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의고사를 치루는 날이다.
이번엔 그냥 모의고사가 아니다. 바로 수능을 직접 출제하는 기관인
평가원에서 직접 문제를 출제하는 모의고사다.
아침 7시 5분에 일어나서
피곤한 몸을 억지로 깨우며 간신히 일어났다.
간단하게 아침밥을 먹고 부모님이 태워주신 차로 학교에 도착하였다.
도착하니 7시 50분경이 되었다.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수능특강 언어 비문학
지문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초조한 시간이 지나고
어느 덧 언어영역을 시작할 시간이 오더라.
8시 40분에 언어영역을 시작하였다. 듣기는 아주 그냥 줫밥으로 날려버리려고 했으나
벌써 듣기 3번에서부터 나를 멘붕시켰다..
대충 보아도 EBS 반영이 눈에 띄었다.
계속 가다 생물 관련 과학 비문이 나왔는데 EBS에서 분명 보았단 것이었지만
그놈의 망할 25번 문제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시간 안배를 해야했던 나는 결국
2번으로 정답을 찍고야 말았다.
속으로 쌍욕, 육두문자를 모두 해가면서 어렵게 문제를 풀고 다시 차분하게 문제를 계속 풀기로 하였다.
차분하게 풀려고 맘만 먹었지, 사실 너무 긴장해서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고전 소설로 나온 임진록이 쉬워서 술술 풀고 나는 다시
아까 비문학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감을 올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나온 문제도 나름 수월하게 넘어갔다.
계속 문제를 푸는데..
상무님 내외분이 날 또 멘붕시켰다.
그리고 우울한 마음으로 공부를 계속 하는데
그런데 그 순간 선생님 왈.
"10분 남았다"
순간 패닉에 빠졌다.
아니, 씨X, 지금 40번 풀고 있는데 10분밖에.. 안남았다고?
순간 당황한 나는 최대한 집중해서 읽고 풀었다.
남은 극 지문을 풀고 남은 지문인 이제 2개.
5분은 주마간산으로 아주 쏜살같이 지나 선생님이 5분 남았으니
정리하라고 알려주셨다.
손목시계 한번 봤다가 시험지 한번 봤다가 시계 봤다가 반복하는 뻘짓을 하다 시간은 다 가고..
속으론 아주 견공자제분 같은 욕을 날리다가 오늘 하루만큼은 찍신님께 빌어 나머지 문제가 어느정도 맞춰주길 바랐다.
하지만 찍신은 나를 매몰차게 버렸으며 44번부터 50번까지 4문제를 틀려버렸다.
시험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안타까움의 신음소리가 터져나오니 비분강개함이 이를데가 없더라.
시험 시간이 부족했다는 둥, 마지막 문제는 다 찍었다는 둥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쉬웠다는 애들도 어느정도 있었고 이렇게 쉬웠다는 애들이랑
나랑 비교하니 내 자신이 더욱 더 위축되었다.
선생님은 조용하라고 핀잔을 주었고 나는 패닉 상태로 길디 긴 쉬는 시간을 보냈다.
2교시 수리영역.
최근에 안하던 수리 공부를 하면서 은근 기대를 가졌다. 비록 미적분과 통계기본도 시험범위까지 안끝낸
병X신일지라도.
전에 보다는 잘 볼것이라는 왠지 모를 기대감에 젖어있었다.
아니, 저번 시간보단 잘쳐야했다.
모의고사 문구도 밝고 맑게 희망있는 사람이 되라고 하지 않았는가?
미통기 중반까지밖에 공부하지 못했으므로 뒷부분은 과감히 마음을 접고 아는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에게 수리의 벽은 높기만 했다. 병X같이 5번의 간단한 미정계수 문제조차 어떻게
푸는지 생각이 안나서 시간을 10분이나 날려먹었다. 시간 10분 날려먹은건 그나마 약과다.
10분 투자해서 그 문제 틀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6번도 아는 문제였는데 계산 실수로 인하여 또 틀리고 말았다.
그리고 3차함수의 접선의 방정식 문제는 답이 풀리지 않았다. 너무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이게 바로 꾸준히 복습을 하지 못한탓이다. 계속하여 나는 문제를 풀었다. 물론 찍은것이 더 많았다.
그리고 서술형을 풀기 시작했다. 22번.. 23번.. 24번 너무 너무 나같은 X밥 수포자에게도 쉬운 문제다.
늘 그렇지만 30번 문제는 틀렸고 25번과 26번은 가볍게 맞춰주었다.
수리는 역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5분정도 남기고 다끝냈다.
점심을 먹은 후 앉아서 우울한 기분으로 외국어 공부를 하려했지만
이미 시험을 망쳤다는 자괴감 때문에 공부할 맘이 전혀 나지 않았다.
