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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써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천천히 떼었다. 3월, 봄이라고 불리는 계절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서늘한 겨울바람이 채 가시지 않았다. 새로운 시작이 기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새로운 시작이란건 낯설음의 연속일 뿐이니까. 경수는 두 눈을 깜빡이며 강의가 있는 건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는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한 번 어울리면 곧 잘 지내고는 했다. 그렇지만 어울리기까지의 과정이 어려웠고 싫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모두 다른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친구들은 생긴건 안그래서 왜이렇게 소심하냐며 타박 했지만 헤어짐 앞에서는 다들 서운했는지 한참 동안 말들이 없었다. 그렇게 손을 흔들며 헤어졌고. 이제는 새로운 시작이다. 사정상 새터를 가지도 못했고, 과 예비대학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 말인즉슨, 당연히 아는 사람 하나 없다는 이야기. 경수는 넓은 캠퍼스를 둘러보다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 … 후우."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데다가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시작하려는 낯선 대학 생활이 걱정이었다.

 

 

" 어라."
" … …."
" 너 도경수지?"
" … …."


 

 

 반가워.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백현이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왔다. 누구냐고 묻고싶었다. 하지만, 의문을 표현하기도 전에 백현은 경수의 옷깃을 잡아 끌었다. 뭐야, 얜?

 

 

" 나 혼자 수업듣기 싫거든."

" … 그… 잠깐만."
" 같이듣자."

 

 

 

 백현은 잡고 있던 경수의 옷깃을 강의실에 자리를 잡고 나서야 놓아주었다. 우리 이제 짝이야. 씨익 웃는 백현을 보며 경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미친놈인가? 첫 시작부터 꼬이는게 아닐까 싶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그런 경수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서도 백현은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기억을 아무리 되짚어 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무슨 과인지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우연치고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잔뜩 경직된 경수의 표정을 빤히 쳐다보던 백현이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 에이, 새학기부터 인상펴."

" … …."

" 아 참, 난 변백현이야."

" … 나 알아? "

" 아니. 오늘 처음봤는데 "

 

 

 

 여전히 웃고있다. 원래가 사람이 좋은건지 넉살도 좋다. 경수는 의아함을 감추지 않았다. 아니, 오늘 처음 본 사람의 이름이며 수업은 다 어떻게 안거지. 그 시선을 느꼈는지 백현이 교재를 꺼내다 말고 경수를 돌아봤다.

 

 

 

" 들고있던 전공서적에 이름,학번 크게 써있던데 "

" … 아."

" 게다가 망연자실 서있길래. 친구나 할까 했지. "

 

 

우연이구나.

 

 비싼 전공책 잃어버리지 말라며 누나가 크게 써준 학번과 이름. 깜빡하고 있었네. 걱정으로 가득 찼던 대학 생활이 조금은 밝아지는 순간이었다. 경수의 표정에서 거리감이 한꺼풀 벗겨졌다. 백현은 가방에 꼭 들어맞아 잘 꺼내지지 않는 전공책을 힘주어 꺼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대체 얜 어떤앨까?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둔 경수가 백현이 끙끙 거리며 붙잡고 있던 가방의 자크를 더 열어주었다. 순식간에 빠지는 전공책을 한 번보고 경수를 돌아다본 백현이 멋쩍게 웃었다.

 

 백현은 두꺼운 전공책을 왼손에 들고서 오른손을 경수에게 내밀었다. 잘 부탁해. 백현이 내민 손을 멀거니 쳐다 보는 경수를 보고 씨익 웃은 백현은 손을 뻗어 경수의 손을 덥썩 잡았다. 아니, 잡아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려나? 히터를 틀어놓은 강의실에 오래 있어서 인지 백현의 손은 따듯했다.

 

 

 

 

" 아 참, 소개시켜줄 친구있어."

" 누구? "
" 지금 니 뒤에 서있는 사람."

" … 어? "

 

 

백현이 가르킨 곳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 종인아, 인사해. 얘는 경수."
" … …."

" 경수야, 인사해. 얘는 김종인이야."

" … …."

" 뭐야 … 둘다 대답을 안하냐. 너네 아는 사이야?"

