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김원식] "이 정도도 감당할 자신 없었으면,"
김원식 번외편
"이정도도 감당할 자신 없었으면, 애초에 날 좋아하지 말았어야지"
날이 선 목소리로 나는 결국 너에게 또 한번 상처를 입혔다.
물기어린 눈으로 나를 노려보던 너는 내 손을 뿌리친 채 나를 등지고 걸어갔다.
처음 보는 너의 뒷모습 때문인지, 결국 이렇게 혼자가 되어버린 내 모습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너와 내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오늘따라 더 시렵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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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나의 어머니는 한 평생 아버지의 애정을 갈구하며 살았다.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어머니는 그 이유가 돈이든, 다른 것이든간에 자신을 향하는 아버지의 눈길 한번을 위해 모든 것에 침묵하고 눈을 감았다.
내 기억속의 아버지는 매일을 술에 취해 사셨다. 역한 술내음을 풍기며 집에 들어선 아버지는 항상 돈을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집에 들어온 아버지를 내심 반기는 눈치로 꽁꽁 숨겨놓았던 쌈짓돈을 건네거나 오늘은 자고 가라며 아버지의 깡마른 팔을 잡아 끌었다.
숨겨둔 돈마저 없는 날에는 아버지는 어머니의 머리채를 거세게 휘어잡으며 '그럼 나가서 몸이라도 팔던가! 에이 더러운년,' 하고 침을 뱉었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렸던지 당연한 수순으로 나를 찾아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폭언과 매질을 가했다.
발정난 년의 피가 섞인 더러운 놈,
분노로 반쯤 돌아간 눈을 하고선 아버지는 인정사정없이 나를 때렸다.
내가 할수있는 건 그저 가만히 엎드려 아버지의 거친 매질이 멈추기만을 바라는 것 뿐이었다.
언제쯤 끝날까.
살고싶다.
이를 악물고 버텨봐도 온 몸을 관통하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무의식적으로 방문을 쳐다보았다.
살짝 열려있는 방문 틈 사이로 보이는 건 어머니의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어머니는 분명 겁에 질려 계셨다.
하지만 어머니를 저토록 떨게 만든것은 아직 채 다 자라지도 못한 어린 아들이 정말 저대로 잘못되는것은 아닐까가 아닌,
아버지가 이대로 자신만 남겨놓고 이 집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어머니가 그 방문을 열어재끼고 날 지옥에서 꺼내줄 것이라는 희망은 아버지를 향한 어머니의 눈빛을 본 순간 사라졌다.
아니, 애초에 희망이란 것은 없었다.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나의 어머니를 사랑했기에, 세상 그 누구보다도 나의 어머니를 잘 알았다.
아마 어머니는 평생토록 저 문을 열지 못할것이다.
내가 아버지께 얻어 맞고 난 다음날이면 엄마는 조용히 내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그럴때마다 엄마는 작은 어깨를 들썩이며 내게 말했다.
엄마가 아빠를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몇번이나 되뇌며 나를 끌어안고 울었다.
간헐적으로 떨려오는 어머니의 마른 몸이 나를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니, 나를 위해 네가 조금만 더 참으렴-
네 아버지가 없어진다면 나는 죽어버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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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집에 들어서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흡사 짐승의 울음소리와도 비슷했다.
엄마...?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안방으로 다가서던 나는 채 닫히지 못한 문 틈 사이로 나체로 뒤엉켜있는 남녀를 보았다.
저렇게 짐승처럼 야설스런 소리를 내지르는 저 사람은 우리 엄마가 아니야. 우리 엄마일리가 없어.
나는 갑자기 차오르는 토기에 화장실로 달려갔다.
작은 손으로 변기를 부여잡고 헛구역질을 하며 나는 조금 울었던 것 같다.
그날 밤 나는 악몽을 꾸었고, 열병을 앓았다.
열에 들뜬 혼미한 정신 속에서 기억하고 싶지않은 파편들이 모이고 엉켜들어 밤새도록 나를 괴롭혔다.
꼬박 며칠동안 지독한 열병에 앓으면서 나는 다짐했다.
이렇게 추악하고 더러운게 사랑이라면,
나는 사랑같은거 죽어도 하지않겠다고....
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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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렇게 가버리고 만 날,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일생을 가질수없는 사랑을 갈구하며 살았던 가엾은 나의 어머니의 꿈을.
나는 나의 어머니를 그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동시에 혐오했고,
또한 그 누구보다 잘 알았지만 평생토록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사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머니를 보면 불나방이 생각났다.
자신의 몸이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빛을 향해 내달리는 한마리의 어리석은 불나방.
그렇기에 나는 너에게 일부러 더 잔인하게 굴었다.
잘 봐, 네가 말하던 사랑이라는 건 이렇게 천박하고 가벼운거야.
붙잡으려 손을 뻗고, 아무리 움켜쥐려 해보아도 잡을 수 없는 저 바람처럼.
네가 나를 구해내려 애쓸수록, 나는 더 보란듯이 깊고 더러운 구덩이 속으로 발을 내 딛었다.
결국엔 너도 변할것이다.
세상에 영원함이라는 것은 없다.
사람들이 입이 닳도록 말하는 사랑이란건 한낱 위험한 불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온 마음을 태우고 또 태워도, 결국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한 여름밤의 꿈 같은 것.
그러니 더 이상 내게 다가오지마.
미안하지만, 너는 나를 구원할수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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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줄에서도 언급했듯이 원식 번외편이에요!ㅠㅠ
본편에서 욕을 너무 먹길래 쪄왔는데 생각보다 연관성은 없는듯한...ㅠㅠㅠ
식이가 왜 사랑을 믿지않는지, 왜 잔인하게 굴었는지 독자분들께 이해 시켜드리고 싶어서 써왔는데
저의 부족한 필력으로는 감당이 안돼네요.... 엉엉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독자분들 덕분에 글 쓸 힘이 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