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니까 - 써니힐
BTAMIN B [진영X영재]
w. 비타민
EPISODE B :) 강아지 고양이 여우, 그 어디쯤
진영은 다시금 황당한 전화를 받은것에 대해 몹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안절부절했다. 정확히 한시간전 영재의 그 허무맹랑하고 진이 빠지는 문자가 오고, 착잡한 마음에 카메라를 진열해논 진열장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 그래도 생각해보니 나름 영재와 진영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만들어준 재범이 고마워졌다. 고등학교의 선생님이 진영에게 주었던 파일철을 열자 멘티학생들의 간단한 자기소개서가 적혀있었다. 학기초에 선생님의 닥달로 적었던듯 새학년 시작의 당찬 포부도 적혀있고, 좋아하는 음식이며 깨알같은 정보들도 들어있었다. 무엇보다, 진영은 영재의 프로필을 꺼냈다. 영재의 증명사진이 클립으로 상단에 달려있었다.
" 몇일만, 나중에 다시 꽂아놓을거니까 그치 진영아? "
진영은 자기합리화 후에 영재의 증명사진을 뽑아 지갑을 열면 보이는곳에 밀어넣었다. 경직된듯 입꼬리를 살짝 올린 영재의 표정이 귀여웠다. 영재의 담임 선생님이 상담을 하며 적어논것과 여러 사항을 읽어보니 영재가 전교 1등을 몇차레 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얘 뭐지, 귀엽고 잘생기고 공부도 잘했다.
" 나처럼 모든걸 가졌네. "
진영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살풋 웃었다. 진영도 전교 5등안에는 꾸준히 들면서도 주위에 친구도 많았고 인기 역시 늘 많았었다. 나름 틀린말은 아니였지만 괜히 부끄러워 진영은 방금 본인이 한 말을 자책했다. 보면 볼수록 영재가 마음에 들었다. 쌀쌀맞게 굴긴 했지만, 이미 너무 좋아져 버렸다. 처음이라 낯을 가리는거겠지. 수줍음이 많아서 그러는거겠지. 담임선생님의 칭찬 일색인 자기소개서를 읽고 가방에 집어넣자 핸드폰이 울렸다. 아닐걸 알면서도 진영은 괜히 온몸이 경직되는듯 빠르게 핸드폰을 주워들어 전화를 받았다.
주섬주섬 아무옷을 주워 입고는 뛰어나온 진영이 아직까지 햇빛이 내리쬐는 바깥 햇살에 인상을 찌뿌리고는 주차되어 있는 차에 올라탔다. 몇일간 운전을 안한터라 걱정이 됐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진영은 깔끔하게 차를 빼고는 차로는 평균 15분 거리인 경찰서에 도착했다.
' 최영재군 보호자 맞으시죠? 중앙지구대로 와주세요 '
황당하고 어이없는 전화가 끊기고 진영은 당황스러움에 말을 머뭇거리다 결국 밖으로 뛰쳐 나온것이였다. 무슨일인지에 앞서서 영재는 무사한지 다친곳은 없는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동네 깡패들한테 흠씬 두들겨 맞은것은 아닌지, 친구와 길거리에서 마구잡이로 싸운것은 아닌지, 부디 다친곳 없이 무사하길 빌었다. 15분 거리를 단 7분만에 달려온 진영은 차를 빠르게 경찰서 앞에 세웠고, 다급히 뛰어서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서 안을 두리번거리며 영재를 찾는데 테이블에 경찰분들과 옹기종기 모여앉아 짜장면을 먹고있는 영재를 발견한 진영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상처없이 말끔한 영재를 보고 몇걸음 다가가서야 경찰과 영재가 진영을 발견했다. 영재는 얼굴에 당황스러움과 당혹함이 가득했고, 경찰들은 일어서서 진영을 향해 의아한 눈빛을 들어냈다.
" 저기 친구 보호자로 … "
" 아아- 관계가 친형이나 친척 정도? "
" 네, 뭐.. 친척 "
진영이 영재를 흘낏 쳐다보자 영재는 진영의 눈빛을 피했다. 몹시도 기분이 나쁜듯 잔뜩 구겨진 표정이 조금은 섭섭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 영재너, 오늘은 그냥 넘어가는데 맨날 네집처럼 드나들면 안돼. 큰 문제 없었고, 보호자 오셨으니까 보내드리는거야 "
경찰은 영재를 친근하게 대했고, 영재는 여전히 기분이 나쁜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버린 영재를 급히 뒤따르며 진영이 경찰분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야, 야. 최영재. 진영이 등판만을 보이며 휘적휘적 걸어가는 영재의 손목을 붙잡았다. 어디가, 진영이 영재를 끌어당겨 차안으로 밀어넣고 차문을 쾅닫았다. 운전석에 빠르게 올라탄 진영이 영재를 빤히 바라봤다. 여전히 뚱한채 영재가 반대쪽 창문을 보며 진영의 시선을 외면했다.
