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네가 우리 집 문간방으로 이사 오던 날을 회상해보며 입에 문 담배를 흠뻑 빨아들였다, 그 날의 풍경은 가관이라 할정도가 아니라 참으로 장관이라고 부를정도였다. 그 날은 때마침 주말이었기에, 한가롭게 아침 밥상 앞에 앉아 한껏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중이었는데 느닷없이 이 씨네가 들이닥쳤던 것이었다. 게으른 아침밥상의 여유를 망쳐버린것도 유분수에, 이사를 온다는 한마디의 말도 없이 가타부타 덜컥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버린 것이었다. 급한게 온것이 티가 날정도로 비루한 짐들에, 나는 그저 들고있던 숟가락을 맨지작맨지작 거리며 잠시간 얼이 빠져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만 떠올리면 애매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신경쓰인다. 그 때의 이 씨는 자기 몸뚱어리만한 커다란 짐을 짊어지고 있었고, 옆에서는 배가 남산만하게 부풀어 오른 아낙네 하나가 자기 배 만큼 꾸역꾸역 보따리안에 싸져있는 짐들을 들고 힘겹게 서있었다. 고 옆에는 조막만한 어여쁜 세살배기 계집애 하나가 멀뚱 서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맨지작맨지작 거리기만 하던 숟가락을 밥상 위에 떨구고는, 마당에 놓여있는 슬리퍼에 발을 구겨넣고는 필히 만삭으로 보이는 아낙네의 손아귀에 쥐어진 보따리를 뺏어들었었다. 그에 아낙네는 물론이거니와 옆에 있던 이 씨는 놀란 맹꽁이 마냥 누가 보면 남의 꿀떡을 몰래 훔쳐먹다 목 맥힌 표정을 하고 있었었다. 그 때의 생각에 또 한번 입꼬리가 애매하게 올라가버린다,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옮긴 담배에선 적정선이 넘게 타버려 힘이 없어진 재덩어리가 땅바닥에 흩뿌려졌다. 담뱃재는 홀연히 흔적도 남기지 않고 제 모습을 숨겨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은 꼭 자신의 자존심을 버려둔체 어디론가 꽁꽁 숨어버린 누군가를 연상시킴에 다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번엔 애매하게 아닌 완만하게 솟은 제대로된 미소를 듬뿍 담은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