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어제밤부터 밤새도록 과제에 시달린 탓에 기절하듯 잠든 새벽녘,
발신인을 확인할 정신도 없이 받아 들은 수화기 너머 시끌벅적한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너구나.
굳이 확인하지않아도 알 수 있는 나.
도데체 이게 몇 번째니..
-
"아 누나, 잠깐만 나 전화 좀.
여보세요? 너 내가 자주오는 클럽 알지? 지금 당장 여기로 와"
"...원식아, 지금 시간이..."
"무조건 30분내로 와, 30분내로 안오면 나 여기있는 누나랑 같이 간다."
깔깔 웃어대는 여자의 웃음소리와 낮게 울리는 너의 목소리.
끊어져버린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며 앉아있던 나는 너의 말이 생각나
급하게 옷을 챙겨입고 달려 나와 택시를 잡아 탄다.
나는 너에게 왜 이렇게 약할까...
-
"봐, 내가 30분안에 온다고 했지? 빨리 돈 내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짙은 화장과 야하게 차려입은 그녀들 사이에 앉아
친구들과 웃고있는 너의 모습이 보였다.
'우와- 농담인줄 알았는데 진짜 30분내로 오네?'
그의 친구들의 장난섞인 원성과 웃음소리,
그녀들의 깔아보는 듯한 눈빛이 나를 훑고 지나간다.
내기에서 이겨 기분이 좋은지, 손을 까딱거리며 나를 부르는 너.
옆에 앉아있던 여자를 옆으로 밀어낸 채
나를 네 옆에 앉히고선 잘했다고 웃어주는 네 모습에
내 심장은 또 바보같이 뛰기 시작한다.
내 입가엔 어느새 자조적인 미소가 걸린다.
이 까짓게 뭐라고 왜 난 또 기분이 좋은지.
나 정말 최악이야.
-
"흐응- 식아, 오늘 누나랑 같이 있어줄거지?"
너의 옆에 앉아있던 그녀가 너의 셔츠를 더듬으며 콧소리를 내자
너는 진한 키스로 대답을 대신한다.
나는 차마 바라보지못하고 눈을 감았다.
감은 눈 사이로 눈물이 비져나왔다.
비참했다.
너, 네가 뭐라고 날 이렇게.. . . .
-
얼마나 지났을까.
내게는 지옥같았던 시간이 흐르고 그녀와의 키스에 한참을 몰입하던 너는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 너의 입가에 번지듯 묻은 새빨간 립스틱자국.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날 가지고 노는게 재밌어?
그런데 미안해서 어떡해, 이제 그 유희거리가 없어져서. "
불쌍해.
다 알면서도 너를 좋아한 내가 너무 가여워서 견딜수가 없었다.
너를 뒤로하고 룸을 나오려는 순간
너는 나의 손목을 거세게 쥐어 잡고 룸 밖으로 나를 끌고 나왔다.
클럽 밖으로 나온 너는 나를 거칠게 벽에 몰아세웠다.
"김원식...나, 더는 못해...이 손 놔..."
표독스럽게 대꾸하려던 마음과는 달리
목이 먼저 메여버린 나의 목소리에
너는 어느새 차가워진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이 정도도 감당할 자신 없었으면, 애초에 날 좋아하지 말았어야지."
-
((((((((((((((우이식이))))))))))))))
해치지 않아요... 착한 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