 

 

 아니. 중저음의 목소리가 짧지만 강하게 말했다. 경수는 종인의 눈치를 살폈다. 백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약간 차갑고 낯선 분위기에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백현과는 다르게 김종인이라는 저 애가 자신을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커졌다. 종인은 자리에 앉아 전공책을 펼쳤다. 백현에게도, 경수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고 책만 들여다 봤다.

 

약간 긴장한 표정의 경수에게 백현이 가볍게 말했다. 팔랑 팔랑.

 

 

 

 

" 긴장하지마, 쟤 원래 저래. 무신경하고 무뚝뚝."

" … 아."

" 그래도 친해지면 괜찮은 애야, 니가 친구좀 해줘. 싸가지없어도 이해하고."

 

 

 

 

 강의가 시작되고서 경수는 종인의 뒷모습을 흘끔 쳐다 보았다. 곧게 뻗은 등을 따라 주변의 여학생들이 술렁거리고 있었다. 하긴, 여자들이 좋아할 조건을 다 갖추고 있긴 했다. 조금 더 친해져보고 싶기도 한데…. 옆자리에 앉아 있던 백현은 이미 책상에 붙어 잠들어 있었다. 경수는 수업을 들으면서도 이따금 종안을 향해 도로록 눈을 굴렸다. 무언가에 집중하면 아무것도 모르나 보다. 여자들이 술렁거리는데도 별 다른 반응없이 교수의 말만 받아 적고 있다. 여튼, 신기했다.

 

 

 

*

 

 

 

" 뭐야. 그래서 친구가 생겼다고? "

" 응. 변백현이랑 김종인이라고 두명이나 생겼어."

" 다행이네. 너 맨날 징징거릴까봐 걱정했는데."

" 내가 언제 징징거렸어! "

" 너 맨날 걱정하느라 징징댔잖아. 와- 생긴건 싸가지 없게 생겨서."

" … … ."

" 이미지의 갭이 너무 크다."

 

 

 

 준면의 말에 경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 문제가 됬던건 매섭게 올라간 눈꼬리였다. 이런 눈이 언제나 콤플렉스였다. 사람들은 둥글둥글한 눈매에, 유순한 외모를 가진 준면에겐 늘 쉽게 다가갔지만 말 수 적고 조용한 자신에겐 불편한 표정을 짓곤 했다. 쭉 찢어진 눈꼬리는 언제나 위화감을 조성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처음 만난 사람들은 경수의 첫 인상을 보고 많이들 오해했다. 키가 크거나 몸집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그 표정. 그놈의 눈꼬리가 문제였다.

 뭐랬더라. 싸가지 없고, 자기밖에 모르고 뭐 하여튼 남 위에 서는걸 좋아할것 같은 리더형 인간이라고. 그건 전혀 오해였지만. 준면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경수를 보고 웃었다. 아, 웃지마. 경수가 작게 투덜거렸다.

 

지이잉.

문자?

 

 

 

[ 요! 나 백현이야 등록해둬. 아까 번호를 못물어봤네. ]

 

 

 번호를 물어보지 못했다면서, 내 번호는 어떻게 아는거야. 백현은 정말 신기했다. 갑자기 알게 된 낯선 아이였지만, 마치 10년은 친하게 지냈던 사이인 것처럼 편안했다. 경수는 키패드를 꾹꾹 눌렀다. 그런데 너 내 번호 어떻게 알았어? 그리고 얼마 안가서 다시 지이잉.

 

 

 

[ 학과정보망을 살짝? 내일 보자.]

 

 

 

하여튼 신기해.

 

 

" 야! 너 핸드폰 그만 들여다보고, 술이나 마셔."

 

 

 

 벌써 반쯤 취한 준면이이 술잔을 내밀었다. 긴장을 푸는데는 술이 최고라며 약속을 잡더니 오늘 아주 날을 잡았나 보다. 결국 주거니 받거니. 술만 마시면 취해버리는 준면을 데려다 주어야 한다는 사실은 잠시 잊고 싶었다. 어쨌든, 긴장했던 오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경수는 계속해서 술을 들이마셨다. 이상하게 술이 달다.

 

 

 

*

 

 

 

" 아… 머리야."

