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눈이 왔던 건 꿈이었을까? 봄이 왔다고 자랑이라도 하듯이노란 햇살이 뺨을 간질인다. 어니언 베이글이 다 구워졌는지 고소한 양파 냄새가 코 끝에서 맴돈다.
“띵"
“성규 형, 베이글 좀꺼내줘.”
주방에서 얼굴만 빼꼼 내밀고 말하는 동우에게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오븐으로 향한다. 오븐을 열자 동그란 베이글들이 나란히 열 맞추어 서있었다. 나는베이글들을 하나 하나 진열장에 놓았다. 베이글 냄새가 아직도 코 끝에서 떠나질 않는다.〈o:p>〈/o:p>
“성규 형! 형, 문 열 시간이야!!!!!”
“힉! 벌써?!"
아침 햇살에 멍해져 한참이나 그러고 서있는 나를 깨운 건 다급한 동우의 목소리였다. 그에 나는 ‘CLOSE’라고 쓰여있는 팻말을 ‘OPEN’으로 돌리고, 잠겨 있던 문을 열기 위해 자세를 낮추었다. 아침 햇살은 창문을 통해 들어와 아까 꺼내놓은 베이글 위에 살포시 앉아있었다.〈o:p>〈/o:p>
“와!! 오늘 날씨 되게좋다!! 동우야, 끄치?”
어느 새 내 옆에 와 있는 동우의 얼굴에 묻은 밀가루를 닦아주었다.
“에이, 어딜 제 남자한테.”〈o:p>〈/o:p>
“흐악!’〈o:p>〈/o:p>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닦아주려 했다.하지만 동우를 끌어 당겨 제 품에 넣어버리는 녀석 때문에 난 또 노란 손가락들에게 비웃음을 샀다. 호원은우리 옆 집 꽃 가게를 하는 청년이다. 〈o:p>〈/o:p>
“호야! 언제 온 거야? 내일 온 다고 해짜낳ㅎㅎ”〈o:p>〈/o:p>
“형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진짜 완전 숨도 안 쉬고 일 했어.”〈o:p>〈/o:p>
미친. 물론 이건 마음 속에서만 울리는 목소리이다. 이것들은 솔로인 내 앞에서 저러고 싶을까. 시발 난 애인 생기면고화질 사진 찍어서 펜 페이지 만들 거다.〈o:p>〈/o:p>
“호야, 그럼 오늘부터가게 여는 거야?”〈o:p>〈/o:p>
“아니, 내일까지 쉬려고. 형 때문에 일 빨리 끝내고 온 거니깐. 우리 내일 놀러 갈까?”〈o:p>〈/o:p>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일 해야ㅈ…… ”〈o:p>〈/o:p>
장동우가 말 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본다. 나한테 어쩌라는 건지. 내 눈치를 보는 동우를 보던 호원이 내일은 쉬면 안되냐며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o:p>〈/o:p>
“그냥 오늘 빵 다 구웠으니까 오늘 쉬어. 대신 내일 힘들 줄 알아.”〈o:p>〈/o:p>
“형님! 감사합니다.”〈o:p>〈/o:p>
“형ㅠㅠ 고마워…. 내일은내가 빵 두 배로 더 맛있게 구울게.”〈o:p>〈/o:p>
매일 아침 6시에 늦지도 않게 출근 해서 빵을 만드는 동우를 봐서쉬게 해줬더니 둘이 안고 방방 뛰더니 눈 깜짝할 새 옷 갈아입고 내게 인사를 한다. 〈o:p>〈/o:p>
“형아! 오늘 파이팅!”〈o:p>〈/o:p>
정신을 차리자 저 멀리 가고 있는 호원의 차가 보인다. 웨딩 카도아니고 풍선과 꽃이 잔뜩 달려있는 건 내 상상이겠지.〈o:p>〈/o:p>
“하 진짜 이제 오픈 해야지.”〈o:p>〈/o:p>
“저는 왜 휴가 안 줍니까?”〈o:p>〈/o:p>
아 시발 존나 깜짝이야. 어느새 출근한 명수가 왜 자기는 휴가 안주냐고 묻는다. 넌 잘생겼으니까. 좀 당황하라고 말 한 건데이 새낀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o:p>〈/o:p>
“명수야 형이 지각하지 말라고 백 번, 천 번도 더 말했잖니? 이렇게 또 늦으면 어떡해.”〈o:p>〈/o:p>
“무슨 소리십니까? 지금딱 7시 59분 54초인데요.”〈o:p>〈/o:p>
매일 오픈 시간에 딱 맞춰 오는 알바생 명수가 가게 유니폼인 갈색 앞치마를 두르는 모습은 오늘 햇살보다 눈이부셨다.〈o:p>〈/o:p>
“딸랑”〈o:p>〈/o:p>
“어서 오세요. ChezBoulanger입니다.”〈o:p>〈/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