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환이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한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어. 일주일 내 연락을 하면서 별로 우리가 연애하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질 않아서 조금 의아해하는 너야. 일주일 전과 후의 재환이는 별로 다를게 없었거든. 얘가 지금 우리가 사귀는건 아나.. 싶어서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통화를 하던 알바가 너를 툭툭 쳐. "전화와요 사장님." "어 그러네?" 누구인지 확인해 보니 재환이야. 여보세요. 전화를 받았는데 재환이는 아무 말이 없어. 다시한번 이름을 부르는데도 대답이 없어 아 애가 잘못걸었나 생각하곤 끊으려는 찰나에 "누나..." 하고 앓는 재환이의 목소리가 들려. 해가 중천에 떠있는데 자다 일어나서 잠긴 목소리는 아닐테고. 일주일만에 전화해서 푹 잠긴 목소리를 들려주니 애가 아픈가 싶어 걱정이 되는 너야. "재환이? 어디 아파? 목소리가 왜그래?" "누나 나 배고파 죽을거같아요..." "..뭐야." 괜히 걱정했네. 이시간에 전화해서 갑자기 배고파 죽을거같다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런 재환이가 귀엽기도 한 너야. 푸슬푸슬 웃음이 새어나오려는걸 참고 다시 말을 해. "배고프면 밥 해먹어야지. 집 아니야?" "집인데 밥하기가 귀찮아요..." "아직 배가 덜 고팠네. 얼른 밥 해먹어."아아아! 전화 끊을거에요? 진짜? 나 버리고?" 배고프다고 끙끙 앓더니 소리지를 힘은 어디서 나오는건지 전화 끊지 말라며 대뜸 소리를 지르고는 있는 땡깡 없는 땡깡 다 부리는 재환이야. "알았어 전화 안끊어. 근데 이시간까지 밥 안먹고 뭐했어? 벌써 네시인데." "저 글썼어요. 마감이 오늘 오후 다섯시라서." "글은 다 썼어?" "당연하죠. 내가 누군데." "으이그. 그래서 밥은 어떡할거야?" "음.. 누나가 해주는 밥 먹고싶다." "그럼 나 오늘 마감 빨리칠건데 기다릴래?" "그럴게요! 빨리와요 빨리" "알았어,조금만 기다려." 재환이의 투정아닌 투정에 마침 손님도 없겠다 그냥 마감을 빨리 쳐버리기로 해. 집에 가라니까 알바는 앞치마만 휙 벗어던지고는 신나서 안녕히계세요 사장님!! 하곤 문으로 돌진해. 저렇게 좋을까. 너도 앞치마를 벗고 대충 청소도 하고 포스기까지 내리니 벌써 30분이 지나있어. 재환이 배 엄청 고프겠다 싶어 얼른 집으로 향하는 너야. 재환이 집앞에 도착해서 문을 똑똑 두드리는데 안에서 0406! 하고 소리쳐오는 재환이야. 집 비밀번호인가 싶어 눌러보니 역시나 도어락이 풀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세상에 이게 무슨 꼴인지. 들어서자마자 바닥에는 컵라면 용기들과 생수병,옷가지들이 널려있고 재환이는 소파위에 널부러져 곧 소파와 한몸이 될 기세야. 고개만 치켜들고 너를 보는데 무슨 좀비도 아니고, 어어어 느나... 하는데 세상에,가까이 다가가니까 담배냄새도 진동을 해. "안되겠다 재환아. 일단 씻자." 널부러져있던 재환이를 겨우겨우 일으켜 욕실로 보내곤 집안 창문을 모두 여는 너야. 쾨쾨한 담배냄새를 모두 빼고 바닥에 있는 쓰레기들을 모두 줍기 시작해. 국물까지 싹싹 비운것같은 컵라면 용기들과 에너지음료 캔들을 보니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져. 일주일동안 뭐하나 했더니 이러고 살았구나. 젊은게 좋지 좋아. 궁시렁거리며 쓰레기는 쓰레기대로 버리고 옷가지들은 모두 세탁기 안에 넣으니 어느정도 집의 형태가 나타나. 나오면 또 배고프다고 칭얼댈 재환이를 생각해서 냉장고를 열어. 저번에 사둔 재료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걸 보니 밥은 안해먹고 라면만 주구장창 끓여먹은것 같아. 재환이가 마트에서 영혼을 뺏겼던 소세지를 잘라 굽고 밥과 계란찜도 하고 두부도 넣은 된장찌개도 끓이니 재환이가 욕실에서 어기적어기적 걸어나와. "맛있는 냄새 난다." "다 씻었어?" "네. 된장찌개 끓여요?" "응. 여기 앉아봐." 의자를 가리키며 말하니 쪼르르 걸어와 의자에 앉는 재환이야. 머리위에 얹혀있던 수건을 들어 머리를 말려주는 너야. 