" 술집은 뭐야? 너 나쁜친구들이 괴롭혀? "
" 그런거 아니에요 "
" 아니야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도돼. 누가 괴롭히면 말 … "
진영이 영재손을 덥썩 잡으며 걱정스럽게 말하자 영재는 짜증난다는듯 손을 팍 쳐냈다. 폭행도 아니고 싸움도 아니였다. 대낮부터 교복을 입고는 술집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며 놀다가 가게 주인의 신고를 받고 경찰서에 끌려온 영재는 술냄새보다는 영재 특유의 보송보송한 냄새가 났다. 진영이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으니 영재가 기겁을 하며 진영을 쳐다봤다. 함께 일탈을 한 친구들은 부모님을 소환해서 진작 가버렸지만, 결국 꿋꿋이 버티던 영재는 경찰에게 핸드폰을 뺏겼었다. 영재가 경찰에게 화를 버럭내자 머리까지 한대 콩 쥐어박고는 마지막으로 문자를 한 진영의 번호를 발견하고는 진영에게 연락한것이다.
" 넌 술 안마셨지? 다행이다. 너그거 더 커지면 진짜 곤란해진다, 성적도 좋더만 그실력으로 좋은데 가야지....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집에 데려다줄게 "
영재는 여전히 정면을 꼿꼿이 쳐다보며 주소를 불렀다. 진영의 자동차가 경찰서 앞 주차장을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말을 걸고싶은데 여전히 기분이 안좋아보이는 영재덕에 진영은 끙끙거리며 영재의 눈치를 살폈다. 말 한마디 오가지 않는 숨막히는 차는 어느새 영재가 말한곳으로 도착했다. 영재가 고개를 살짝 꾸벅이고는 문을 열려하자 진영이 빠르게 눈알을 굴리며 물을 잠궈버렸다. 영재가 당황해서 진영을 쳐다보고는 이내 직접 잠긴 차문을 열려고 하자 진영이 영재를 붙잡았다.
" 너네집 여기 아니잖아. "
" 맞는데요 "
" 너 혹시 집나왔어? 그래서 이런거야? 뭐 부모님이랑 싸우기라도 한건가? "
문득 생각난건 프로필에 기재되어있던 영재의 집주소와 이곳은 정 딴판인곳이 였다. 그덕에 집에 다올쯤에서야 문득 스친 생각에 영재를 붙잡은 것이였다. 호구조사라도 한건지 쓸데없이 이렇게 본인에 대해 잘알고있는 진영을 영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 혼자살아요. 부모님없어서 "
영재는 진영의 팔을 다시한번 툭쳐내고는 걸어잠군 문을 열고는 문을 쾅닫고 내려버렸다. 가방을 한쪽에 걸쳐맨 영재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진영이 고개를 떨궜다.
여름장마가 이어지며 비는 수도없이 갑작스럽게 퍼부었고, 우산은 필수 준비물이 되었다. 멘토멘티라는 목적으로 모인 스터디는 벌써 세번째 만남이였고, 매번 똑같았다. 영재는 말을 걸어오는 진영에게 묵묵부답으로 응하며 얼굴한번 안마주쳤다. 질문한번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진영의 연락처를 지워버린마냥 모든 문자와 전화는 받지않았다. 한번은 주말이 아닌 평일 공강인 날에 영재의 학교로 몰래 들어갔다. 영재가 수업을하고있는 교실앞을 잔뜩 허리를 숙여 안보이게 조심조심 지나쳐서 창문으로 힐끔 안을 쳐다봤다. 창가 뒤에서 두번째 자리에 앉은 영재는 팔을괸 한손을 머리에 대고는 꾸벅꾸벅 졸고있었다. 그모습이 귀여워서 진영이 살풋웃었다. 졸다가 머리를 괸 팔이 스르륵 풀리자 깜짝 놀라서 깨는 모습마저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 최영재 "
수업이 끝나고 조심스럽게 영재의 뒤를 밟아 온곳은 영재의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편의점이였다. 영재는 카운터로 들어가 계산을 하며 몇분 뒤에는 꾸벅꾸벅 졸고있었고, 진영은 음료수를 하나 계산대에 올려놓으며 영재의 이름을 불렀다. 영재가 깜짝놀라 잠에서 깨고는 진영을 보자마자 한껏 구겨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 여기서 알바하는거야? "
" 2,300원인데요 "
진영이 지갑을 꺼내며 묻자 영재는 대충 바코드를 찍고는 대답했다. 진영이 무의식중에 지갑을 열다가 영재의 증명사진을 보고는 황급히 들어올려 영재는 안보이게 했다. 물론 영재는 그쪽에 퍽도 관심이 없었다. 진영이 만원자리를 하나 꺼내 건네자 영재는 곧바로 거스름돈을 걸러 진영이 내민손 바로 그 옆에 툭 놓았다. 머쓱한 진영의 손이 잔돈을 집어 지갑안에 넣고는 계산한 음료수를 다른손에 들었다.
