠잠했다. 어떻게 아무도 안 깨워주냐. 찌뿌둥한 몸을 힘겹게 일으켜 가방을 챙겨 메었다. 그리고 막 교실 불을 끄고 나가려는데 어렴풋이 들려오는 내 귀를 간지럽히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 정일훈 아직 있었구나. 잠결이라 감각이 무뎌져서 그런가. 일훈도 자다 일어난 모양인지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주섬주섬 가방을 멘다. 빨리 나와. 약간 독촉하는 듯한 내 말에 일훈은 대답도 않고 한 번 나를 짧게 쳐다보다가 이내 성큼성큼 걸어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나를 홱 하고 지나친다. 뭔가 기분이 뒤숭숭하다.
괜히 일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미간을 한 번 좁혔다가 풀고는 막 앞문을 닫으려는데 교탁 위 핸드폰 수납 가방에 익숙한 핸드폰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저 새끼 핸드폰 두고 갔네. 평소에 잘 내지도 않은 핸드폰을 왜 냈는지, 그러니까 칠칠맞게 챙기지도 않고 저렇게 쌩하고 가지. 터덜터덜 걸어가 수납 가방에 덩그러니 있는 일훈의 핸드폰을 집었다. 끄지도 않은 모양인지 버릇적으로 가운데 홈 부분을 꾸욱 누르니 환하게 액정이 빛을 내면 첫 화면을 띄었다.
" …미친. "
왜 일훈의 핸드폰 화면이 생전 보지도 못한 내 사진인건지. 그때 나는 그걸 봤음에도 병신같이 눈치채지 못했다. 나에게 차지하는 일훈의 존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