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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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아!”
성열이 멍하게 걷다가 계단 아래에 있는 성종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평소와 다른 축축한 공기를 가르고 두세 칸씩 계단을 뛰어 내려온 성열이 성종 앞에 섰다. 성종이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성열의 손을 잡았다. 헤실헤실 웃으며 성종과 걸어가던 성열이 무심코 창밖을 쳐다봤다. 제법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성종에게 이끌려 현관에 도착한 성열이 조심스럽게 성종의 옷자락을 쥐었다. 왜? 신발 끈을 묶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있던 성종이 신발 끈을 묶다 말고 허리를 폈다. 비 온다. 성종이 성열의 말에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성종이 다시 허리를 숙이고 신발 끈을 묶었다. 성열이 그런 성종을 보다가 저도 신발을 신었다.
“나 우산 있어”
“진짜?”
“응, 같이 쓰고 가자”
성종이 신발 끈을 예쁘게 매듭짓고 일어섰다. 가방을 성열에게 건넨 성종이 가방 지퍼를 죽 열어 가방 안을 뒤적였다. 가방 속에서 검은 삼단 우산이 나왔다. 지퍼를 잠군 성종이 성열에게서 가방을 받아 맸다. 성종이 우산을 펴자 성열이 고개를 갸웃했다.
“성종아, 이거 우리 둘이 쓰기에는 너무 작지 않아?”
“…그럼 형 혼자 쓰고 가, 나는 뛰어 가도 되”
성종이 성열에게 우산을 내밀자 성열이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살며시 미소를 짓던 성종이 성열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좁고 검은 우산 아래로 쏙 들어간 성열이 성종과 딱 붙어 섰다. 자꾸만 옆으로 살금살금 멀어지는 성열에 성종이 성열의 손을 잡았다. 성열이 조금 발그레한 얼굴로 성종을 힐끔 쳐다봤다. 붉어진 볼을 숨기려는 듯 고개를 돌린 성종이 우산을 성열 쪽으로 더 가져다 댔다. 성종의 왼쪽 어깨가 젖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란히 발을 맞춰 걸어가던 성종과 성열이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자 냅다 뛰기 시작했다.
아파트 안으로 쏙 들어온 성열이 숨을 고르며 성종을 쳐다봤다. 어어, 성종아. 성열이 잔뜩 젖은 성종의 왼쪽 어깨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성종이 그런 성열을 보고 작게 웃었다. 괜찮아, 별로 안 젖었어. 성종이 몸을 돌리며 멋쩍게 웃었다. 입술을 쏙 내밀고 성종의 어깨를 쳐다보던 성열이 성종의 어깨를 탁탁 털었다. 털어지지 않을 빗물을 털어내던 성열이 한숨을 폭 내쉬었다. 성종이 가만히 성열을 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그렇게 웃기냐며 성종을 타박하던 성열이 소리 없이 왔다 가는 성종의 입술에 입을 꾹 다물었다.
효과 만점이다, 자주 써야겠는데? 성종이 중얼거리는 동안 주변을 살핀 성열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재빨리 엘리베이터 안으로 쏙 들어갔다. 하나씩 차근차근 올라가는 숫자를 보다가 성종이 성열을 꽉 끌어안았다. 놀라서 파드득 거리는 성열에 큭큭 거리던 성종이 8층이 되어 문이 열리자 성열을 놓아주었다. 재빨리 집으로 달려가는 성열의 모습에 성종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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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졸린 얼굴로 침대에서 일어난 성열이 느릿느릿 걸어 화장실로 향했다. 올망졸망 달린 졸음을 떼어내기 위해 찬물로 세수를 한 성열이 꾸물꾸물 방으로 돌아갔다. 찬물로 세수한 보람이 없는 듯 침대에 다시 누워 있던 성열이 일어나 옷걸이에 걸린 교복으로 손을 뻗었다. 천천히 교복을 입던 성열이 와이셔츠를 대충 걸치고 가방을 챙겨 부엌으로 향했다. 옆에 있는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은 성열이 식탁 앞에 앉아 젓가락을 쥐었다. 깨작깨작 밥을 먹으며 식탁 귀퉁이에 붙은 포스트잇을 떼어 읽던 성열이 초인종 소리에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밥 먹고 있었어?”
“응? 응…”
“아줌마는 벌써 나가셨고?”
“응…들어 와…”
성열이 젓가락을 물고 성종의 뒤를 따랐다. 식탁을 힐끔 쳐다본 성종이 성열의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성열이 깨작깨작 밥을 먹기 시작했다. 가만히 그 모양새를 보던 성종이 성열의 손에서 수저를 빼앗았다. 왜 이렇게 깨작깨작 먹어. 밥을 푹푹 퍼서 성열에게 먹이던 성종이 밥그릇이 대충 비워진 것을 보고 다시 성열에게 수저를 넘겨주었다. 빨리 먹고 양치 해.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은 성종이 현관으로 향했다.
재빠르게 그릇을 비운 성열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칫솔을 물었다. 급하게 칫솔질을 하던 성열이 얼마 안가 거품을 뱉어내고 입을 헹궜다. 와이셔츠 단추를 잠구며 부엌으로 향한 성열이 가방을 매고 현관으로 향했다. 먼저 신발을 신고 서 있는 성종의 모습에 성열이 급하게 신발을 신고 옆에 섰다.
“지금 가면 지각은 안하겠다, 가자”
“응!”
성종의 손을 잡은 성열이 대충 신발을 신고 집밖으로 나갔다.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던 성열이 멈춰 섰다. 성종이 성열을 힐끔 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가만히 이끌려가는 성열의 표정이 어두웠다. 반대쪽 손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성종이 성열을 쳐다봤다. 성열과 눈을 맞춘 성종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성종아”
“응?”
“팔찌 어디 갔어?”
성열이 성종의 손목을 툭툭 쳤다. 집에 있어, 학교 늦겠다, 빨리 가자. 성종이 고개를 돌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입술이 툭 튀어나온 성열이 성종의 손을 놨다. 눈을 동그랗게 뜬 성종이 성열을 쳐다봤다. 성종이 저를 쳐다보거나 말거나 성열은 묵묵히 발걸음을 옮겨 엘리베이터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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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첫 스타트를 끊는 종열! 욕 먹는 건 아닐까 걱정이 많이 드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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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안 달려있으면...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