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갑에, 카드에, 선크림, 립밤,"
또...
가방에 들어있던 걸 생각하다 머리를 쥐어뜯었다.
결국 한상혁은 나중에 거하게 저녁을 쏘는 걸로 합의를 보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한상혁이 나가자마자 급하게 씻고 나온 너가 책상에 앉았다.
고민에 빠진 너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열려있는 집 창문 앞으로 굳게 닫힌 이재환네 집 창문이 보였다.
너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이렇게 창문으로도 우연히 마주칠까봐 겁나는데
어떻게 직접 가서 가방을 달라고 할까,
머리를 긁적이다 고개를 숙였다.
책상에 박은 머리가 아팠지만 너는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띵동,
고개를 들어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뭐지, 하는 마음으로 문 밖을 살짝 확인해보았다.
동그란 바깥 안으로 빤히 서있는 정택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너는 가방을 갖고 온건가 싶어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어주었다.
너가 문을 열자마자 정택운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그러나 가방같이 생긴 건 보이지도 않았다.
"기분 나쁘게 왜 그렇게 보냐."
주머니에 손을 빼더니 말을 툭 던지는 정택운이었다.
그런 정택운에게 너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정택운은 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이재환이랑은 싸웠어?"
너가 그 말에 정택운의 시선을 피했다.
싸웠구나, 하고 정택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싸운 건 아니지만,
"오늘 퇴원해. 불편하면 뭐, 알아서 피해다녀."
정택운은 자기 할 말이 다 끝났다는 듯 다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가는 정택운을 붙잡았다.
"왜."
"가방... 같은 거 못 봤어요?"
정택운이 너의 말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 말고.. 병원에서."
정택운은 너를 빤히 쳐다보다 입을 벌렸다.
너가 눈썹을 올리며 그런 정택운을 기대에 부풀며 바라보았다.
"그거, 너꺼 같아서 이재환줬는데."
순간 몸이 굳었다.
처음으로 정택운이 너에게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단호하게 너가 잘 피해다녀, 하지만 나는 가방을 전해줄 생각은 없어.
뭐 이런거?
너에게 손을 흔들며 계단을 내려가는 정택운을 바라보았다.
이런 상황, 한 번이 아닌 것 같지만 그냥 헛발질 한 번 하고 말았다.
많은 건 바랄 수도 없는 사람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재환이 퇴원한다는 것까지 알려주는 것 보면 속은 깊은 사람일 것이다.
너가 바깥에 나와 있다 현관문을 닫았다.
*
"나 이러고 나간 거니?"
정택운이 가고 시간이 꽤 지나 너는 거울에서 꾀죄죄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햇빛이 쨍쨍한 오후에 너의 앞에 보이는 건 한 거지였다.
그래도 아까는 씻고 바로 후였으니까 괜찮겠지 라는 마음으로 대충 머리를 빗었다.
띵동,
열심히 선크림이라도 바르고 있는 와중에 벨소리가 들렸다.
대충 입술까지 찍어바른 후 방에서 나왔다.
띵동.
정택운이 가방을 가져다 줬나 싶어 한걸음에 달려갔다.
알았다고 소리를 지르며 문을 황급히 열었다.
"......어,"
문을 열었더니 앞에 있는 사람은 정택운이 아니었다.
가방을 들고 있는 남자는 조심스럽게 너를 바라보았다.
"..자. 가방 놓고 갔더라."
안경을 쓰고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이재환이었다.
이재환은 가방을 들고 있다 너에게 건넸다.
너가 어색하게 가방을 건네받았다.
이재환이 가만히 땅을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이해해."
"어..?"
갑자기 이해한다는 말에 너가 이재환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너가 가버려서 말 못했어.
너가 화가 난 것도 이해해서 ....미안하다는 말 하고 싶었어."
".....아니야."
너의 말에 이재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가 연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닫았다.
"... 그럼 들어갈게."
문을 닫자마자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그냥 생각보다 휭 지나간 것 같았다.
만나서 뭘 기대라도 한걸까,
슬금 문 밖을 동그란 틈으로 확인했다.
