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첸 단편 <물망초>
오전 8시15분
언제나 그 시간은 찬열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간단히 밥을 먹고 세수를 하고.
겨울은 지났지만 아직은 서늘한 아침공기에 단단히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선다.
오전8시50분.
집을 나서서 일방통행으로 직진을 하다 사거리로 통하는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러면 항상 그 시간에 만날 수있는 종이분리수거 할아버지를 만난다. 그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직진한다.
오전8시 53분.
사거리에서 다시 동네로 들어가기 위해 왼쪽 2시방향으로 길이 나있는 골목길을 이용한다.
들어선 골목길의 작은 공간은 어젯밤 비가 온 이유로 비린냄새가 가득하다.
찬공기와 비린냄새가 합쳐진 이질적인 환경에 찬열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오전 8시 55분.
골목길을 벗어나면 주택단지가 들어선 동네가 나오는데 오른쪽 맞은편엔 찬열이 운영하는 작은 꽃집이 있다.
꽃집이 그렇듯 특별한 날에만 꽃이 잘 팔리지만 찬열의 얼굴 값 덕분인지 제법 찬열의 가게는 장사가 잘 되는 편이다.
가게에 다가서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찬열의 눈에는 작은 인형이 서서히 피어났다.
자신의 가게 앞, 차디찬 바닥에 쪼그려앉아 노래를 듣고있는 사람. 4년전 자신의 애인, 백현이였다.
그리고 20XX.03.05. 오전 8시 57분.
1년8개월간 한결같이 같았던 찬열의 일정에 어긋나는 오점이 하나 생겼다.
*
찬열을 언제동안 기다린지는 모르지만 입술이 파랗게 변한 백현에게 찬열은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머그컵에 담아 건내주었다.
커피를 먹으면 배탈이 나는 백현을 위해 작으만한 배려였다.
가게 안쪽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서 백현이 우유를 다 마실동안 찬열은 7분이나 늦은 계획을 빨리 시작한다.
창문을 열고 가게를 정리하는 등. 손이 빠른 찬열은 낭비해버린 7분을 금방 5분만에 일을 끝냈다.
흙 묻은 손을 닦은후 찬열은 백현이 앉아있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자신이 준 머그컵안에 담긴, 반도 먹지않은 우유가 보였다.
찬열은 아마도 뜨거운 걸 잘 못먹는 백현이 우유가 다 식을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그러는 동안 손님이 찾아오면 기다릴 수 없었겠지만 다행인진 몰라도 이른아침에 찾아오는 손님은 없었다.
아침공기에 식혀진 우유에 점차 백현은 우유를 마시는게 수월해져 빨리 마실 수있게 되었지만 우유를 다 마신 후에도 백현은 쉽게 입을 열지않았다.
찬열도 그런 백현을 다그치지않고 기다려주었다.
과거의 제의 연인은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던 사실을 찬열은 2년이 지나고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잊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