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아이 육아물 한빈바보 김지원 x 딸바보 김한빈 " 형, 거기 턱받이 좀. 지빈이 다 흘리고 먹는다. 아이구, 내 새끼. 맛있어요? " " 여기. " " 어, 고마워. 형도 얼른 앉아서 밥 먹어. " " 그래. " 한빈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니. 하는 말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으나 지원은 별 말 없이 의자를 빼 앉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아이용 안전의자에 앉은 지빈의 앞에는 작은 어린이용 수저와 묽은 밥이 정갈하게 담긴 알록달록한 식기, 무엇보다 제가 사랑하는 한빈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빈은 지빈이 밥을 먹는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도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눈으로. 반면 식탁에 자리잡은 지원에 앞에는 아무렇게나 놓인 수저와 대충 담은 듯한 밥이 있었다. 한빈은 지빈의 식사에 신경쓰느라 지원에게서 아예 등을 돌린 채였다. 조금 서운한 감정이 드는가 싶었지만 지원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찬 밥이 아닌 게 어디야, 밥그릇이 깨끗한 게 어디야. 역시 한빈이는 날 사랑해. 식사가 끝나고, 한빈은 지빈을 안아들고 턱받이를 벗겨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지원에게 한빈이 말했다. " 형, 나 지빈이 씻기는 동안 여기 좀 치워주라. 우리 지빈이, 많이 먹었어? " 한빈은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옹알거리는 지빈의 코 끝에 제 코를 문질렀다. 간지러웠는지 지빈은 지원을 쏙 빼닮은 눈을 접어가며 까르르 웃었다. 지원의 눈엔 둘 다 못 견디게 사랑스러웠다. " 이거 다 씻어놓으면 되지? " " 응. 지빈이 거 소독은 내가 좀 이따 할 테니까 안 해도 돼. " " 알았어. " 원래 집안일은 구분없이 하는 터라 지원은 별 생각 없이 소매를 걷어부쳤다. 식기들을 물에 담그고 어지럽혀진 식탁을 닦고 치운 뒤 고무장갑을 낀 지원은 흥얼흥얼 노래를 불러가며 설거지를 끝냈다. 거실 소파에 길게 누워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지원은 곧 잠이 들었다. 지원이 잠에서 깼을 땐 한빈과 지빈이 바닥에서 잠들어 있었다. 지빈은 아이용 요 위에 엎드려 이불을 덮고 새근새근 자고 있었으나 한빈은 맨바닥에 웅크린 채였다. 지원이 거실 한쪽에 부드러운 러그를 깔아두었는데도 항상 한빈은 지빈을 보다가 맨바닥에서 잠들었다. 몸을 한껏 말고 있는 한빈의 그 모습마저 지원의 눈엔 예뻐 보였다. 스스로의 팔불출에 혀를 끌끌 차던 지원이 몸을 숙여 한빈을 안아올렸다. 육아에 지친 건지, 조금 더 가벼워진 듯해 안쓰러웠다. 평소 한빈은 어린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여동생 한별을 비롯해서 이웃의 아이들에게도 한빈은 사족을 못 썼다. 그래서인지 한빈은 첫 아이인 지빈을 유달리 아꼈다. 그리고 지원은 한빈이 어린아이들과 있는 모습을 좋아했다. 지원의 눈에 한빈은 예뻤다, 한빈이 보는 어린아이들처럼. 한빈을 안아든 채로 잠시 서 있던 지원이 곤히 잠든 두 눈에 가만히 입맞췄다. 조금 망설이더니 코와 입술 위에도 차례로 입을 맞췄다. 항상 떨렸다. 지원에게 한빈은 그런 존재였다. 사랑이라는 두 글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끼는 사람이었다. 연애하던 때에도, 결혼한 뒤에도, 아이가 있는 지금도. 지원에게 한빈은 날이 갈 수록 커지는 설렘과 행복이었다. 한빈을 침대 위에 눕히고 얇은 이불까지 덮어준 지원은 흐트러진 한빈의 머리칼을 쓸어올리고 이마 위에 다시 한 번 입을 맞췄다. 여전히 떨렸다.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온 지원은 요 위에 배를 깔고 자는 지빈의 머리맡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저를 닮은 눈을 가지런히 감고 한빈을 닮은 코로 숨을 쉬며 새근새근 잠든 지빈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지원은 더할 나위없이 행복했다. 제가 사랑하는 한빈과 둘을 닮은 딸이 함께하는 지원의 삶은 축복받은 것이었다. 지원은 아이의 등을 토닥였다. 이내 아이가 눈을 뜨고 방긋방긋 웃었다. 다른집 아이들은 아빠를 보면 울고 떼를 쓴다던데 지빈은 달랐다. 역시 내 딸이야. 지원은 정말 못 말리는 팔불출이었다. 지빈이 계속해서 웃으며 안아달라는 듯 지원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지원은 지빈을 품에 안아올렸다. 