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훈아, 이리 와. 다쳐. "
" 괜찮아. 이것 봐. 도망가지도 않아. "
진짜 못말려. 여전히 고양이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일훈을 바라보며
졌다는 듯 성재는 고개를 젓는다. 고양이 털 알레르기도 있으면서, 뭐가 좋다고 계속 만지는지.
에취, 연신 재채기를 하면서도 일훈은 고양이에게서 떠나지 못한다.
일훈아, 훌쩍거리는 일훈이 걱정된 성재가 다시 한번 일훈을 부른다.
" 나 괜찮아! "
" ...뭐가 괜찮아. "
으이구 우리 자기. 고집불통이야 아주.
결국 성재는 뒤에서 일훈을 끌어안아 일으켰다.
아아! 앙탈 부리는 일훈을 뒤로하고 성재는 일훈의 손을 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다.
자, 이제 가자. 자기.
"...자기, 아직도 삐졌어? "
카페에 앉아 뚱한 표정으로 음료를 휘적거리는 일훈을 쳐다보다
성재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자기, 나 봐.
성재의 목소리에 일훈이 고개를 들어 성재를 바라본다.
여전히 뚱한 표정이다.
" 자기야, 자기가 고양이 좋아하는 건 알지만.
고양이 알레르기 있잖아. 그것도 심하게.
지난번에도 재채기 안 멈춰서 며칠 고생했던거 잊었어? "
조용히 타이르는 성재의 목소리에 일훈은 애꿎은 음료만 다시 휘적인다.
일훈아, 성재가 다시 일훈을 부르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일훈은 성재를 향해 고개를 든다.
" 그러니까 우리 자기, 이제 그만 화 풀자? 고양이는 잊어버리구. "
성재가 일훈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일훈은 잠시 망설이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 지나가는 사내가 일훈의 팔을 치는 바람에
오렌지 주스가 일훈의 옷을 적셔간다.
일훈이 낮은 신음을 내며 자신의 옷에 쏟아진 주스가 차가운지 인상을 찌푸린다.
" 이봐요!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 "
사과도 없이 걸어가는 사내를 향해 성재가 성난 목소리로 소리치자
일훈이 그만하라며 성재를 말린다.
나 괜찮아, 옷을 털어내며 일훈이 웃어보인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덤덤히 옷을 털어내는 일훈에게 티슈를 건낸다.
일훈을 치고 지나갔던 사내는 성재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는다.
귀가 안 들리는거야 뭐야.
" 오랜만에 평범한 일상인데... "
성재가 중얼거리자 일훈이 뭐? 라며 되묻는다.
아니야, 이거 왜 이렇게 안 닦이냐.
" 넌 3년 전이랑 변한 게 없어. "
" 뭐래, 빈말하지마. "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성재가 일훈의 머릿칼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일훈이 거짓말 하지 말라며 성재의 가슴팍을 아프지 않게 치며 웃는다.
" 정말이야... 어쩜 이렇게 똑같니, 우리 일훈이. "
예쁜 우리 자기, 작게 중얼거리며 성재는 일훈을 꼭 껴안았다.
숨막혀! 느닷없이 껴안는 성재에 일훈이 숨이 막히는지
성재의 등을 친다. 귀 빨개졌다, 일훈아.
" 나는 자기가 영원히 안 변했으면 좋겠어. "
" 그러면 징그러울걸? 80살 돼서도 이 모습이면 "
아니야, 하나도 안 징그러워. 영원히 이 모습이었으면 좋겠어.
진지해진 성재의 목소리에 일훈도 덩달아 웃음기를 거두고
성재와 눈을 맞추며 입을 연다.
" 노력할게. "
" 응..."
진짜 노력은 니가 해야 하지만.
일훈은 다시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성재의 입에 살짝 입맞춘다.
" 변하지마 자기야... "
으으, 내리쬐는 햇빛이 눈부시다.
실눈을 뜨자 일훈이 있어야 할 옆자리가 비어있다.
마치 원래 없었던 것 마냥 이부자리에 주름 한 점 없다.
또 어디간거야, 자기.
고소한 냄새가 난다. 일훈이 부엌에 있나보다.
예쁜 짓만 하네. 일찍 일어나서 아침도 하고.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고 있을 일훈의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나온다.
귀여워, 우리 자기.
성재는 곧 자신을 깨우러 올 일훈을 그리며
다시 눈을 감는다.
작가의 말 |
저는 복선을 좋아해요 :) 이전 글부터 여기저기 숨겨 놓았는데 찾으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