 

 

 머리가 욱신거렸다. 술이 좋지 않다는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마시기만 하면 술술 들어간다. 그래서 술이라고 부르나. 되도 않는 생각에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경수는 떠지지 않는 눈을 애써 들어올렸다. 익숙한 주변을 둘러보며 안심 … 어라? 익숙한 집 안에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눈을 몇번 깜빡거려 보았다. 혹시 아직 술이 덜깬건 아닐까 고민했다. 게다가 … 그 사람이. 전혀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 마셔."

 

 

 지금 꿀물을 탄 머그컵을 내미는 사람은 김종인이었다. 그러니까, 어제 백현이 소개시켜 주었던 그 무뚝뚝한 녀석. 그럴리가 … 없는데. 경수가 잔을 받아들지 않고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표정을 짓자 종인은 한숨을 푹 쉬고는 컵을 경수의 손에 쥐어주었다. 일단 마셔. 얼굴이 온통 하얗게 질려있었다. 숙취도 심하면서 술은 왜그렇게 마셨대.

 

 

 

" …거지."

" 거지? "

 

말이 잘못 나갔다. 경수는 화들짝 놀라며 말을 번복했다.

 

 

" 아,아니! 저기… "

" 왜."

" 니가 왜 여기있는거야?"

" … 기억안나? "

" … … ."

 

 

 

 종인의 표정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고 추측해 보았다. 하지만, 떠오르는건 아무 것도 없었다. 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종인의 표정은 약간 불쾌해 보였다. 혹여, 자신이 실수라도 한걸까. 종인은 경수가 누워있던 침대 옆자리에 놓여진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어 경수에게 내밀었다.

 

 

" 이거."

 

 

핸드폰이 뭐 어쨌다고 ….

 

하지만, 아주 빠르게 흐릿한 영상들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니까 … 어제 …

 

 

 

[ 아! 김종인 번호도 가르쳐 줄게 010-****-****. 등록해둬! -백현 ]

 

 

 

 

" 여보쉐여어어."

- 누구야.

" 안녕하쉐여! 멀티미디어공학과 도경수입미다아."

- … …

" 야! 너 사람을 그르케 무안하게 하면 못써! "

- … …

" 어! 고양이가 쫓아와. 어떡훼에에에 "

… 헐.

" 그뒤로 아마 너 살려달라고 소리를 백번은 더 질렀을거야."

" … …."

" 고양이가 불쌍해서 데리러 갔다."

" … …. "

" 니 키로, 문열고 들어와서 눕혔는데."
" … … ."

" 가지 말라고 쇼를 하더라. 상황 이해 됬어?"

 

 

 

 

 너무 완벽하게 이해가 가는 상황이라 더 할말도 없었다. 경수는 조용히 종인이 건네준 꿀물을 마셨다. 술은 정말 위험하도 생각하며, 두 번 다시 술을 마시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보다도 종인이 이렇게 많이 말 하는모습은 처음이었다. 경수가 흘끔 종인이 앉아있던 의자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이 … 마주쳤다. 딸꾹.

 

 

 

" 전공수업 있으니까, 준비해. 가자."

" … 아,으응."

" 꿀물 다마셨으면 컵 이리줘."

 

 

조용히 컵을 건네주었다.

 

 

 

신기해. 역시

 

 

 

*

 

 

 

" 뭐야? 왜 둘이 나란히 들어오는거냐."

 

 

 

 백현이 물었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경수는 백현의 왼편에 종인은 백현의 오른편에 앉아서 수업준비를 할 뿐. 학교에 오는 내내 종인의 눈치를 봤다. 무려 30여분을 같이 걸어오면서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집에서는 말이 꽤 많았는데, 밖에 나오니까 찬바람만 쌩쌩. 겨 생각했다. 내가 분명 … 실수를 저지른게 분명해. 기억이 끊긴 그 시점부터 또 다른 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백현은 계속해서 종인에게 물었지만, 종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묵묵히 필기를 정리하다 징징 거리기 시작하는 백현을 보며 이마를 짚더니 짧게 말헀다.

 

 

 

 

" 이 앞에서 만났어."

" … 아 뭐야. 별것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숨겼냐."

 

 

 김종인이 이쪽을 돌아봤다. 약간, 미묘한 눈빛.

 

 

" 별거 아니니까 말 안한거야."