아빠의 목에 팔을 감고 매달린 지빈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계속해서 까르르 웃어댔다. 지빈의 해맑은 웃음이 지원에겐 행복이었다. 지빈의 웃음소리에 깬 한빈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졸음이 덜 가신 건지 반쯤 감긴 눈이었다. 작게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는 한빈의 손을 지원이 살짝 쳐냈다. " 눈 비비면 안 좋아. " " 형이 맨날 이렇게 해 주잖아. " " 나 없으면 어쩌려고 그래? " " 없을 거 아니잖아. 계속 내 옆에 있어야지. " 점점 정신이 맑아지는지 또렷한 눈으로 예쁜 말을 하는 한빈이었다. 지원은 지빈을 안은 채로 고개를 돌려 한빈에게 세 번째로 입맞췄다. 한빈은 부끄러운 듯 괜히 제 뒷머리를 슥슥 쓸어내렸다. 계속해서 싱글벙글 웃는 지빈의 볼을 살짝 꼬집은 한빈이 불퉁하게 말했다. " 김지빈, 이거 안 되겠어. 먹여주고 씻겨줬더니 김지원한테만 안겨있네. 너 큰 아빠를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 " 지빈이는 내가 좋대. " " 너무하다. 지빈아, 작은 아빠가 너 밥도 주고 씻겨줬는데. " " 한빈아. 지빈이가 너를 나보다 더 좋아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게? " " 어떻게 하면 되는데? " 눈을 크게 뜨고 묻는 한빈에게 지원은 웃으며 답했다. " 네가 나를 조금만 더 사랑하면 돼. 지빈이 사랑하는 것 반만큼만. 그러면 지빈이가 나보다 너를 더 좋아할 걸? " " 에이, 그게 뭐야. 난 이미 지빈이랑 형 둘 다 똑같이 사랑하는데? " " 그래? 그 방법이 안 들었단 말이지. " 지빈을 요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골똘히 고민에 빠진 시늉을 하는 지원이었다. 한빈은 지원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웃음을 터뜨렸다. 곧 지원이 무릎을 탁 치며 고개를 들었다. " 생각났어! " " 우와, 뭔데? " 쿡쿡거리며 웃던 한빈도 지원의 연기에 동참했다. 지원은 한빈에게 손짓했다. 이리 오라는 신호에 웃음을 머금은 한빈이 지원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순간, 지원이 한빈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잡아쥐고 끌어당겼다. 한빈 특유의 깔끔한 체향이 훅 끼쳐 지원은 아찔함을 느꼈다. 그것은 한빈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신을 가다듬은 지원이 한빈의 귓가에 대고 작게 말했다. " 동생 만들어주면 된대. " 뜬금없는 동생 타령에 놀란 한빈이 지원의 어깨를 밀어냈다. 그러나 지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 오늘 만들어줄까? " 얼굴이 붉어진 한빈은 애 듣는데 못하는 소리가 없어, 하며 지원의 가슴팍을 툭툭 쳤다. 그제서야 지원은 한빈의 귀를 살짝 물고 손의 힘을 풀었다. 한빈의 귀가 달아올라 있었다. 귀엽게만 느껴지는 모습에 지원은 씨익 웃으며 지빈을 다시 안아올렸다. " 잘 보고 있어봐. " " 왜, 어디 가? " " 지빈이 짐 싸러. " " 왜? " " 준회네 맡기게. " " 왜? " 작은 손으로 아빠의 손가락을 잡고 꼼지락거리는 지빈을 흐뭇하게 보며 별 생각 없이 되묻던 지원은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그러니까, 이건... " 왜긴 왜야. 동생 만들어주자며. 애 있는데서 할 거야? " 역시 부끄러운 듯 고개를 반쯤 돌린 채로 말하는 한빈의 귀는 여전히 달아올라 있었다. " 빨리 옷 갈아입고 준회네 전화해놔. 동혁이가 있어야 할 텐데, 지빈이가 준회는 무서워해서. " 뺨까지 발개진 채로 횡설수설하는 한빈이 못내 예뻐 지원은 그 양 볼을 잡고 또 한 번, 깊게 입맞췄다. 눈을 감고 지원을 받아들이던 한빈이 지원을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 이 다음부터는 지빈이 맡기고 나서. " 지원이 흰 이를 드러내며 웃는 한빈의 머리칼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휴대폰이 어디 있더라. 지원의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 - 신청받은 것만큼 바비가 찡찡대지 않아서 조금 실망했을 지도 몰라요ㅠㅠㅠ 다음엔 찡찡대는 버전으로 한번 써볼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부족하지만 혹시 암호닉 신청하실 분 계시면 받을게요...ㅎㅎ...(소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