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DAY
w.너는태양
끔찍하게 더운 여름이다.
체육 시간 내내 정신 나간 애들 마냥 뛰어다니던 우리들은 당연하게도 이내 제 풀에 지쳐 스탠드에 하나 둘 쓰러지고 말았다. 쇠도 씹을 나이라지만 더운 거엔 장사 없나보다. 나도 제법 체력이 좋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30분도 체 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벌써 끝이냐, 사내자식이”
“아, 몰라. 목말라 죽겠다”
내 투정에 최승현이 손을 뻗어 날 일으켰고 그 상태로 나를 데리고 스탠드로 걸어갔다. 다시 운동장으로 가서 뛰어 놀 줄 알았던 녀석은 그대로 내 옆에 앉아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는 반 애들을 쳐다볼 뿐이었다.
“권지용”
“왜?”
나는 휴대폰 옆에 놓인 작은 생수병을 들고는 한 모금 마신 뒤 스탠드에 누워버린 최승현에게 던져주며 대답하였다. 아슬아슬하게 머리 바로 위에서 생수병을 낚아챈 녀석이 그제야 상체를 일으켜 앉았고 그와 동시에 최승현의 짙은 갈색 머리카락에서부터 땀이 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최승현은 나의 대답에도 아무 말 없이 생수병을 만지작거렸다. 말 안할 거면 물이나 마셔라, 탈수증세로 죽는 수가 있어요.
“물 안 마실 거면 내놔”
“…마실 거야”
무언가 주저하는 최승현의 목소리에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졌다. 뭐라 할까, 울 것 같은 애 옆에 서있는 기분. 이 녀석의 목소리가 떨려서 그런지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말았다. 내가 애써 분위기 전환을 위해 '너 마실 생각 전혀 없어 보이거든. 됐다 됐어, 내가 탈수증세로 죽고말지.' 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녀석의 옆에 주저앉자 옆에서 최승현 특유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냐.”
얘, 지금 뭐라니. 며칠 전부터 네놈 좋다고 쫒아 다니던 일학년의 그 쬐고만 녀석인가, 아무튼 그 녀석 때문에 네 성 정체성을 의심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여기서 내가 '아니. 졸라 이상해' 라고 대답하면 일학년의 꼬맹이에게 죄 짓는 기분이고. 남자끼리 좋아할 수도 있냐고 물어보는 녀석에게 뭐라 대답해줘야 정답일까. 뭐, 가능하니까 그녀석이 네 놈 좋다고 쫒아 다니는 거 아니겠어.
“안 좋아해봐서 모르겠는데. 가능할 수도 있겠지.”
“같은 남자가 너한테 좋다고 하면 기분 어떨 거 같은데”
나도 최승현이 말하는 ‘좋다’의 의미는 분명 호감정도가 아니라 흔히 이성에게 가지는 감정을 말하는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기에 신중히 대답해주려 했으나, 오전에 버스에서 내 엉덩이를 주무르던 개 같은 새끼가 떠올라 순간 기분이 역해졌고 이에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개새끼, 찾아내서 죽여 버리는 건데. 아, 이런 씨. 다시 생각해봐도
“존나 역겨워”
SOMEDAY 00
본격적으로 내용을 시작하기전에 잠깐 보여드리는 글입니닿ㅎㅎㅎㅎㅎ 프롤로그에요.
토 일 연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