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건 내 알 바인 것 같다. 지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이상하네…… 이런 냄새를 풍기면서 그런 표정을 짓는다니.”
심지어 저 애랑 있을 때는 냄새가 약해져.
“너 정체가 뭐야?”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똑바로 해.”
태형은 아까부터 뒤를 졸졸 따라다니더니 방까지 따라 들어와선, 들으란 듯 중얼거리는 지민에게 쏘아붙였다. 그리고 기다렸단 듯 들리는 대답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너 냄새 나.”
“뭐?”
“존나 냄새난다고. 탁한 냄새. 그리고 왜 걔랑 있을 땐 미약해지는데?”
“아무 짓도 안 하고 다니는데.”
“아무 짓도 안 하고 다니는데 네가 래번클로일 리가.”
“…….”
“뼛속까지 슬리데린인 인간이 어떻게 래번클로에 있는 건지 좀 알아도 될까?”
모두가 나간 빈 방. 기차를 타기 위한 짐을 싸고 마지막으로 방을 비우던 태형이 지민을 돌아보았다. 계절감각도 없이 파란 머플러를 하고 있는 모양새가 퍽 우스웠다.
“왜 이렇게 나한테 관심이 많을까?”
“말하기 싫으면 관둬라. 너 말고도 알아낼 방법은 많으니까.”
그렇게 말 한 지민은 씨익 웃으며 창밖으로 훌쩍 뛰어 내렸다. 그런 지민을 태형은 서늘한 눈으로 끝까지 좇으며 생각했다.
또 저 꿰뚫는 눈에, 말간 얼굴. 아아, 정말.
“거슬려.”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27.
두 번째로 맞는 여름방학이었고, 여섯 번째로 타는 기차였다. 태형과 로운은 이번에도 114번 칸에 함께 탔다. 태형은 기억하고, 로운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칸. 태형은 구태여 로운에게 이 칸의 비밀을 말하지 않았다. 그 기억을 로운에게 보태지 않아도, 로운은 지금 제 앞에서 웃고 있으니까.
다만 조금 거슬리는 건. 로운의 가방 안에 있는 저 칼.
“그래서 내가 엄마한테 소리 지르지 말라고 그랬거든? 그러니까 엄마가 너나 소리 지르지 마! 하는 거야. 그 날 엄마랑 나 둘 다 목이 완전히 쉬어서……”
그리고 태형은 또 구태여, 칼의 거슬림을 말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눈앞에 있었으니까.
태형과 로운은 그렇게 첫 만남과는 다르게 둘 모두 깨어 있는 상태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덜컹거리는 기차에 신경 쓸 틈도 없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각자의 고향을 향해 달려갔다.
로운은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짐정리도 미룬 채 그리웠던 모든 곳을 둘러보았다. 모두 태형에게 입이 닳도록 말했던 것이었다. 옆집의 염소와 뒷산의 과일나무. 산 너머 언덕의 석양과 그곳에 아빠와 함께 만든 그네. 숲속의 작은 개울과 제게만 모습을 보이는 다람쥐 같은 것들. 조금만 나가면 있는 장터에는 로운이 없는 사이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왔고, 로운은 방학동안 그곳을 모두 들러 태형에게 들려줄 이야기보따리를 채우기로 했다.
긴 긴 방학동안 로운은 많은 것을 했다. 옆집 염소가 한 마리에서 두 마리가 되는 것을 도와주고, 뒷산의 과일나무가 잘 열리도록 솎아줬다. 산 너머의 언덕에서 석양뿐 아니라 몰래 나가서 본 자정의 별들도 눈에 담았고, 다람쥐에게 직접 구운 쿠키 같은 것을 나눠줬다. 용돈을 모아 새로 생긴 가게에도 들렀고, 부모님을 따라 조금 먼 다이애건 앨리에도 갔다. 지난 방학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사이사이에 지민이 꼈다는 것. 물론 부모님의 눈을 피해 칼 형태로 있는 것이 다반사였지만.
아무튼 로운은 다이애건 앨리에서 부모님과 잠시 떨어져서는, 그때 갔던 골목을 찾았다. 그리고 지팡이를 꺼내 태형이 쳤던 순서대로, 이 위치가 아닌 것 같으면 조금씩 걸음을 옮겨가며 벽을 쳤다. 그리고 마침내 큐브처럼 벽이 열렸을 때, 가게 안으로 들어가 낯선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거기까지 가자 조금 들뜬 마음이 들어 가게 밖까지 나왔지만 그 이상 나가지는 않았다.
머글세계. 입출구만 알고, 마법만 쓰지 않는다면야 얼마든지 몰래 찾아 갈 수 있는 곳이었지만, 어쩌면 태형을 만날지도 몰랐지만.
“가려고?”