" 나랑 얘기하기도 싫어? "
" 네 "
" 나 보기도 싫고? "
" 네 "
" 대체 왜? "
진영의 질문에 칼같이 대답하던 영재가 왜냐고 묻는 진영에 얼굴을 쳐다봤다. 드디어 실로 오랜만에 영재의 얼굴을 마주본 진영은 당장이라도 환호하고 싶었지만, 입을 꾹 다물고는 영재의 대답을 기다렸다. 단호하게 이어지던 대답과는 달리 영재는 살짝 뜸을 들였다. 그러다가 또다시 고개를 떨구고는 답했다.
" 그냥요. "
진영이 영재의 밤톨같은 정수리를 보고는 한번 풉하고는 웃었다. 이번엔 진영의 뜬끔없는 웃음소리에 눈이 동그레져서 다시한번 진영의 눈을 영재가 마주쳤다.
" 근데 알바할시간도 있나봐? 공부하기 바쁠텐데 "
" … 이래서 그쪽이 싫은거에요 "
영재는 카운터문을 열고 나와서는 진영을 지나쳐 창고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고, 진영은 그런 영재를 졸졸 따라같다. 따라오지마요, 영재의 말에도 불구하고 진영은 방금 산 음료수를 뜯으며 따라갔다. 영재가 박스를 옮기는것을 빤히 쳐다보며 진영이 실실웃었다. 영재가 끙끙거리며 박스를 세개정도 꺼내 채워넣을때까지도 진영은 딱달라붙어서는 영재의 뒷모습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 안바빠요? "
영재의 앙칼지고 짜증난 말투와 째리는 눈빛이 또 귀여워서 진영은 배꼽을 잡고 깔깔 웃었다. 영재가 한숨을 폭쉬며 체념하곤 대걸레로 가게 바닥을 닦기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타임 알바생과 교체할때까지도 진영은 가게를 제집마냥 활보했다. 영재가 옷을 걸어두고는 먼저 편의점 밖으로 쌩하고 나가자 진영이 그뒤를 바로 쫒았다. 새벽이 다되서야 끝난알바에 진영이 영재를 저번처럼 차안으로 마구잡이로 밀어넣었다. 영재는 결국 맥아리 없이 진영의 차에 강제로 태워졌다.
" 난 너랑 얘기도 하고싶고, 얼굴도 보고싶은데 "
" 전 싫어요 "
싫다면서 손수 안전벨트까지 매곤 뾰루퉁하게 입술을 내민 영재에 진영이 또한번 웃었다. 영재는 그런 진영이 골치아픈듯 살짝 눈을 내리깔며 창문에 머리를 기대었다. 진영 혼자 조잘대며 저번에 영재가 내렸던곳에 도착했다. 이번역시 영재가 문을 열려고 할때 진영이 문을 철컥하고 잠궈버렸다.
나한테 왜이래요? 영재의 어이없다는듯한 물음에 진영이 고개를 저었다.
" 여기 딱봐도 아파트 주택하나도 없는데, 너네집 똑바로 불어 "
" 여기서 5분도 안걸려요 "
영재가 잠긴문을 또다시 열자 진영이 한발더 빠르게 다시 문을 걸어잠궜다. 영재는 짜증을 확내며 포기하고는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푹 기대었다. 결국 옹기종기 주택이 늘어선 골목으로 진영이 차를 몰았다. 이번엔 진짜 영재의 집앞에 차가 섰고, 그제서야 영재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잠군문을 열자마자 곧바로 내렸다. 진영은 창문을 내려 답없는 영재의 뒷통수에 손을 흔들고 인사까지 건넸다. 진영이 여전히 차를 세운채로 본인을 보고있자, 영재가 잔뜩 표정을 구겼다. 집앞에 멀뚱히 서있는 영재를 쳐다보던 진영에 눈을 돌려 집앞을 쳐다봤다. 트렁크와 캐리어가 문앞에 세워진채 2층집의 대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진영이 얼굴을 살짝 굳힌채로 차에서 내렸다.
