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외로움을 느끼는 당신(25,헤어디자이너)
그리고
그런 당신에게 관심있는 세 남자
독자님은 누구의 고백을 허락하실 건가요?
START
권지용
"여보세요?"
- 어디야? 밥먹을래?
"이야~ 이게 누구야 대한민국 탑스타, 아니지 요즘은 글로벌하게 우주대스타 지디라고 해야하나?"
- 뭐이렇게 인사가 길어? 어디냐고
"너야말로 요즘 바쁜가보다, 연락 뜸하더니 웬일이야?"
- 조금? 오랜만에 한국와서 너 보려고 전화했어
"어디겠어~ 당연히 우리 샵이지, 올래?"
- 사람많아?
"시계없는거야? 지금 시간이 몇시인데, 지금 정리하고 문닫으려던 참이야"
- 잘됐네 그럼, 나 머리 커트하고 염색 하려했는데 지금 갈테니까 기다려
"얼른 와라~ 술 사오는거 잊지말고!"
*
"무슨 바람이 불어서 흑발을 한대?"
"그냥, 당분간 한국에서 조용히 있을 생각이거든"
"좋은 생각이네, 이참에 가족들이랑도 시간 좀 보내고"
"......"
"벌써 취한거야? 왜 대답이 없어~"
"내가 벌써 취하겠어? 정신 완전 멀쩡해"
"물론 너 술 잘마시는 건 알고있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권지용은 두 눈에 의미심장한 눈빛을 가득 담은 채 나를 뚫어져라 노려본다. 아니, 내 말에 대답이나 할 것이지 갑자기 왜이러는거야? 내가 알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권지용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오징어 다리 하나를 물어 뜯는데 권지용은 잽싸게 나의 입에 물려있던 오징어 다리를 빼내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던져버린다. 놀란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미쳤냐는 듯 바닥에 버려진 오징어 다리와 권지용의 얼굴을 번갈아 보자, 권지용은 한쪽 팔은 쇼파에 걸치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나의 턱을 잡고 자신과 눈을 맞추도록 고정시킨다.
"왜,왜이래 갑자기.."
"내가 갑자기 왜 한국에 들어왔을까?"
"뭐야, 즉석 퀴즈 그런건가? 상품은?"
"상품은 내 입술"
",..필요없거든!!"
"너무 어렵나? 힌트 줄까?"
"됐으니까, 내 턱 좀 놔줄래?"
"그럼 내가 왜 그동안 연락 뜸했을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맞추고 싶지도 않고"
"못 맞추면.."
"....??"
"못 맞추면, 벌칙은 니 입술"
"뭐,뭐라고? 왜 하필 벌칙이 내 입술이고 상품이 니 입술인건데!?"
순간 울컥한 내가 흥분한 듯 손가락질을 하며 화를 내자 권지용이 웃기다는 듯 피식 웃어버린다. 씩씩 거리는 나와 달리 권지용은 차분한 얼굴로 나를 다시 응시한다. 가시방석에라도 앉은 사람 처럼 어색해진 내가 다시 시선을 피하자 권지용은 점점 나를 향해 다가왔다. 당황한 내가 그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말도 하지못하자 그대로 나를 뒤로 눕힌 뒤 무방비한 나의 입술을 덮쳐버린다. 한참 동안이나 이어진 키스, 권지용이 입술을 떼자 나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키스 더럽게 못하네"
"뭐,뭐라고?!"
"이래서 어떤 남자가 데려가냐?"
"..도,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가족들이랑 시간 보내라는 말에 대답 못한 것도,
한국 온 이유도, 한동안 연락 뜸했던 것도 다 너 때문이야"
"...응?.."
"그동안 너무 생각이 많아서 연락 못했어,
이제야 좀 정리 된거 같아서 한국 온거고.."
"....."
"한국에 있을 동안 너랑 시간 보내고 싶은데, 넌?"
"......"
"나때문에 많이 힘들 겠지만 그만큼 내가 잘할게"
",,.."
"우리 사귀자"
박찬열
"무슨 일이야? 매니저도 없이 혼자?"
"음..그냥?"
"싱겁긴, 조금만 기다려 준비하고 나올게"
얼마전 요즘 여자애들 한테 인기 최고인 엑소가 헤어샵을 우리 샵으로 옮겼다. 덕분에 유명세 좀 탔지만, 이상한 놈이 하나 있다. 박찬열, 처음 나를 보자마자 친한 척을 하더니 곧 번호까지 따가는거 아닌가? 나보다 나이가 어린 것도 있고 하는 짓도 귀여워서 종종 샵에서 만날 때 마다 음료수 정도 사주는 사이가 됐다. 엑소 활동기가 끝나고 덩달아 샵 방문도 뜸해지기 마련인데 박찬열은 심심하면 우리 샵에 놀러와 나를 찾는다.