그렇게 길디 긴 점심시간을 보냈다.
공부 하지 않을빠에야 차라리 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게 나으리라 싶어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3교시 외국어 영역이 시작되었다. 영어듣기 방송이 나오는데 갑자기 타종도 없이 시작하길래 놀랐지만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집중해서 들었다.
1번, 2번은 쉬워서 잘 풀었다. 특히 1번은 고교영어듣기에서 연계된 거라 바로 맞출 수 있었다.
듣기는 그래도 잘 보리라고 맹세했다.
하지만 난 3번부터 6번까지 4문제를 내리 틀리면서 병X인증을 하였다.
듣기가 끝나고 계속해서 독해를 풀기 시작했다. 빈칸 전까지인 24번까지는 너무 잘풀려서 느낌이 좋았다.
채점할때도 18번부터 24번까지는 내 시험지엔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그리고 대망의 빈칸이 나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함박눈은 커녕 장맛비가 아주 콸콸 쏟아졌다.
25번 틀렸다. 26번 틀렸다. 27번 틀렸다. 28번 역시 틀렸다.
29번과 30번만 맞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나는 결국 X신이었던것인가.. 어떻게 이러..헉..
빈칸을 끝내고 나는 계속하여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내가 내용 일치불일치 문제를 풀고 있을 무렵 나를 2차 멘붕 시키는 것이 있었으니.
" 시험 종료 10분전입니다. " 아니 벌써? 나는 아직 38번 문제를 풀고 있고 남은 지문이 몇개인데 고작 10분 남았다고?
지금까지 모의고사보면서 시간이 부족했던적은 딱히 기억은 안난다. 특히 외국어 영역에서는..
10분이 남은 상태에서 나는 38번부터 50번 장문독해까지 문제를 풀었어야했다.
정신이 흐트러진 나는 눈깔굴리기로 지문을 한번 훑어본 뒤 답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깔 굴리기를 하니 나는 상상 독해를 하게 되었고
지문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독해를 하면서
나만의 판타지 세계를 펼쳐나갔다.
역시 다 찍었다.
찍신님. 이번 외국어 영역만큼은 도와주세요.. 하고 간절히 빌었으나
이 망할 찍신은 이번에도 도와주지 않았다. 평소에 기도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외국어시험이 끝나자 왠지 마음이 놓였다. 세개 다 망쳤으니까..
이제 사탐의 시간이다.
나는 당당하게 사회문화를 먼저 선택했다. 물론 수능때 이러면 안된다는 것정도는 안다.
사회문화를 집고 나머지 탐구영역은 바닥에 갖다 버렸다.
난 사회문화 공부를 나름 열심히 하였지만 은근히 헷갈리고 머리 쓰는 문제가 많았다. 그나마 표문제가
기출보단 어렵지 않아서 수월했다.
다른 선택과목 근현대사와 법과사회는 언급하지 않겠다.
시험이 끝나고 가채점을 하는데 진짜 내가 이렇게 이었던가 하는 자책감과 지금 듣고 있는 BGM이 귓가에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
채점을 하면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실성, 망연자실의 웃음이었다.
가채점을 하면서 여기저기서 친구들의 안타까운 목소리도 들리고 나와 같은 실성의 웃음을 짓는 친구들도 많았다.
가채점이 끝나고 담임선생님이 한번 점수들을 훑어보더니 표정이 안좋아지셨다.
평소에 개그감도 뛰어나고 항상 미소짓던 선생님이 굳은 표정을 지으며 " 너네 대학가기싫냐? " 라고 말씀하시는데
순간 울컥하면서도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그래도 마지막에 힘내라는 말로는 끝내셨으나 난 너무 충격이 컸다.
고3의 진정한 점이라고 할 수 있는
첫번째 모의고사. 6월 모의고사는 고3이 보면 원래 어렵다고들 했지만 이건 좀 아니었다.
6월 모의고사에서 이딴 점수를 처받고
전국의 학생과 재수, 반수생들이 참가하는 다음 9월 모의평가때는 대체 어떻게 등급이 나온단말인가..
농어촌만 믿고 깝싸대던 내 자신이 한심해보였다. 이 점수로 농어촌을 쓴다해도 경기권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내가 과연 고3으로써 이 세상을 살아갈 가치가 있는놈인가.
다른 공부게시판의 고3들을 보면 대부분 점수가 잘나왔다.
나는 대체 전국 어디쯤에 위치하는 한심한 쓰레기인것인가
그러하다.
나는 참 많은 반성을 하였고 깨달음을 얻었다.
7월 9월 10월 그리고 수능.
나는 남은 모의고사와 대망의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차지하기 위해
문명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공부를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