 

 

 별게 아니라는 그 말에 괜히 기분이 상했다. 그래도 꽤 오랫동안 이야기도 나눴고 얼굴도 익혔는데, 그런게 별거 아니라니. 경수는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 책상에 엎드렸다. 어차피 머리가 욱신거렸으니까, 딱히 강의를 들어봤자 집중이 될것 같진 않았다.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장가 처럼 ….

 

 

 

 

" 일어나."

" … 으으."

" 그러게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적당히 좀 마시지."

" 아, 머리아파 … 강의 벌써 끝난거야? "

" 엉. 끝난지 한 20분됬고 이제는 점심시간이야. 밥 먹자."

 

 

잠깐 눈을 감았다 떴다고 생각했는데, 지루한 강의는 모두 끝나 있었다. 백현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선 경수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어라 …

 

 

" 김종인은? "

" 아, 걘 연달아 수업있거든 그래서 먼저 갔어."

" … 아."

" 밥 먹으러 가자. 나 배고파 죽는줄 알았어."

" 그래."

 

 

그래도 좀 더 친해져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없다. 바닥에 신발 끌리는 소리가 처량맞게 느껴졌다. 질 질 … 지금 기분이 딱 그랬다.

 

 

 

" 아! 맞다. 김종인이 너 이거 주랬어."

 

 

 백현이 하얀 비닐봉지를 경수에게 건네 주었다. 뭔데?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려진 봉투 속에는 숙취 해소제가 들어있었다. 경수가 눈을 깜빡 거리며 백현을 쳐다 보았다.

 

 

 

" 너 속이 안 좋은거 같다고, 깨면 먹이라던데."

" … …."

" 야, 얘가 누구 이렇게 챙기는것도 신기하다."

" … … ."

" 지난 5년간 접해보지 못했던 모습이야."

 

 

 백현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더니 먼저 강의실을 나섰다. 남아 있던 경수는 백현이 부르기 전까지 그 자리에서 멍청하게 소화제 병만 들여다 보고 있었다. 백현이 말했던 것처럼, 의외로 착한 성격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김종인을 처음 만나고부터 느낀거지만 정말 신기하고 이상했다.

 

아직까지는 앙상하기만한 나무가지들 사이로 쌀쌀한 봄바람이 불어왔다.

 

 

 

*

 

 

 

" 그거 꼭 가야되나."

" 당연하지! 내가 과대니까 너희는 다 협력해야해."

" … 귀찮아."

" 아 ,김종인. 진짜 인생 그렇게 좀 살지마라."

 

 

  거의 애원 하다시피 매달리고 있었다. 경수는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며 둘의 대화를 지켜 보았다. 이번에 있을 동기엠티를 좀 도와달라는 백현과 귀찮다는 말로 잘라버리는 종인. 얼마전, 과대표가 된 백현은 혼자서는 일을 처리할수 없다며 우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니들이 안도와주면 나 못할지도 몰라.

 

 

" 하지마."

" … 헐."

 

 

 

 

 종인이는 너무해. 경수야 넌 도와줄거지? 결국은 나를 붙잡고 칭얼거린다. 김종인의 시선이 우리를 향했다. 정확히 말해서는 나를 껴안고 있는 변백현에게. 까만 눈은 깜빡임이 없이 여전히 이쪽을 향해있다. 이상하게도 백현을 달래주던 손길이 움츠러 들었다. 무심하던 눈길이 작게 일렁거렸다. 왜 그러는걸까. 백현을 달래주면서도 경수는 종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해줄게."

" … 어라. 진짜? "

 

 

 

 근 1시간 가까이를 조르던 백현의 집념이 무색할정도로 쉽게, 김종인은 말했다. 그러더니 기다란 팔을 뻗어 백현의 손을 채갔다. 뭐지. 살짝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한건 변백현 뿐이었다. 종인의 동의에 신나서는 앞으로의 계획들을 말하고 설명하느라 정신이 팔려있는 것 같았다. 나만 … 이렇게 느끼는건가? 종인의 시선은 백현에게로 향해있었다. 저 둘 사이에 있으면 괜히 작아지는 느낌이다. 5년가까이 알아온 친구와, 이제 고작해봐야 1달도 안되는 나는 분명 다르게 느껴지겠지.

 그래도 … 그렇지.

 분명 셋이 함께 있는데도, 나 혼자 있는 느낌이었다.

 

 

 

" 나 먼저 갈게."

