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 사장님
13
부제 : 36.5℃
"점장님이 들어가래."
"....어?"
"괜찮은 척 그만하고 들어가 쉬어. 그러다 병나면 병원비가 더 들어."
주말부터 느껴지던 감기 기운을 가볍게 여겼다가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 머리통이 뎅뎅 울리고, 관자놀이가 짜증나도록 지끈거리는 이 더러운 기분.
최대한 멀쩡한 척을 한다고 한건데 소용이 전혀 없었는지 날 가만히 보던 언니가 결국 들어가 쉬라고 내 팔을 잡아끌었다.
출근한지 이제 1시간 됐는데, 안그래도 요즘 자주 빠진 것 같아서 일부러 나온건데. 언니에게 잡힌 팔을 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 계속 있을래.
"얘가 왜이래? "
"괜찮아. 조퇴할 정도는 아냐. 이것 봐."
"거짓말도 상황봐가면서 해라, 어? 너 얼굴 완전 핼쑥해. 누가봐도 환자라니까?"
"아, 언니."
"한대 맞고 갈래, 그냥 갈래."
벌떡 일어나 우렁찬 목소리로 정말 괜찮다는 듯이 앉아있던 의자를 양 손으로 들어보였지만 역시 소용따위 없었다.
내가 두 손으로 든 의자를 가뿐히 한 손으로 뺏어가더니 날 정말 한대 때릴 기세로 노려보는 언니한테 깨갱하며 앞치마를 벗었다.
무서운 사람. 이 무서운 성격으로 무슨 어울리지도 않는 연하를 그렇게 고파하는지. 투덜투덜대면서 느릿느릿,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도경수는 아직 카페에 오지도 못했는데 오늘은 얼굴도 못보려나. 문자 안남기면 또 삐치겠지?
"언니 나 가"
"잘 가. 약 챙겨먹어라, 또 내일 못일어나서 빠지지말구."
"네, 네."
오늘같은 월요일이면 이따 점심시간에 사람 정말 터지도록 많을텐데, 카페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언니한테 손을 흔들었다. 걱정돼 죽겠네.
어여 가라고 주먹을 쥔 채 흔들흔들 하는 언니 모습에 그나마 근심을 좀 덜고 다시 켜놨던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했다.
[오늘 카페 와도 나 없어요. 일 열심히 해요.] 나름 문자에 어색한 느낌이 조금은 사라진 것 같아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꼴에 여친이라고.
전송을 누르자마자 답장부터 기다리다가 바쁠까 싶어 조용히 다시 핸드폰을 가방안에 넣었다.
회사 로비를 지나, 회전문을 지나면서도 이 건물 8층에는 도경수가 있을거란 그리운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보고싶네, 좀.
"저기요."
알아서 연락하겠거늘, 보고싶어하면 나타나기를 바라게 되는것이거늘.
애써 도경수 생각을 지우고 멍하게 지끈한 머리를 콩콩 두드리며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기를 반복 할 때
"....."
"서프라이즈."
저기요, 하는 딱딱한 목소리로 내 등을 두드리던 사람이 곧 성큼성큼 내 앞을 추월하더니 내 앞에 우뚝 섰다. 어, 도경수다.
뭐라 말 할 새도 없이, 머리통을 통통 두드리던 내 주먹을 가져가 본인 손으로 감싸더니, 서프라이즈, 씩 웃는 도경수를 올려다봤다.
좀 보고싶어 했다고 진짜 이렇게 나타나다니, 운명같고 좋네. 나도 따라 웃으니 도경수가 대뜸 감싼 내 손에 짧은 뽀뽀를 쪽- 하는 짓에 놀랐다.
여기 사람많은데, 눈으로 이야기 하니 그제서야 "갑시다" 내 팔을 잡아 회사 밖으로 이끌었다.
도경수 사장님
"문자 뭡니까?"
"...지금 봤어요?"
"집 가던 길이었습니까? 왜?"
늘상 회사 바로 앞에 떡하니 서있는 도경수 차에 자연스럽게 올라타고 가만히 앉아 대화를 나누니 또 머리가 끔찍하게 울리는 것 같았다.
아프다는걸 티내고 싶지 않아 대충 도경수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고, 무지하게 많은 머리카락으로 옆모습을 최대한 가리고 있으면
조용한 분위기에 갈피를 못잡고 뻘쭘하게 핸드폰만 보던 도경수가 대뜸 아까 보낸 내 문자를 내게 보여주며 뭐냐고 묻는다.
뭐냐니, 그걸 이제 봤단 말이야? 어쩐지 문자에 대해 단 한마디도 안하는게 이상하다 했어.
"몸이 좀 안좋아서 일찍 나왔어요."
"몸 어디."
"...그냥, 감기 몸살."
"근데 왜 문자를 이렇게 보냅니까. 여기 아프다는 내용은 전혀 없잖아."
"....."
"열도 나네."
몸이 안좋다고 실토를 하자마자 미간을 찌푸리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내 얘기를 경청하는 도경수의 눈을 마주했다.
반말까지 하면서 내 문자가 띄어진 핸드폰 화면을 삿대질하고 아프다는 내용은 왜 없냐며, 인상을 더 구기니 무슨 저 짝 골목의 건달같다.
또 갑자기 차에 시동을 걸어 한 손으로는 핸들을 잡더니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이마에 손을 얹더라. 그 와중에도 계속 투덜투덜투덜.
