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김한빈 짝사랑 하는 썰 00
w. 루체
내가 20년째 짝사랑하는 남자애가 있는데 오늘 걔 때문에 너무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답답한 마음에 글 좀 남기고 갈게.
김한빈이라는 앤데 혹시 아는 애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얘가 오이지 연생이라 연예계 쪽으로 빠삭한 애들은 한빈이 아는 애들이 좀 있더라고.
혹시 한빈이 아는 애들 있으면 이 글 읽고 비밀 좀 지켜줘.
얘네 부모님이랑 우리 부모님이랑 절친이어서 결혼하고 서로 옆집에서 사셨기 때문에 한빈이랑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쭉 붙어 다녔어.
그런 애한테 어떻게 사랑의 감정이 싹튼 건지 모르겠지만 난 나도 모르는 언젠가부터 한빈이를 좋아하고 있더라고.
그냥 내 기억이 닿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한빈이를 좋아했던 것 같아.
내 모든 성장스토리에 한빈이가 있을 정도이니.
암튼 중요한건 이게 아니고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해줄게.
한빈이 집과 우리 집은 경기도여서 한빈이는 숙소 생활 때문에 집 나와서 연생들이랑 같이 지내고 나도 대학이랑 너무 멀어서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거든.
근데 내가 자취하는 곳이랑 한빈이 연습실, 숙소가 가까운 편이라 한빈이 엄마가 나한테 자주 잔심부름을 시키셔.
한빈이 뭐 좀 챙겨줘라, 얼굴은 건강한지 확인 좀 해봐라, 뭐 이런 것들.
부모님이 연습실 드나들면 주변에서 싫어하신다고 또래인 나보고 자꾸 갔다 오라고.
암튼 그래서 오늘도 난 절대 한빈이 얼굴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줌마의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간식거리를 사들고 한빈이 연습실로 갔어.
출발하기 전에 내가 한빈이한테 전화를 했었거든, 도착하면 전화할 테니 나오라고.
그래서 도착해서 전화를 했는데 한빈이가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바쁜 일이 있나 싶어서 난 양손 가득 간식 봉지를 든 채 근처 카페로 들어가 한빈이한테 연락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어.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기에 다시 전화를 했는데 또 안 받는 거야.
그래서 카페에 있다고 톡을 보내고 잡지를 보고 있었어.
그런데 잡지 한권을 다 봤는데도 한빈이한테서 아무런 연락이 없는 거야.
내가 연습실을 막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니깐 이렇게 마냥 기다리는 거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기다렸어.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3시간이나 흐른 거야.
내가 연락을 안 하고 갑자기 온 것도 아니고 출발할 때 곧 도착할거라고 전화통화까지 했는데 몇 시간째 모습도 안보이고 연락도 안 되니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거야.
난 아줌마 심부름이고 뭐고 한빈이 보러 온 건데.
길어봤자 10분 남짓, 짧으면 일분도 보지 못할 거라는 거 알지만 그래도 온 건데.
갑자기 서러움에 눈물이 막 쏟아지더라고.
근데 그때 내 주변에 그림자가 지더니 딱딱하게 굳은 한빈이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이 바보가! 야, 연락이 안 되면 그냥 가던가 하지 아직까지 여기 있으면 어떻게 해!"
지금 화를 낼 사람이 누군데 지가 화를 내?
한빈이가 버럭 소리치자 난 더 서러워 꺽꺽거리며 울다 소리쳤어.
"그래서 이제 갈려고."
내가 간식 봉지를 한빈이에게 던지듯이 하고 카페를 뛰쳐나왔어.
혹시 한빈이가 쫓아오지 않을까 싶어 살짝 뒤돌아 봤는데 한빈이는 간식봉지를 들고 그냥 연습실로 들어가 버리는 거야.
그거 보고 정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어.
한빈이도 사실 내가 자길 좋아한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거든.
그래서 날 만만하게 보는 건가 싶어서 자존심도 상하고 화도 나고 서럽기도 하고 해서 이제 정말 한빈이를 포기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 기분으로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서 시간되는 애들 몇몇 불러서 술을 마시러 갔어.
기분이 꿀꿀하니 술이 정말 잘 들어가더라.
평소 주량보다 더 마신 것 같아.
그래서 머리도 어질어질.
근데 그때 휴대폰이 막 울리는 거야.
한빈이라는 이름이 뜨자 갑자기 또 멈췄던 눈물이 막 나는 거야.
그래서 전화 안 받고 술만 더 마시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온 거야.
얘가 원래 전화 한번 안 받으면 다시 전화하는 그런 성격이 아니라서 좀 놀란 마음에 전화를 받았어.
저렴한 자존심이라고 욕해도 어쩔 수 없어.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하잖아.
"왜."
[어디야?]
"알아서 뭐하게."
[술 마시냐?]
"그렇다, 왜?"
[데리러 갈게. 어디야?]
"바쁘신 몸이 시간이 나시겠어요?"
내가 비꼬아 말하니깐 한빈이가 한숨을 푹 쉬는 거야.
[지금 너네 집 앞이야. 지금부터 이 근처 술집 다 뒤질 테니깐, 나 헛걸음 시킬 생각 아니라면 말해.]
한빈이가 한다면 또 하는 애라 어쩔 수 없이 내가 지금 있는 곳을 말해줬어.
그리고 정말 오 분도 안돼서 한빈이가 술집 도착하자 난 그대로 끌려나왔어.
"계집애가 왜 이렇게 대책이 없어. 너 지금 주량보다 더 마셨지!"
내가 입을 꾹 다문 채 있으니 한빈이가 내 머리를 한대 콩 쥐어 박는 거야.
"아깐 사장님이 갑자기 자작곡 가사 수정하라고 하셔서 정신이 없었어. 그래도 니 톡 와 있는 거 보고 잠시 나갔던 거였어."
"..."
내가 여전히 말이 없자 이번엔 한빈이가 손바닥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 거야.
"마무리하자마자 나온 거야. 화 좀 풀어라."
"..."
"너 나하고 계속 말 안할 거야? 나 꼴 보기 싫어? 나 갈까?"
한빈이가 돌아서는 시늉을 하자 내가 서둘러 팔을 뻗어 한빈이 옷소매를 잡았어.
그러니깐 한빈이가 웃으면서 돌아보더라.
그러면서 나보고 울지 말라는 말 하면서 퉁퉁 부은 눈을 쓸어주더라.
그 순간, 짝사랑을 끝내야지 했던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어.
난 앞으로도 계속 한빈이 바라기를 할 것 같아.
이런 나 응원 좀 해줘,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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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들아, 글 괜찮아여?
담편 쓸까여?
반응 없으면 소금소금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