아직도 서 있는 이재환을 바라보았다.
이재환은 한참을 서 있다 머리를 긁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이재환 모습에 너가 조금 미안함을 느꼈다.
왜 이재환이 미안하다고 하는 건지, 여기까지 와서 전할 필요도 없는 말을,전하고.
너가 다시 방으로 들어와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가방을 들어 책상 위에 얹어놓았다.
이렇게 고민하는 것도 참 바보같은 생각같아 접기로 했다.
*
어느새 밤이 어두컴컴해졌다.
이제 여름이 시작됬는지 꽤 밤날씨가 후덥지근했다.
아직 선풍기나 에어컨도 없는 집인데 너무 준비를 하지 않았나보다.
방 불을 모두 끄고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다.
티비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는지 어떤 사람이 나오는지는 상관 없었다.
그저 멍하니 집중할 곳이 필요했다.
그렇게 있다보니 새근새근 잠이 찾아왔다.
너는 리모컨으로 티비를 끄고 소파에 스르르 누웠다.
그냥 이렇게 자고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
*
".........으음...."
자리가 불편했는지 몸을 뒤척였다.
부스럭,
무슨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냥 집 안 소음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그러다 왠지 모를 불안함에 눈을 살짝 떴다.
부스럭,
살짝 고개를 들어 소파 밑을 더듬거려 핸드폰을 찾았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3시였다.
너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꺼진 불 안에 거실이 조용했다.
너가 슬금슬금 일어나 구석으로 벌벌 떨며 향했다.
혹시 몰라 예전에 이재환이 준 자신이 쓰던 야구방망이를 들었다.
너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핸드폰으로 경찰에게 전화를 할까 고민하다 야구방망이를 힘껏 쥐고 발을 내딛었다.
"......"
옆을 힐끔 보았다.
불을 켜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못했다.
땡강.
불을 키려는 순간에 무언가 발에 걸렸다.
생각보다 집안이 지저분한 꼴이었던 것이었다.
너가 당황하며 재빨리 불을 키려고 뛰어갔다.
"꺄아악!"
누군가가 너의 손을 부여잡자 너가 놀라 소리를 질렀다.
얼굴을 확인하려고 눈을 질끈 감았다 떠 보았다 전혀 모르는 덩치 큰 남성이었다.
남자는 너에게 검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집에 도둑이 들 줄이야.
"별빛아!"
순간 옆 집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재환 목소리에 반가움을 느낀 너가 소리쳤다.
"재환아!!"
괜히 도둑을 자극시킨 꼴이었다.
너를 밀쳐 던져내더니 급하게 가방을 챙기는 모습이었다.
"너 누구야!!"
도둑은 이재환 쪽을 힐끔 보더니 아예 창문을 닫아버렸다.
열려진 창문,
'너, 창문 열고 집 나갔더라?'
아,
창문으로 들어왔다는 생각도 잠시,
너가 꽉 쥐고 있던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1.... 1..."
너가 떨린 손으로 급하게 번호를 쳤다.
창 밖에선 이재환이 급하게 창틀을 치곤 바로 집 밖을 나섰다.
그 순간 핸드폰을 들어 거실로 던져버리는 도둑이었다.
"이봐요!"
너가 앉은 채로 남자를 바라보자 어두운 주위로 내려다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등골이 오싹했다.
살기가 느껴지는 시선이었다.
확실하게, 도둑질만 하고 도망쳐버리는 사람은 아니었다는거.
남자는 매서운 눈으로 너를 치켜떴다.
손에 들려있는 큰 손전등이 신경쓰였다.
"별빛아!"
집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머리 위로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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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후ㅠㅠㅠㅠㅠ제가 너무 늦게 왔죠ㅠㅠㅠ저를 치세요ㅠㅠㅠㅠ
무슨 일이 있어서 늦게 와버렸네요!!ㅠㅠ 다음편은 빠르게 들고 올게요!!
글만 재밌게 봐주세요!!ㅠㅠㅠㅠ 지난 댓글도 다 읽고 있다는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