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한숨과 함께 피곤하단듯 눈가를 찌푸리며 거칠게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와 동시에 억울하단듯이 터져나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본부장님 제대로 보시지도 않으시곤..."
"대충봐도 엉망입니다. 그리고 별빛씨 그렇게 안봤는데, 상사한테 말대답하는 못된 버릇은 누구한테 배웠습니까?"
"..."
"내일 오전까지 다시 제대로 해오세요."
서류철을 건네주며 얼굴을 바라보자 잔뜩 굳어진 얼굴이 보였다.
별빛씨 그렇게 울 것같은 표정 하지마요, 불쌍한 척해도 나도 이번엔 못 봐줘.
뾰루퉁한 입모양과 볼록나온 볼이 귀여워 입가로 웃음이 비져나오려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져주면 이재환이 아니지. 애써 표정을 굳힌 채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세상에, 나도 참 단단히 빠졌나봐- 저런 표정까지 귀여워 보이니.
"더 볼일 있습니까?"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녀에게 말하자 이내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부장님, 정말 너무하시는거 아니에요?"
너무했죠, 물론 나 말고 별빛씨가. 그러게 누가 나말고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예쁘게 웃어주랬어요?
"본부장님 지금 저한테 이러시는거... 저 정말 혹시나 하고 묻는건데, 저번에 그 일 때문에 그래요?"
"..."
"뭐야, 정말 그 일 때문이에요? ... 그거 오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전 본부장님이 공과사는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분인 줄 알았는데...조금 의외네요"
그러게요, 나도 내가 이렇게 유치한 사람인지 몰랐는데.
그러게 왜 그렇게 예뻐서 날 이렇게 유치하고 치졸한 사람 만들어요. 이건 다 별빛씨 때문이야, 나 책임져요.
"...할말 다 했으면 이만 나가보시죠, 보시다시피 제가 좀 바빠서요."
.
.
.
"...본부장님, 잘못했어요. 다신 안그럴게요..."
잠깐의 침묵 후 나즈막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얼굴을 바라보자 어깨가 추욱 처진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니 괜시리 속상하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강아지 괴롭히는 못된 사람된거 같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정말, 이렇게 귀여운데 내가 어떻게 더 버틸 수 있겠어요.
쪽-
어어, 별빛씨 지금 표정이 왜 그래요? 나 지금 벌 주는거에요, 그것도 아주아주 무서운 벌.
오늘 끝나고 기다려요. 왜냐니, 벌 마저 받아야죠.
봐달라고 해도 절대 안봐줄거니까 각오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