"직원들 한테 부탁하고 나오긴 했는데 다음 부터는 곤란해, 이번 한번만이다?"
"치사해, 나랑 놀아주는게 그렇게 싫어?"
"그게 아니라 나도 엄연히 영업 시간이니까 그렇지!"
"그렇게 따지면 나도 손님인데? 나도 영업해줘"
"말도 안돼는 소리, 그리고 이러다가 너네 팬들한테 사진이라도 찍히면?"
"걱정마~ 조심하면 괜찮아"
"밥은 먹었고?"
"누나가 사줘"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자 박찬열은 큰 눈으로 반달 모양을 만들며 팔짱을 낀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나는 사진이라도 찍히면 어쩌냐며 박찬열을 뿌리치려는데 끝끝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결국 박찬열의 고집을 꺽지 못한 나는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박찬열을 데리고 차를 타러 주차장으로 갔다. 나의 뒤를 쫄쫄 따라오던 박찬열은 내가 차문을 열려는 순간 나의 팔목을 낚아챈 뒤 나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뭐,뭐야?"
"누나"
"놓고 얘기하면 안될까? 숨막혀.."
"좋은데 조금만 안고있자"
"누가 보면.."
"어두워서 아무도 몰라"
내가 박찬열을 밀어내면 박찬열은 더욱 강하게 나를 힘으로 제어했다. 결국 포기한 내가 더이상 저항하지 않자 박찬열은 나의 머리를 조금씩 쓰다듬더니 이내 귀에대고 속삭였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내가 간지럽다며 안들린다고 하자 조금 더 목소리를 키워 다시 속삭였다.
"나"
"....."
"누나 좋아해"
"...."
"사귈래?"
방용국
친화력 좋고, 오빠든 동생이든 거침없는 내가 유일하게 막대하지 못하는 남자가 있다면 그건 방용국이다. 어쩌다 지인 소개로 알게 됐는데 외모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와 묵직한 저음 목소리 거기에 가볍지 않고 항상 진지한 성격 탓인지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존댓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물론 알고지낸 시간이 길기 때문에 불편하다거나 어색하다거나 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다루기 쉬운 상대는 아니다.
"급한 일이야? 갑자기 작업실에는 왜 불렀어?"
"그런건 아니고, 녹음한 작업물 들려주려고"
"진짜? 그럼 내가 제일 먼저 듣는거네?"
"응, 이번 앨범에 실릴 곡이야"
"이야 완전 영광인데?"
방용국의 작업실에 도착한 나는 그의 옆자리에 앉았고 방용국이 건네주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예상과는 달리 잔잔한 멜로디로 시작한 노래, 곧 매력적인 방용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여자의 첫인상과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게 된 이유를 노래하는 곡에 빠져 눈을 감고 감상하는 나를 방용국이 턱을 괴고 지긋이 바라봤다. 그런 방용국의 시선을 의식한 내가 천천히 눈을 뜨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노래 진짜 좋다.."
"다행이네, 가사는 어때?"
"가사도 좋은데? 완전 내 취향이야"
"잠시만 이어폰 빼지말고 있어봐"
방용국은 나에게 기다리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녹음실로 들어갔다. 내가 그런 방용국을 멍하니 보는데 어느새 자리를 잡고 앉아 마이크 까지 손에 쥐었다. 내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방용국을 지켜보자 잘들리냐며 내게 묻는다. 이어폰을 껴서 그런지 방용국의 특유의 저음이 더욱 잘느껴졌다. 내가 잘들린다며 머리 위로 동그라미를 그리자 예쁘게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인다.
"이 곡의 주인공을 위한 즉석 라이브"
"..주인공? 나?"
"데뷔 무대 보다 떨리지만 잘들어줘"
방용국은 나를 바라보던 눈을 살짝 감고 노래에 집중했다. 갑작스러운 방용국의 말에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나도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3시간 같던 3분이 지나고 방용국과 나는 천천히 눈을 떠 서로를 바라봤다. 평소에 봐오던 방용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는 수줍은 듯 웃어보였다. 내가 밝은 미소와 박수로 답하자 방용국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너가 내 옆에 있으면 앞으로도 행복한 곡만 만들 수 있을거 같아"
"....."
"이 곡이 마지막이 아니였으면 좋겠어"
방용국은 마이크를 내려놓고 녹음실에서 나와 벙쩌있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내가 그저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보자 방용국은 나의 양쪽 어깨를 감싸쥔 뒤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세상 어떤 여자들 보다 더 행복하게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