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존버는 승리한다는 무슨
됴잉이를 기다리기 시작한 지 30분
됴잉이는 일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됴잉이를 기다리기 시작한 지 1시간
됴잉이는 일어날 생각이 없는 거 같다.
됴잉이를 기다리기 1시간 30분
화장실이 가고 싶다.
인간은 의지를 가졌고 나는 의지의 한국인
어떻게 해서든 됴잉이를 깨우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성공했다.
이제 됴잉이만 넘어가면 되는데
아
아니 바닥에 뿌려진 잡곡들에 미끄러져 머리 깰뻔했다.
됴잉이 너 일어나기만 해봐
일단 화장실 먼저.
음 화장실 갔다 온 게 길어도 3분이라고 치면 그래 긴 시간은 아니지
내가 그렇게 조용히 잘 나간 건가
얘 왜 안 일어나...
어휴 잘생겼어 이걸 깨워야 돼 말아야 돼
일단 뭐라도 먹고 있으면 깨겠지.
08. 걱정했는데
슬슬 느껴지는 허기짐에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고
컵라면에 물을 붓고 3분을 기다렸다.
그리고 됴잉이를 보러 갔다.
여전히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라면을 입에 넣으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어젯밤 닫지 못한 창을 보게 되었고
크게 적힌 글씨에는
'다람쥐 겨울잠에 대해 알아보자.'라고 적혀있었다.
그러니까 쟤 먹을 거 실컷 먹고 자는 거라는 거지?
진짜 다행이다.
큰일 난 줄 알고 걱정했는데.
일어나기만 해 맛있는 호두를 먹여버릴 거야.
09. 됴잉이는 호두를 찢어
집에 인스턴트만 잔뜩 있지 됴잉이가 먹을 게 없네요.
쳇바퀴, 과일, 피아몬드, 호두 음 이 정도면 괜찮겠죠.
나름 빨리 다녀온다고 생각했는데 40분이 넘게 걸렸네요
하 제가 집으로 돌아와서 본 보습이 뭔지 아십니까
저렇게 거실을 활보하는 됴잉이였습니다.
인기척이 들리자 거실에서 제 앞까지 쪼르륵 뛰어오더니 손에 들린 비닐봉지 안으로 들어갑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다시 됴잉이가 밖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손에 호두 하나를 들고 말이죠
음 혼자 깔 수 있을까 잠시 걱정했는데요.
네 다람쥐는 호두를 찢습니다.
"주인나 이거 넘무 마싯다."
"안에 더 있는 거 봤는데 됴잉이 더 주면 안되겐니."
이걸 줘야 되나 싶네요
"됴잉아 너 이거 더 먹으면 배 터질 거 같은데."
제 말에 고개를 숙여 자기 배를 보더니 슥슥 손으로 두어 번 문지르던 됴잉이는
어딘가 시무룩해 보이는 표정을 짓습니다.
"알겠단다 주인나..."
현실을 자각한 됴잉이는 다시 거실을 활보하고 다녔답니다.
오늘의 됴잉 |
입에 호두 잔뜩 넣고 주인 쳐다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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