" 가요, 이제. "
영재는 진영을 한번 째리더니 짐앞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아서 트렁크에 붙어있는 메모지를 떼어서 읽었다.
' 방세 밀린건 보증금에서 다 깠어요, 다른방 알아봐요 '
영재는 한숨을 쉬며 메모지를 구겨 주머니안으로 밀어넣었다. 진영이 영재에게 다가가자 영재가 다시한번 째려봤다.
" 좀 가라구요 "
" 우리집 가자. "
" 싫어요. "
" 안돼 가자. 너 갈곳도 없잖아. "
" 뭔상관인데요 "
영재의 말에 진영이 인상을 잔뜩 구기더니 영재의 트렁크를 번쩍 들어다가 차 뒷자리에 싣기 시작했다. 짐을 다싣고 진영이 뒷좌석 문을 쾅닫았다. 말없이 우두커니 서있는 영재의 팔을 잡아당겨 다시 옆자리에 태우고는 안전벨트를 직접 매어주는 내내 영재는 깊은 생각에 빠진듯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진영이 차를 몰기 시작하자 또 갑작스런 빗방울이 한방울씩 떨어졌다. 와이퍼가 움직이는 소리만이 차안을 가득 메웠다. 진영은 영재를 힐끔힐끔 훔쳐봤지만, 영재는 완전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봤다.
" 얼른 들어와 … "
진영의 말에 영재가 말없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차에서 내려 집안으로 들어오는 그 짧은 순간에도 급작스런 폭우로 머리가 살짝 젖어 영재가 머리를 한번 휙 털었다. 진영의 집은 남자가 사는집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만큼, 깔끔하게 정돈되어있었고, 인테리어도 정말 멋있었다. 무엇보다 방한켠을 그득히 채운 수십개의 카메라가 제일먼저 눈에 들어왔다. 방한가운데 위치한 진영의 침대에 앉자 진영이 수건을 꺼내서 영재에게 건넸다.
" 씻고- 옷갈아입던가 "
진영이 화장실을 가리키자 영재는 아까보다는 풀린 표정으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트렁크에있는 위아래 회색 트레이닝복을 가지고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진영역시 집에서 입는 편한 회색 스웨터와 검은 츄리닝을 입고는 말끔한 집안을 구석구석 청소했다. 영재가 옷을 갈아입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나오자 조금의 답답한 적막이 집안에 맴돌았다.
내일 학교 가려면 얼른자. 진영이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영재에게 말하고는 불을 끄더니 벽쪽에 있는 미니사이즈의 쇼파에 누웠다.
" … 여기서 자요. 내가 거기서 잘게요 "
" 여기서 자면 키안커 "
깜깜한 암흑속에서 영재목소리가 들렸다. 이유모를 심술은 이미 다 풀린듯 영재가 입을 꾹 다물더니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고는 이불을 덮고 누운듯 싶었다. 진영은 오늘따라 오지않는 잠과 싸우며 겨우겨우 잠이들었다. 워낙 새벽에 집에 돌아온터라 2시간후 일어나야 했다. 진영은 알람보다도 일찍 눈을 떠버렸다. 왠지모르게 긴장이되서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아직 곤히 자고있는 영재를 슬쩍보고는 입가에 잔뜩 미소를 채우고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토스트를 굽기 시작했다. 영재의 단조로운 핸드폰 알람소리가 울리자 영재는 끙끙거리며 알람을 끄고는 다시 잠들었다. 5분뒤 다시 알람이 울리자 영재는 또다시 손가락만 뻗어 알람을 껐다. 딱봐도 잠이 많을것 같았는데,..
