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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그 날 멈췄어.
니가 내 눈앞에서 떠나버린 바로 그 날.
"이거 놔! 나 쟤한테 가야된다고, 놔달라니까ㅡ!"
너의 마지막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나는 널 보내야만 했어.
그렇게 의미없는 하루하루가 흐르고,
나는 너 없는 세상에 나왔어.
"Why do you visit this country?"
"...."
"Sir?"
".... For my lord,"
"Pardon?"
지금 나는 너와 내가 나누던 이야기, 그 이야기의 끝에 있던 도시에 있어.
... 인생의 마지막을 맺는다면 여기서 맺고 싶어서.
'내가 꿈꾸는 건 말이야.'
'응.'
'정복의 땅이었던 그 곳에 가서, 뜨거운 태양을 쳐다보는 거야.
그런 뒤에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서는 거지.'
'그 다음에는?'
'... 너랑 같이 뛰어내릴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너랑 영원히ㅡ'
날카로운 조각처럼 나를 찌르는 기억을 한 줄기 희망처럼 붙잡고,
너와 나의 마지막을 말했던 그 곳에 도착했어.
너랑 같이 왔으면 좋았을텐데.
그거 알아? 모두가 날 미쳤다고 했을 때도 나는 행복했어.
니가 날 버리고 떠날 때마다 죽을 만큼 괴로웠지만 그것마저도 행복했어.
... 니가 나한테 돌아올 걸 알았으니까.
근데 이제는 니가 없잖아, 니가... 돌아올 수 없잖아.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가야지.
"곧 갈게, 재현아."
*
절벽 위에 홀로 서있던 그가 한 발짝, 떼었을 때 였다.
"잠시만ㅡ"
누군가가 그의 팔을 덥석 잡아 당기자
아래로 떨어지려던 그가 뒤로 털썩 넘어졌다.
"괜찮으세요? 아니다, 영어로... Are you okay? I don't know why you ..."
걱정어린 말이 쏟아졌지만 그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휙 돌려 자신을 구한 이를 쳐다본 그가 얼음처럼 멈춰버렸다.
"... 재현아."
"... 네? 아, 한국분이세요?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무슨 일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그가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이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 재현아, 재현..."
갑자기 그의 눈 앞이 어물어물 흐려졌다.
너무 놀란 탓이었을까, 아니면 이 상황이 그저 꿈이었던 걸까.
어느 쪽이든 그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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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새엔입니다.
부족한 글인데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