로운은 꼭 가게 앞까지만 걸음하고 그 이상은 못했다.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으니 항상 서슴없던 행동들이 조심스러워졌다.
“맨날 제대로 나가지도 않을 거면서 뭐 하러 나와?”
지민의 물음에 로운은 그냥, 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이애건 앨리에 갈 때마다 꼭 그 바로 앞까지만 나갔다 돌아오기를 몇 번. 로운은 태형에게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로운은 언젠가 태형이 먼저 부칠 짐이라며 소포를 꾸리던 기억을 더듬어 봉투에 주소부터 썼다. 그리고 한 자 한 자 풀어냈다. 그동안 모아놓은 이야기보따리들을. 만나서 풀면 더 즐겁겠지만 그러기에 방학은 너무 기니까.
그러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뭐지? 주소가 잘못된 걸까? 하여 전문 배달소에 주소를 물었지만 없는 주소는 아니었다. 다섯 통이나 보냈건만 저쪽에선 감감 무소식. 로운은 점점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주에 한 번 보내던 걸 더 띄엄띄엄 보내기도 하고, 모아놓은 이야기보따리 대신 바보 멍청아, 돌대가리야 같은 욕만 적어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답장은 없었다.
“바람맞은 거라니까~”
“무슨 바람을 맞어. 나한테 맞아 볼래?”
“때려봤자 너만 손해일 걸.”
지민의 깐족거림에 다투다가도 로운은 걱정이 됐다. 알고 보니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일은 무슨. 걔가 일을 만들었으면 만들었지.”
“너 진짜 학교 가면 너부터 그 동굴에 던져놓을 거야.”
그리고 방학이 일주일 남았을 때, 태형의 룸메이트를 다이애건 앨리에서 만났다.
“저기, 안녕! 태형이 룸메이트 맞지?”
“아……맞는데. 누구……?”
“나 태형이 친군데, 혹시 태형이 소식 들은 거 있어?”
“태형이 소식? 연락을 안 해서 잘은 모르는데, 얼마 전에 생일이었던 것 같긴 해.”
“……어?”
로운은 굳은 채로 다시 물었다.
“혹시 생일이 언제였는지는 알아?”
“어, 사실 그것도 잘은 모르겠어. 방학 직전이었다던가? 방학 중이었나? 미안. 아는 게 없네.”
“아니, 아냐. 많은 걸 알려줬어. 고마워, 잘 가!”
생일을 몰랐구나. 그렇게 많은 얘기를 나눴으면서 서로 생일도 모르고 있었어. 그래서 답장이 없었던 거야. 한 학기나 같이 보냈는데 생일도 모르니까 얼마나 서운했을까.
그리고 로운은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아주 아주 긴 편지를 썼다. 다음날까지 오른손이 얼얼할 정도로 글씨체도 신경 써가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고른 선물과 함께 편지를 보냈지만, 태형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
그렇게 방학이 끝났다.
아직은 여름의 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머리를 질끈 묶은 로운은 기차에 오르자마자 114번 칸을 열었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직 안 왔나 봐. 짐을 올려놓다가 물건을 떨어뜨리기를 몇 번. 로운은 그냥 떨어뜨린 물건을 맞은편에 올려놓았다. 혹시나 다른 아이가 들어오면 자리가 있다고 말 한 심산이었다.
그러나 기차가 출발할 시간이 다 되어도 태형은 들어오지 않았다. 로운은 다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니, 생일 안 챙겨 준 게 이렇게까지 화날 일이야? 지가 말 안 해놓고선! 아니면 돌대가리라는 말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그래도 그 다음 편지에 바로 사과했는데, 이건 너무하잖아! 그리고 로운은 직접 태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온 기차를 뒤져도 태형은 보이지 않았다.
기차에 타지 않은 것이다.
기차가 출발신호를 울렸고, 천천히 움직이는 바깥을 보다 무언가 구르는 소리에 로운은 재빨리 문을 쳐다보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아니라 인간으로 변한 지민에 의해 맞은편에 둔 물건들이 구르는 소리였음을 안 로운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학교를 관둔 게 아닌 이상 학교에서 만나겠지.”
“그건 나도 아는데…….”
걱정되잖아.
“…….”
그렇게 로운은 처음으로, 태형이 없는 호그와트 행 기차를 탔다. 그때처럼 덜컹거리고 불편한 자리에서, 그때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푸른 풍경들을 보면서.
안녕하세요 육일삼입니다 이제 다들 개강 개학 출근 다 하시겠네요 wow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이 기분~
사실 오늘 소장본 표지랑 입금폼을 들고 오려고 했는데 표지가 아직 안 나왔어요 *^^*
이번 화도 짧아서 사담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지만 그냥 깔끔하게 끝내야겠습니다 왜냐면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니까요(tmi)
다들 통학 등교 출근 파이팅,,,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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