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홍이 눈을 떴을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 앞이 가려져 있기에 공포는 조금 더했고 준홍의 코끝을 자극하는 맛있는 볶음밥 냄새가 풍겨왔다. 준홍은 일어나려했지만 손발이 묶인 채로 눕혀져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절망에 휩싸였고 이대로 납치되어 나가지 못할 거란 생각에 괜시리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한참을 누워있었을까 후라이팬을 지지던 소리가 그치고 접시가 달그락 거리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준홍은 침이 살짝 넘어갔고 맛있는 냄새는 준홍의 코 앞에서 진동하였다. 준홍의 몸은 타인에 의해 앉혀졌고 타인이 주는 음식을 준홍은 말없이 받아 먹기만 했다. 한참을 먹었을까 준홍은 무슨 말을 해야될 지 모르다 용기를 내어 입을 뗐다.
"저기요...이거 풀어주시면 안돼요?"
준홍의 말에 대답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신이 살아있는게 맞는 건지 의심스럽긴 했지만 먹을수 있고 또 느껴지는 감촉들이 준홍을 살게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184인 자신을 끌고 올 사람도 남자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자 준홍은 어떻게든 그 남자가 대답하게 하려 애를 써봤지만 뭘 하든 돌아오는 건 그의 행동과 침묵뿐이였다. 아침인지 밤인지도 모른채 밥을 먹고나니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다신 눈을 떴을땐 눈앞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앞을 볼수도 없고 말을 건내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침묵이였기에 준홍은 미칠것만 같았다. 어떻게든 몸부림 쳐서 나가고 싶었지만 꽁꽁 묶여있는 손발에 준홍은 자신의 무력함을 점점 느껴갔다.
이런 생활도 얼마 됐을까 점점 부모님이 보고싶어졌고 여자친구 그리고 힘찬이가 지독하게 보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여자친구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어쩐지 힘찬이가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준홍은 자신도 모르게 힘찬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힘찬이형...도와줘...보고싶어.."
준홍의 애절한 외침을 남자는 귀에 거슬렸는지 이번엔 입마저 막아버렸고 그래도 불쌍했는지 남자는 준홍의 귓가에 휴대폰을 대주었다. 그 휴대폰에서는 힘찬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준홍아!!!너 어디야 준홍아?"
"읍...읍.."
"준홍아 괜찮아? 무슨 일 있는거야?"
"흐읍..."
다급하게 들려오는 힘찬의 목소리에 아무것도 답해줄수도 없는 준홍은 그저 전화를 받은 채 눈물만 흘렸고 남자는 전화기를 망설임없이 준홍에게서 떼내었고 끝까지 힘찬의 다급한 외침은 바로 뚝 끊겨버렸다. 준홍은 눈물만 흘린 채 가만히 있었다.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왜 여기에 온걸까 머리에 갖가지 잡념이 들었지만 자신은 무력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최후의 발악이라도 할려는 지 준홍은 심하게 몸부림 쳤고 남자는 몸부림 치는 준홍의 복부를 강하게 쳤다. 그리고 준홍의 몸부림은 사그라 들었다.
*
준홍에게 지옥같은 무기력한 생활도 몇일 아니 몇달이 지났는 지 모른다. 준홍은 살아있는 시체라도 된듯이 누워있었고 배가 꼬르륵 거릴때가 되니 자신앞에 풍겨오는 밥냄새에 약간의 움직임을 일으켰다. 사육이라도 된듯이 준홍은 남자가 주는 밥을 가만히 받아 먹었고 밥을 다먹자 마자 준홍은 다시 누워서 잠들어버렸다. 준홍은 빛을 본 적도 오래 되어 자신이 앞을 볼 수있다는 것도 일어서서 걸을수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거 같았고 갓난애기 아니 인형같이 자신의 의지대로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던 준홍에게 일상이 돌아왔다.
"준홍아!!!"
며칠에 한번 들려오던 힘찬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가 아닌 자신의 귀에 생생하게 들리는 기분에 준홍은 갑자기 눈물이 났고 오랫동안 들은 적 없던 자신의 목소리를 힘겹게 내보였다.
그렇게 준홍은 3달만에 구출되었다.
"형..힘..찬이형"
힘찬은 준홍을 다급하게 안아서 밖으로 나가서 힘찬의 차 뒷자석에 눕혔고 급하게 시동을 걸어서는 급히 집을 향해갔다. 집에 도착했는지 차는 멈췄고 힘찬은 준홍에게 묶여있던 밧줄 안대를 모두 풀어주었다. 갑자기 자신에게 비춰지고 보여지는 햇살에 준홍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지만 힘찬이 자신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자신의 의지로 힘찬을 껴안았다.
"준홍아 왜이리 핼쓱해졌어...얼마나 걱정했는데"
"형..보고 싶었어 너무...내가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았어.."
"그래 괜찮아 준홍아 형이 데리러 왔으니까 이제 괜찮아..."
극적인 상봉의 모습은 눈물 겨웠고 준홍의 활력을 되찾게 하였다. 그렇게 점점 준홍은 일상을 되 찾아갔다.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힘찬과의 사이랄까
"형 맛있는거해줘요 맛있는거!"
"으이구 우리 애기 형이 해준 요리 먹고 싶었져요?"
"응응!!"
"그럼 뭐해줄까?"
"어..음..볶음밥!"
준홍은 3달동안 지겹게 먹었던 볶음밥이 갑자기 너무 먹고싶다는 것이 웃겼지만 이제 그런일 따위 잊자는 식으로 힘찬에게 볶음밥을 해달라고 졸라보았다.
"알았어 그럼 조금만 기다려~"
힘찬이 금방 볶음밥을 해준 다는 소리에 준홍은 콧노래를 부르며 식탁에 앉았고 요리하는 힘찬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능숙한 솜씨로 힘찬의 볶음밥이 완성 되었고 준홍은 배고팠던지 볶음밥을 빠르게 먹어 치우는 중 준홍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3달동안 지겹게 먹었던 그 맛과 뭔가 비슷하다는 기분이 들자 순간 이상한 생각이 준홍의 머릿속을 스쳤다.
'힘찬이 형은 어떻게 내가 있는 곳을 알았지?'
맛있게 먹어치우던 준홍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자신을 뿌듯하게 쳐다보고 있을 힘찬의 표정을 보았고 힘찬의 표정은 섬뜩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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