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퉁이와 나는 오랜 친구다. 내 기억이 시작될 때부터 기억 속에는 퉁퉁이가 존재했다. 나와 퉁퉁이는 오래 친하게 지낸 만큼 서로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았고 우리 사이에는 끈끈한 무언가 있었다. 그런 우리가. 정확히는 그랬었던 우리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을 때, 난 그저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여자가 아닌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이듬해 고2 여름방학 보충 때 였다.
우리 학교는 보충기간에도 교복을 입게 했다. 매일 집에 돌아올때면 푹 젖은 하복 와이셔츠를 빠는게 고역이었다. 난 아침부터 비척비척 일어나 욕을 늘어놓으며 옷을 입었다. 아직 학교에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가기 싫다는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아침에 먹을 빵을 챙기고 가방을 맸을 때 시계는 8시 3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 늦겠다. 난 바삐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마자 정수리가 타는 듯한 뜨거움이 느껴졌다.
윽 ㅅㅂ 내가 태양에게 잘못한 점이 있던가 맞아 난 빅뱅말고 엑소 좋아해 그래서 이러는거야? 이 순간 만큼은 사람하나 죽일기세로 작열하는 태양이 원망스러웠다. 40도를 육박하는 푹푹찌는 날씨에 그냥 이대로 쓰러져서 눈떴을 때 집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 쯤 익숙한 자전거 클락션 소리가 들렸다.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가는 상황에서 볼품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대충 털어냈다.
"야 탈래?"
역시나. 자전거의 주인은 퉁퉁이였다. 안그래도 큰 덩치에 힘들었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너랑 딱 붙어서 가는거 싫거든? 안그래도 힘든데 말 걸지말고 가던 길 가라"
"진구야 형 좀 서운하다"
"뭐래"
"너 하나쯤 태울 자리는 있어."
나 지각한다. 빨리. 아 빨리. 퉁퉁이는 뒷자리를 손으로탁탁 두드리며 끈질기게 나를 잡아세웠다.
'오늘따라 왜 이래.'
난 내심 좋았지만 못이기는 척 자전거 뒷자리에 걸터 앉았다. 그런데 좁았다.
"야 여기 너무 좁다. 걍 걸어갈래"
"꽉 잡아 인마!"
내 말을 들은 척도 안하고 우다다다다다다다닫ㄷ 페달을 밟는 퉁퉁이의 목에 흐르는 땀이 순간 반짝였다. 뭐지 남자애 목에 흐르는 땀이 이렇게 반짝일 수가...
퉁퉁이 덕분에 나는 간신히 지각을 면했고 1교시가 체육시간이라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나도 옷을 갈아입기 위해 사물함을 열었는데 있어야할 체육복이 없었다. 어제 체육복을 빠느라 집에 들고 간 것을 기억해낸 나는 교복을 입은 채 문을 나서려 했다. 그 때, 내 머리 위로 무언가 떨어져 시야를 가렸다.
"아, 뭐야"
얼핏 봐도 사이즈가 큰 체육복이었다.
"너 체육복 안가져왔지? 이거라도 입어"
"너는?"
내 말에 퉁퉁이는 윙크를 날라며 반을 나갔다. OMG. 존나 섹시... 이런게 바로 더티섹시인가?
뜨거운 땡볕 아래 2학년 3반이 꽉 들어 찬 운동장. 난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으며 간신히 버티고 서 있었다. 날씨는 또 얼마나 더운지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쏟아졌다. 이거 내꺼 아닌데. 땀에 흠뻑젖어 교복을 펄럭이고 있는 퉁퉁이가 자꾸 신경쓰였다. 마음이 심란해지려는 와중에 양복을 빼입은 선생님이 오셨다.
"자자. 오늘 선생님 출장이라 양복 빼 입은거 보이지? 반장 말 잘 듣고 이탈하면 빠따친다"
"네-"
"공 가져올 동안 편가르고 짝지어서 앉아있어"
"네-"
선생님이 떠나고 난 뒤 각자 남녀 남녀 마음 맞는 친구끼리 짝을 맞추기 시작했다. 나도 짝을 맞추기 위해 돌아다니는데 마침 은우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도 잘생겼다. 차은우. 나는 영업용 사이비 미소를 지으며 은우에게 다가갔다.
"은우야 혹시 짝 있어?"
"아니 같이 할래?"
"응 그럼 그럴ㄲ,,, "
"진구. 너 나랑 한다며 빨리 가자"
아 ㅅㅂ... 콧소리까지 넣어가며 작업쳤구만. 우리 은우와 함께 짝피구 할 수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좀 친해지려고 했더니만. 퉁퉁이에게 납치당하는 바람에 내 치밀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퉁퉁이는 나를 질질 끌고 운동장 구석 벤치에 앉혔다.
"야 나 은우랑 할거야. 이거 놔"
"좋으면서 튕기기는"
"제발 좀. 너 때문에 내가"
망했다고. 알아? 우리가 짝피구 하나로 투닥대고 있던 중 저 멀리서 체육쌤이 공을 들고 오는게 보였다. 공을 던졌다가 받았다가 하는 모습이 꼭 야구 선수 같았다. 정장을 입어서 그런지 좀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근데 왜 우리 쪽으로 오고 계시지?'
단단히 화가 난듯한 저 눈빛.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간 듯한 근육. 난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야 피해"
"앙?"
"피하라고 미친"
어? 어어? 공은 몇초 사이에 정확히 퉁퉁이의 봉긋한 뒤통수를 강타했다.
"아! 누구야"
"나다.내가.체육복.입으라고.했어.안했어"
"아, 죄송합니다"
"체육복 왜 안입었는지 설명하기 전까지 짝피구 안한다"
체육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른 아이들의 이목까지 퉁퉁이에게로 집중되었다. 좆됐다... 퉁퉁이가 나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자꾸만 부딪히는 시선에 나는 필사적으로 퉁퉁이를 모른척했다. 퉁퉁이는 무언가 결심한듯이 나를 바라보며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은우한테 가'
갑자기 왜 저래 불안하게. 내가 손을 들고 말하려는데 퉁퉁이가 당당하게 체육쌤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너 자신을 알라!!!!!!!!!!"
결국 퉁퉁이는 체육시간에 빠따 50대를 맞고 쓰러졌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난 간신히 깨어난 퉁퉁이를 부축해 교실로 향했다. 아니야. 아무래도 걸음걸이를 보아하니 정상은 아닌데 보건실로 데려가야겠다.
"괜찮냐?"
"당연하지. 나 퉁퉁 절대 울지않아. 네버크라이"
"야 그러면 똑바로 좀 걸어 진짜 창피해서 못 봐주겠다 보건실가자 약발라줄게"
"니가 직접 발라준다고? 콜"
안녕하세요?^^ 곶아입니다^^ 원래는 이미 연재하고 있던 다른 작품을 완결하고 새로운 작품을 업로드할 예정이었으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빨리 독자님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허헣^^ 이번 작품도 독자님들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이 댓글을 달아주시면 댓글을 보고 신난 작가가 엉덩이를 흔드는 걸 볼 수는 없고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