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Ep06 : 엠티를 가면 비밀이 생긴다. (2)
남준이가 이런말을 할 줄은 몰랐다.
"아니, 없어!"
놀란 나머지 손으로 엑스자까지 만들며 없다고 해 버렸다.
"김탄소..."
"어?"
"....근데 나, ...아니다."
"말해봐, 뭔데?"
"아니...나 춥다고오..."
남준이가 팔을 쓸며 말했다.
"아...춥다고..."
김탄소.
라고 할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무게잡고 말할거리는 많이 없으니까. 특히나 만난지 얼마 되지않은 남녀 사이엔.
"들어가자, 그러면"
남준이를 데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동기들을 만났다.
"어 탄소야, 김남준 찾고있었는데....뭐야, 얘 취했어?"
"와...너무하네, 탄소야 얘 우리가 데리고 갈게 여자애한테 민폐다 김남준, 이게뭐냐"
큭큭거리며 동기들이 남준이를 부축했고, 뒤따라가던 나는 문득 민윤기 생각이 나 그 길로 되돌아 해변가로 갔다.
담벼락으로 갔지만 민윤기는 없었다.
"...어디간거지,"
잠시 편의점이나 들러야겠다 싶어 간 곳에서 민윤기를 만날 수 있었다.
한 갑을 다 피웠는지 새 담배를 사고있었다
"넌 그 담배부터 좀 끊어야겠다."
"어?...너 김남준이랑 있는거 아니었냐,"
민증을 꺼내들던 민윤기가 뒤돌아 나를 발견하곤 씩 웃었다.
"왜 여깄냐, 너 바보지"
"남이사..."
"뭐사러왔는데, 내가 사줄게."
하얀 찹쌀떡같은 얼굴을 한 민윤기가 고개를 까딱하며 계산대에 놓으라했다.
난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소주 세 병과 과자 한 봉지를 올렸다.
민윤기는 군말없이 계산을 해 주었다.
"숙소 안에 소주 많지 않아?"
편의점을 나오면서 민윤기가 물었다.
"바다보면서 마시고싶어서."
"혼자?"
"그게 왜?"
"아니, 둘이 좀 더 낫지않나...해서"
민윤기가 씩 웃었다.
허여멀건한 얼굴에 까만 박시티, 슬리퍼를 아무렇게나 끌고나온 민윤기는 여전히 능글맞기 그지없었다.
"됐네요, 너랑 마시는거 과애들이 보면 어떡할라고 그래?"
"보라지 뭐. 아, 넌 좀 곤란한 상황이 되려나"
민윤기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 소문 적극적으로 해명할걸 그랬다, 그냥 아니라고. 그지"
"이제와서 뭘 해명해, 넌 이미 그런 애가 됐는데."
민윤기가 바다를 보며 기지개를 피면서 웃었다.
담벼락에 다리를 걸치고 앉아 소주 한 병을 땄다.
"너 깡소주 그렇게 마시면 후회한다?"
"나 잘 안취해..!"
한 모금, 두 모금, 세 모금. 벌컥 들이킨 소주가 목구멍으로 빨려들어가듯 넘어갔다.
민윤기는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았다.
과 동기들이 보면 나에 대해 뒷 말이 나온다며 소주 한 병을 들곤 약간 떨어진 벤치에 앉아 소주를 까서 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우린 그렇게 말없이 앉아 각자의 시간을 즐겼다.
반 병을 비워내고 휴대폰으로 음악을 켜는데 민윤기가 터덜터덜 걸어와 남아있던 한 병을 들고 다시 벤치로 돌아갔다.
고개를 돌려 벤치를 바라보니, 역시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밀린 카톡 답장을 하느라 꽤 오래 폰을 쥐고있었는데, 갑자기 내 옆에 민윤기가 와 앉았다.
얼굴은 여전히 하얀 떡 같았지만,
눈이 풀려있었다.
"야, 김탄소! 너는...진짜...바보다 바보. 남자들이 너한테 껌-뻑 넘어간거, 안보여? 어? 안보여?"
"야 너 취했냐,"
무표정에 다크한 분위기. 뻑뻑 담배만 피워대는 양아치 민윤기.
그런 모습따위 없었다.
도대체 얼만큼 취한건지 모르겠지만 그 애는 아예 딴판이 되어있었다.
"야아....취하긴 누가아...."
말끝까지 늘이는 민윤기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웃음이 났다.
"지금 너 나 안믿지, 그치그치. 야 김탄소 너 나 잘 봐라 똑!바로 걸어볼게"
모래밭으로 점프한 민윤기가 뒤뚱뒤뚱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간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나 달리고 싶어! 달릴래! 달리자 김탄소~어?어?"
"미쳤나봐-"
생전 처음보는 민윤기의 모습에 큰 소리를 내 웃기 시작했다.
배를 움켜쥐고 깔깔대며 웃은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해변을 달리던 민윤기가 다시 내 앞으로 돌아왔다.
"어, 나 이 노래 알아. 알아, 나 알아 이거!"
내 휴대폰에서 나오는 신나는 음악을 듣더니 갑자기 민윤기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댄스는 아니었지만 술에 취해 기분이 업된 민윤기는 나름대로 비트에 맞춰 노래하는 척도 하고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춤을 췄다.
처음엔 약간 당황했지만 이내 크게 웃으며 민윤기를 바라봤다.
민윤기도 크게 웃었다.
아, 윤기는, 입동굴이 참 이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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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6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