본인이 때 맞춰 내려오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냐고, 아픈걸 정말 본인한테 숨길 생각이었냐고 한참을 궁시렁 거리던 도경수의 목소리는
우리 집 근처 작은 약국 집 앞에서 멈췄다. 어지러워 죽을 뻔했네, 정말 한창 숨기다가 걸렸으면 어쩔 뻔 했어.
"이거 식후 30분 하루에 한 알."
"....."
"이건 비타민C 인데 하루에 하나씩 까먹든가 해요."
"....."
"이건 립밤."
"....."
"이건 지금 먹고,"
"....."
"이건 파스. 어깨 아프다며, 요즘."
"......"
약국 앞에 차를 대충 세우더니 얼른 내린 도경수가 사온 약들은 정말 눈에 보이는 대로 집어온 듯했다. 특히 립밤.
난데없는 비타민씨를 꺼낼 때부터 알아봤지, 뭐. 약국마다 파는 작은 립밤도 꺼내서 보여주고, 웬 음료도 꺼내서는 내 손에 냉큼 쥐어주고,
저번주에 내가 내 어깨를 주무르며 결린다고 한걸 기억하는지 마침 파스도 집어왔다. 참 쓸데없이 기특하네.
"뭘 이렇게나 많이 사왔어요."
"좋은거 많이 먹고 빨리 나으라고요."
"....."
"다른건 몰라도 몸살 약 거르면 진짜 화냅니다."
"....."
얼굴에 걱정이 뚝뚝 묻어나는 도경수를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차가 우리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는거 보고 신발을 고쳐신었다.
도경수가 또 아쉽다는 듯이 차를 세워 문을 열어주면 얼른 차에서 내려 약 봉지를 흔들며 기분좋게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조심히 들어가요.
"약 거르지 마요."
"알았다니까요."
"아프지도 마요."
"....알았어요."
"갑니다. 들어가서 연락해요."
도경수 사장님
"다 나았는데요?"
"그래도 불안하니까 오늘까지만 먹어요. 어떻게 하루만에 다 낫습니까."
"저 정말 멀쩡해요, 컨디션도 최고."
도경수가 준 약을 먹으면서 어제 하루 내내 끙끙 앓아 누웠더니 오늘 아침은 어쩐지 일으키는 몸도 가벼운게 이상하도록 멀쩡했다.
가끔 헛기침이 나는 것만 빼고는 이렇게 쉽게 나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멀쩡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카페에 출근을 하자마자 졸졸 쫓아들어와서 내 몸 상태부터 확인하는 도경수는 역시 그 말을 믿을리가 없다.
혹시 모르니까 오늘까지만 약을 먹으라는 그의 말에 정말 멀쩡하다며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머리도 흔들고. 어지러움 같은거 전혀 없어요!
"정말입니까."
"그렇다니까요, 도경수씨가 준 약의 약발이 죽여줘요."
"열은."
"없어요, 확인해봐요."
그제서야 조금 믿기 시작하는 도경수를 사람이 없는 카페 구석으로 데려가, 직접 열도 확인해보라고 앞머리까지 척-. 까줬다. 어여 손 대봐. 열 하나도 없을걸.
야무지게 드러낸 이마를 자신있게 갖다댔다. 근데 어쩐 일인지 씨익 웃으며 손을 이마에 올린 도경수는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응? 왜?
아침에 온도계로 직접 재고 나왔을 땐 정상이었는데? 나까지 고개를 갸웃하며 도경수를 올려다보니 이번엔 "잘 모르겠네" 라며
"....열 없다."
"....."
"원래 열은 입술로 재는게 맞는거에요.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
내 이마에 곧바로 본인 입술을 가져다 댔다, 열은 원래 입술로 재는게 맞다는 구차한 변명까지 늘어놓으며.
엄마들이 아기들 밥 먹인다고 음식 온도 확인할 때 입술을 가져다 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감기 열도 보통 이렇게 재나.
음흉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말아올리면서 도경수를 올려다봤다. 거 사람이 참, 그냥 하면 되지 뭘 또 구차한 변명까지. 도경수 답지않게.
"그렇게 쳐다보면 키스할거에요."
"......"
"진짠데."
"......"
"......"
내 표정을 아빠미소로 내려다보던 도경수가 키스하겠다는 엄포를 놓아도 지지않았다. 음흉음흉. 음흉한 표정.
그러니 곧 정말 도경수가 목을 바짝 숙여 이번에는 이마가 아닌, 내 입술에 저 입술을 갖다댔다.
깜짝 놀라 움찔한 내 몸을 두 손으로 잡고는 시간이 흐를수록 깊게.
해본 적도 없는 키스, 어찌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도경수가 리드하는 대로.
약으로 내린 열이, 보다 더 후끈하게 다시 오르는 듯 했다.
쓰차가 풀렸어요 !
풀려있어 !
세상에 !
너무 늦게돌아와, 죄송하다는 사과부터 드려야하지만
그동안 비회원으로서 돌아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던 저 잉꼬가
이렇게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됐다는게 너무 기뻐요ㅠㅠ
많이들 잊으셨겠죠 ? 흙
이해해요 ... 그래요 ....
제가 생각해도 너무 늦게 왔 ....
하지만 전 여러분이 절 거부해도 상관 없어요.
그동안 글을 쓰면서 전 여러분꺼라고 누누히, 매번 말해왔기 때문이죠. 껄껄.
이제서야 돌아온 잉꼬를 환영해주시는 당신,
감사합니다.
+)
쓰차 풀리자마자 독방가서 글잡 검색을 하는데
저 없는 동안 도경수 사장님 추천글 2~3개가 보이는거 있죠 ? (울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