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풀뚜껑입니다!! 3일만에 올려드려서 죄송합니다 ㅠㅠㅠ
오늘 3편도 같이 낼 예정이니까 많은 사랑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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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로맨스 02 한참을 다리 난간에 몸을 기댄채 쭈그려앉아있던 경수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옆에 눕혀있던 가방을 힘겹게 맸다. 주저할 필요가 없음을 느낀 듯, 경수는 다리 난간쪽으로 몸을 돌렸다. 많은 생각을 했다. 만약 여기서 내가 죽는다면 슬퍼할 사람들을 곱씹어봤다. 엄마, 아빠..친척들...할머니..할아버지...선생님은...슬퍼해주실까? 반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가 죽었다는 걸 기뻐할까? 슬퍼해줄 사람이라도 있을까? 슬퍼해줄 사람....하고 중얼이던 경수는 문득 한 명이 떠올랐다. 김종인. 그 아이라면..혹시라도 슬퍼해주지 않을까? "무슨..." 경수는 스스로도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뭔 생각중이냐. 하여튼 저것들이 어찌되던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나는 그냥 행복해지고 싶고 살고싶으니까. 이기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살기위해 죽어야만 한다. 이 답답한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어서. 경수는 두 신발은 벗어 자신의 옆에 가지런히 두었다. 그리고 난간 위에 두 발로 섰다. 이게 내가 죽기전에 쐬는 마지막 바람의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이것만 기억해야지. 이것만. "아...시원흐으..으악!!" 갑자기 뒤로 확-쏠리는 몸에 경수는 손 발을 허우적댔다. 무거운 가방으로 쿵-내려앉아 다행히 충격이 그리 크진 않았지만 너무 놀라 심장이 쿵쿵쿵쿵 빠르게 뛰어댔다. 경수는 심장을 부여잡고 주위를 살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이렇게 뒤집어진 풍뎅이처럼 팔발 아둥거리는 거 보니까 자살할 용기도 없어보이는데 무슨 배짱으로 저기 위에 올라가요?" 갑자기 위에서 울려오는 저음의 목소리의 주인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경수의 시선이 닿은 곳엔 머리를 볶은 키 큰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경수가 자신을 발견하자 남자는 경수의 눈높이에 맞게 쭈그려앉았다. "아무리 안좋은 일이 있어도 말로 해결해야죠. 이렇게 자살하면 누가 알아주기라도 해요?" "저 살아있는거에요?" 당연하죠. 찬열의 대답에 경수의 표정이 미묘하게 찡그려졌다. "왜 저 살린거에요?" "네?" "저...죽고싶었는데. 죽을라고 가방도 이렇게 빵빵하게, 무겁게 챙겨왔는데!" 우와 이 사람 뻔뻔한것 좀 보소. 살려줬더니 기껏 한다는 말이 왜 살렸냐니. 정말 자기는 늦을까봐 성수대교 끝부터 여기까지 숨도 못쉬고 달려왔건만. 경수의 어이없는 태도에 찬열은 헛웃음이 다 나왔다. 떨어질려고 할때 두 팔 두 발 다 허둥댄 주제에. "우와, 정말 이 학생이. 학생, 내가 누군지 알아요? 내가 너희 청소년들의 바른 미래를 책임지는.." "아저씨가...날 도와줄수나 있어요?" 갑자기 벌떡 상체를 일으킨 경수에 찬열은 한걸음 물러섰다. 아니 이 학생은 남의 말을 듣기나 하는거야? 이젠 하다 못해 나를 원망한다. 허...헛웃음을 짓고 경수를 내려다본 찬열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작은 학생의 눈에 담긴 건 원망도 뭣도 아닌 불안감이었다. 찬열은 불안하게 흔들리는 동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해봤자 열여덟 정도나 되보이는 이 어린 학생을 괴롭히는 것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도 불안해할까. "학생" 이젠 몸까지 벌벌 떨며 눈물을 후둑후둑 흘려대는 경수에 찬열은 경수의 볼을 잡고 자신과 눈을 맞췄다. 도와줄게요. 내가 할 수 있는 한 도와줄테니까 불안해하지 말아요. 응?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잠시 찬열의 얼굴을 바라보던 경수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도경수!!! 도경수!!" 동네 호수공원에도 없고 동네랑 가장 가까운 내천에도 없다. 땀범벅이 된 종인은 눈위로 흘러내려오는 짠물에 눈을 깜빡이며 자전거 페달을 굴렸다. 도경수, 하루종일 뭔가 이상했다. 창수패들 행동에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쓸데없이 책이란 책은 다 들고갔다. 그리고 무엇보다...내가 이준상을 막았을 때 나를 쳐다봤던 눈빛. 그 복잡미묘한 눈빛, 종인만은 알 수 있었다. 도경수는...오늘.... "하...하....씨발, 어딨어 도경수!!" 제발 내 과대망상이길 빈다. 그저 내가 오버하는거라고. 도경수는 그냥 책을 집에 두려고 했던거 뿐이라고. 그 눈빛이...나에게 마지막으로 고맙다고 하는...인사가 아니었다고. 끼익- 종인의 자전거가 멈춰서며 종인의 바램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자전거를 아무렇게나 내팽겨치고 달려간 곳에는 경수의 신발과 가방만이 남겨져있었다. 종인은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