5분뒤 세번째 알람까지 꺼버린 영재에게 진영이 결국 조용히 웃으며 다가갔다. 그리곤 영재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 최영재 일어나 얼른 "
진영의 목소리에 표정가득 피곤함에 고개를 돌리다가 실눈을 뜨고는 보이는 진영의 얼굴에 화들짝 놀란 영재가 그제서야 멍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진영이 부스스 떠있는 영재의 머리칼을 잔뜩 헤집고는 부엌으로 걸어갔다. 아침밥 먹고가. 진영의 말에 영재가 눈을 비비며 군말없이 부엌으로 다가왔다. 하루아침에 앙칼진 고양이가 순순한 양이 되버린것 같아 그런 영재대로 또 귀여운 맛이 있었다. 물론 여전히 말은 죽어도 없었다. 먼저 말을 걸어오는 법도 없었다. 그래, 이것만해도 엄청난 발전이지. 진영이가 자기 합리화를 시켰다.
" 난오늘 과제가 있어서 좀 늦게 들어올거야 밥 아무거나 챙겨먹어. 밥 혼자 먹을 수 있지? "
" 네. "
영재를 학교까지 데려다준 진영이 창문을 열어 영재에게 말하자 영재는 여전히 단조로운 대답을 하고는 미련없이 뒤도 안돌아보고 학교안으로 사라졌다.
조과제를 하는내내 진영은 멍하니 앉아있다가 이유모를 웃음도 한번씩 실실흘리며 영 집중을 못했다. 덕분에 동기들의 여자친구 생겼냐는 질문을 수도없이 받았지만, 진영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능글맞게 대답을 피해갔다. 자료를 정리하며 다들 정리하는 분위기가 되자 진작에 정리를 끝내 가방 지퍼까지 잠군 진영이 다급하게 인사를 하고는 빠져나갔다. 쯧쯧, 저거 여자친구 백퍼 생겼다. 진영은 오늘 아침 영재가 우산을 가져가지 않은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불과 2시간 전부터 쏟아지던 비는 갈수록 굵어졌고, 집에는 잘 도착했을지가 걱정되었다. 그에 누구보다 빠르게 차를 몰아 집에도착했다.
집에 다도착해서야 비가 그쳤고, 진영은 젖은 우산을 털며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는데 입구에 영재가 쪼그려 앉아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비를 빤히 올려보고 있었다. 다행이 영재는 하나도 젖지 않고 아침 그대로의 모습이였다. 아직까지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뭘하는지, 진영이 영재의 앞에 딱 서서 시야를 가리고 서서야 영재가 황급히 일어섰다.
" 왜 안들어가고 서있어? "
" 비밀번호를 몰라서… "
점점 기어들어가는 영재의 목소리에 진영이 어이없다는듯 영재를 쳐다봤다. 멍충아 손에 쥐고있는 핸드폰은 폼이야? 진영이 영재를 꾸짖었다. 영재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진영은 영재의 머리를 쥐어 박는대신 강아지를 쓰다듬듯 머리를 한번 헤집고는 비밀번호를 꾹꾹 눌렀다.
" 0922 내 생일이야 기억해 알겠지? "
" 네 "
" 많이 기다렸어? "
" 아니요 "
진영이 신발을 벚으며 현관 옆의 스위치를 켰다. 그리고 졸졸 뒤따라와 신발을 벚고 들어가려는 영재를 막아섰다.
" 그리고 나 너랑 몇살 차이 안나. 4살 차이니까, '저기요' 말고 '형'이라고 불러. 진영이형. "
" 네 "
" 그리고 난 반말이 더좋아. 딱딱하게 굴지말고,.. 그냥 응이라고 해 "
영재는 머뭇거리며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안그래도 말없는 애한테..이러다 나한테 말 아얘 안하면 어쩌나 진영은 순간 깊은 걱정이 들었다. 영재가 진영이 막아선 팔 밑으로 쏙 들어갔다. 진영이 걱정스런 표정과 함께 영재를 쳐다봤다. 영재가 화장실 문을 열고는 아직 신발장에 서있는 진영을 빤히 쳐다봤다.
" 뭐해. 나 먼저 씻는다 "
" 어… 그래 "
그리고 생각보다..최영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였다.
어떨때는 앙칼진 고양이 같다가도, 순둥한 강아지같았다. 또, 그러다가 새침하고 당돌한 여우같기도 했다.
영재가 들어간 화장실문이 굳게 닫히자 진영이 그 당돌함에 웃음을 터뜨렸다.
BTAMIN B
BTAMIN C |
많이 기다리신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좋은 내용으로, 좋은 볼거리로 찾아오려고 노력했습니다. 읽어주시고 댓글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비타민C 로도 하루빨리 돌아올게요
요구사항이나 불편한 점은 바로바로 말해주세요! 피드백 하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