" 어? 왜! 얘기 마저 듣고 같이가지."

 

 

 백현이 놀란 눈으로 경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김종인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 심각한 내 표정을 눈여겨본 백현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일봐 하고 작게 인사할 뿐이었다. 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힘이 빠졌다. 이유를 알 수없으니 더 답답할 뿐이었다. 그냥. 묘한 기분.

 

 집에 도착해서 씻고 자기 위해 침대위에 누웠다. 하루에도 여러번 오락가락 하는 기분. 이런기분을 느껴본게 언제더라.

아주 옛날, 중학생때 얼핏 느껴봤던거 같은데 ….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수지였나. 근데 걔가 준면이를 좋아해서 셋이서 놀때면 느껴지던 그런 이질감.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다르잖아.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을 청하려는데 지이잉. 반사적으로 뻗은 손이 핸드폰을 잡아 들었다.

발신자는 변백현.

 

 

 

" 여보세요."

- 수야, 오늘 기분 안좋은일 있었어?

 

 

수가 뭐야. 닭살 돋아.

 

 

 

" 수라니, 그냥 경수라고 불러."

- 에이. 나만의 호칭이 필요하다고. 기분 안좋았어?

" 괜찮아. 걱정하지마."

- 야, 너 그러고 가서 김종인이 얼마나 그지같은 표정하고 있었는지 알아?

" … 왜? "

 

 

 

 굳이 궁금하지 않아도 될법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궁금했다. 너무.

 

 

- 걔 그래보여도, 주변사람한테 신경 엄청 쓰거든.

" … …."

- 괜찮다고 문자나 하나 넣어줘. 그럼 잘자! 내일 보자.

 

 

 참 이상했다.

 

 물끄러미 핸드폰 액정을 쳐다 보았다. 언제나 일이 꼬이고 답답할땐 백현이 나서서 도와주는것 같았다. 하지만 아까의 그 시선. 그 끝에 있던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백현이었다. 김종인은 분명 변백현을 보고 있었다. 하아. 귀가 얇은게 죄라면 죄지. 키패드를 꾹꾹 눌렀다. 오늘 먼저 가서 미안. 짧은 문장이었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근데 내가 왜 이렇게 김종인 눈치를 보는거지. 짜증나.

 

지이이잉.

 

 

[ 응. -김종인 ]

 

 

 

나름 대로 고민하다 보낸 문자에 응 이라니. 김종인은 참 편하기도 하겠다. 손가락 쓸일 없어서 . 경수는 다시 이불을 뒤짚어 썼다.

 

 

 

 

 

예전에 샤픽으로 쓰던건데 *0* 뭔가 엑소하고도 분위기가 어울릴것같아서뤼........

(고로 중간에 어쩌다 ㅜ_ㅜ 이름이 샤이니로 표기되있을수도<)

싸질러 놓고 오늘은 이만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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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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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위에 오타있어요!!! 백현이 교재를 꺼내다 말고 기범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되이써요! 괜히 나댄거에요..? 쨌든 완전 재밌다 이거 ㅠㅠㅠㅠ 성격들 다 맘에 들어요!! 종인이가 백현이 좋아하는게 아닐까 살짝 고민했네요 ㅋㅋ 다음편 빨리 읽고싶어요 ㅠㅠㅠ
13년 전
유주
ㅜ_ㅜ오타.........고맙습니다 수정완료
13년 전
독자2
와.. bgm부터 달달함이 느껴지는...ㅠㅠ 애칭까짘ㅋㅋㅋㅋㅋ
13년 전
독자4
헐 굿굿..................경수 성격도 묘하게 귀엽고 백혀니는 진짜 백혀니같고!!! 특히나 종이니의 츤데레성겨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흐규흐규이렇게 좋을글을 써주시다니 눈물나요진짜ㅠㅠㅠㅠㅠ존경합돠...굿굿굿!
13년 전
독자6
악좋아여ㅜㅜㅜ종인이가 배켠이를좋아하나경수ㄴ를좋아하나ㅠㅠㅜ김조닌겁나싴돋네영ㅇ3ㅇ담편기대할게영ㄱㅋㅋㄱ!
13년 전
독자7
신알신 ^.ㅠㅠㅠㅠ넘휴조어요 이런 분위깈ㅋㅋㅋㅋ금손강림?__?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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