그에 기분이 좋은지 눈을감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재환이야. "재환아." "네?" "하루에 담배 얼마나 피워?" "음... 글 안쓸때는 하루에 한두개피?" "글 쓸땐?" "...노코멘트 안되요?" "응 절대 안돼." "..한갑?" 한갑? 이라고 말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머리를 말리던 손을 뚝 멈춰. 뽀송뽀송한 애기였던 재환이가 하루에 담배 한갑이라니. 한두개피정도면 이해를 하겠지만 한갑이라니 어이가 없는 너야. 벙쪄서는 멍하니 서있다가 딱밤을 한대 먹여. "아 아파요!" "아파도 싸. 하루 담배 한갑에 삼시세끼 컵라면? 거기에다 에너지음료?" "음 그런셈이죠?" "그런셈이죠?" "헤헹 어쩔수 없었어요 이번엔. 마감 일주일 전에서야 정신차렸는데?" 고개를 치켜들고 너를 올려다보며 말하는 재환이에 이때까지 튕긴것에 죄책감이 밀려오는 너야. 애써 모르는 척 하며 목을 가다듬어. "그래도! 담배는 줄이자 재환아." "그럼 나 글 못쓸텐데." "지금 글이 문제가 아니야. 너 젊을때 몸 그렇게 혹사시키면 나중에 훅 가 진짜." "알았어요 알았어. 국 끓는다!" 말주제를 황급히 돌려버리는 재환이에 오늘은 피곤할테니 그냥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는 너야. 식탁위에 아까 구워둔 소세지를 올리고 밥,계란찜,된장찌개를 차례대로 올리니 재환이 입가에 함박웃음이 걸려. "잘먹겠습니다!" 진짜 배가 고프긴 했는지 밥그릇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먹는 재환이야. 물을 한잔 떠주며 천천히 먹으라서 해도 고개만 끄덕이고 이것저것 집어먹더니 어느새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 한그릇을 더 달라기에 얼른 한그릇 더 떠다주는 너야. 그것마저 비우고서야 배를 통통 두드리며 고개를 들어. "아.살거같다." "으이그.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집밥 안먹은지 2주정도 된거같아요. 누나가 밥 해주니까 완전 맛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건지 눈꼬리까지 잔뜩 휘어가며 웃어보이는 재환이야.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너는 재환이를 따라 웃어. 설거지를 하려고 일어나는데 너를 소파까지 데려다놓는 재환이야. "설거지는 내가 해야죠. 나도 양심이 있지." "같이 할까 그럼?" "고무장갑이 하나밖에 없어요. 그냥 앉아있어요 티비 틀어줄까요?" "아니야 괜찮아. 얼른 하고 와." 소파에앉아 열심히 설거지하는 재환이를 구경하다가 소파 옆 책꽂이에 있는 책을 한권 빼 들어. 금새 설거지를 마치고 온 재환이가 네 옆에 앉아. "뭐 봐요?" "책.연애칼럼같은데? 이런것도 읽어?" "읽는게 아니라 쓰는거죠. 저자 봐봐요." "작가가 이재환이네? ..네가 쓴거야?" "어쩌다 보니까. 짝사랑을 워낙 뼈아프게 했어야죠." 할 말이 없어진 너는 조용히 책을 닫고 무릎에 손을 얹어. 그런 네가 귀여워보이는 재환이는 그 큰 손으로 네 머리를 헝클여. 그리곤 갑자기 생각난듯이 핸드폰을 꺼내 뒤적이더니 뭘 보여줘. "짠~ 아는 형이 이거 줬어요. 같이 영화보러가요!" "이게 뭐야?" "에? 이거 기프티콘! 그러니까,영화 티켓같은거에요." "이런것도 모바일로 하는구나... 세상 많이 좋아졌다." "뭘 얼마나 늙었다고 그러세요. 누나 나랑 네살차이밖에 안난다니까?" "그 네살차이가 적은게 아니거든요?" "됐고. 내일 갈래요? 아님 주말?" "평일이 한가하니까 평일에 가자." "내일 갈까요?" "그래." 그렇게 재환이집에 밥 차려주러 갔다가 얼떨결에 내일 데이트 약속까지 잡아버린 너야. 드디어 진짜 데이트라며 곧 방방 뛸거같은 재환이를 진정시켜놓고 집으로 향하는 너야. 재환이 밥을 차려주느라 넌 밥을 못먹었지만, 먹는것만 봐도 배가불러서 든든하게 배채운 기분으로 잠에 드는 너야.
우와 완전 지각할뻔 ㅜㅜ 한일전 보고 바로 뻗었는데 한시간이나 자버렸네요 드디어 본격 데이트에요 여러분! 한 반정도 온거같은데 드디어 급전개의 문이 열리기 시작하는것 같기도... 늘 고마운 암호닉분들 복숭아님,사채업자님,포카리님,닭벼슬님,선크림님,꽃등님,하마님,손가락님,설탕님 읽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