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다.우현은 눈에 반사된 햇빛에 눈썹을 찡그리며 슬며시 눈을 떴다. 우현은 많이 피곤했던지 곤히 자고 있는아이를 살짝 흔들어 깨웠다. 아이는 우으응 하며 일어나 눈 앞에 있는 우현을 본다. 아이는 잠시 눈을 비비더니 다시 눈 앞에 있는 우현을 본다.그러고는 우현에게 살풋 웃어 주었다. 우현은 아이의 웃음을 감상하다 문득, 자정에 도착하면 아이를 볼 수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아이에게 자신과 같이 있겠느냐고 물었지만,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자정에 가서도 같이 있겠다는 뜻이었겠지만 혹시 하룻밤사이에 마음이 바뀌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현은 아이에게 나지막히 속삭였다.
"규야..어제 내가 했던말 생각이 나느냐?"
아이는 우현의 말에 곰곰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음..모르겠어요."
우현은 아이의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싶었다. 혹시나 했었지만..어떻게 자신의 제안을 잊을 수 있는지. 마음이 바뀔 수는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아예 잊었다니, 그런 것은 우현이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 평소 같았으면 당장 아이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어떻게 잊을 수있냐고, 너에겐 내가 그리 아무것도 아닌 존재냐고 묻고 싶었지만 어른의 체면도 있고,또 아이의 천진한 모습을보니 그러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들어 그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고는 애써 담담한 척하며 아이를 보고 입을 열었다.
"..그래, 모르는구나."
아이는 혼자서 놀랐다가 시무룩했다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가 또 애써 표정을 바꾸는 우현이 재밌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왜요? 중요한 말이었나요?"
우현은 아이의 말에 씁쓸함을 느끼며 애꿎은 손톱만 입으로 뜯었다. 아이는 그런 우현을 가만히 보다가 우현이 손톱을 뜯자 살짝 찡그리며 우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저씨 뜯지마요..아프잖아요."
우현은 예상치못한 아이의 행동에 당황하며 바보같이 말을 더듬었다.이제까지 자신이 아이의 손을 잡은 적은 있지만 아이가 자신의 손을 잡은 적은 없었고, 또 아이는 항상 살짝 손이 스치기만 해도 뺨이 분홍빛으로 물들기 때문에 아이의 행동에 더 놀란 것이다.
"어..어?"
아이는 그런 우현의 말은 듣지도 못한채 우현의 손만 뚫어져라 보다가, 다시 우현에게 눈을 돌리고는 아이를 혼내듯 말을 한다.
"아저씨 손톱 뜯으면 안돼요, 대여섯먹은 애도 아니고...제 동생도 안그러는데.."
아이는 동생이야기를 하며 잠시 눈빛이 가라앉았다.우현은 동생의 이야기를 하며 시무룩해진 아이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우현은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하하하,아저씨..아하하"
아이는 우현의 이야기가 우스웠는지 숨도 쉬지않고 웃는다. 우현은 자신의 농이 먹혀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저 아!라고 만해도 저리 꺄르르~ 거리며 웃어대니, 우현은 아이의 반응에 더 신이나 계속 썰을 풀고 있었다. 아이가 웃으면서도 괴로운지 그만 그만 하며 말했지만 우현은 계속 농을 던질뿐 이었다. 한참 그러고 있다가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고이자 우현은 그제서야 농을 멈췄다. 아이는 아직도 우스운지 숨을 헐떡댔다.아이는 겨우 호흡을 가라앉히고 우현을 살짝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씨잉..그만 하랬잖아요."
우현은 아이의 투정에 그저 사람좋은 웃음으로 답했다. 아이는 그런 우현을 보더니 발그레하게 뺨을 물들이고선 말했다.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우현은 그걸 이제 알았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왠지 그러면 아이의 눈초리를 또 받을거 같아 그만두고는,잘 듣고 있다는 시늉을 하며 아이의 말에 다시 귀를 기울였다
"내 이름도 지어주고,손도 잡아주고,울어도 화도 안내고,또 이렇게 우스운 농도 해주시고..전에 살던 곳에서는 아저씨처럼 저한테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분은..없었어요."
아이는 자신의 말로 인해 분위기를 가라앉는 걸 느꼈는지 이내 밝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난 아저씨가 우리 동생다음으로 제일 좋아요!"
우현은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칭해주고 동생다음으로 좋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자신이 아이에게 했던 행동은 그나이대의 아이들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것이다. 아마 아이는 내진인의 집에서 별로 좋지 못한 취급을 받으며 일만 했을 것이다.
우현은 아이가 그곳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게 지내왔는지, 또 그 집에서 어떤 취급을 받으며 일을 하였는지 상상이 되자, 주먹을 꽉쥐며 부르르 떨었다.그래서 그 곳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야 될 거 같아 물어보기로 하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규야, 그 집에서 어떻게 지냈느냐? "
아이는 우현의 말을 못 들은척하며 그저 하늘만 바라본다. 그리고는 입을 열어 하는말이, 하늘이 예쁘다는 것이었다. 우현은 아이가 자신의 말을 못들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한번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구름이 신기하다는 것 이었다. 우현은 그 곳에서의 일을 말하기 싫어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급히 입을 닫았다. 그리고는 아이를 안아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지금 자신이 할수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한참동안 우현의 품에 안겨있던 아이가 배고프다며 우현을 밀어내었다. 우현은 미소를 지으며 무엇이 먹고 싶냐고 묻자,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
"....ㅂ이요."
우현이 뭐?하고 되묻자, 아이는 얼굴이 더 빨개지며 말한다.
"그냥..밥이요."
우현은 더 좋은 걸 사줄테니, 다른 걸 말해보라 하였지만 아이는 고개만 흔들 뿐이다. 우현은 아이의 고집에 항복하듯이 두 손을 들며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우물쭈물 거리며 조그만 입을 열어 이유를 말한다.
"저, 밥을 먹어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항상 감자나 보리죽만 먹어서.."
우현은 기가 찼다.아이의 입에서 그런 대답이 나오다니. 분명 주재소장이면 쌓아놓은 쌀도 많을 것이고, 식구들이 고봉으로 먹어도 밥이 남을 터인데, 이렇게 조그만 아이에게 감자나 보리죽만 먹였다니, 우현은 다시한번 주먹을 꽉 쥐었다.
"어째서..그런 것만 먹은 것이야? 그 집이 가난하였어?"
아이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한다.
"아니에요, 주인어른 집은 엄청크고, 또 호시노나 모리노는 항상 깨끗한 새 옷만 입었어요. 그리고 우리 명수도 주인어른께서 예뻐하셔서..그래서 저랑은 다른 곳에서 자고, 또 말끔한 옷만 입었어요."
우현은 다시한번 화가 났다. 어떻게 이 작고 착한 아이를 예뻐하지 않을 수 있는지, 또 그렇게 부유하면서 왜 이아이에게는 밥 한숟갈
먹이지 않았는지 말이다. 우현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말하였다.
"규야..가자."
아이는 그게 무슨소리냐는 듯 우현을 쳐다봤다.
"이곳을 지나면 어차피 점심때가 다 되었으니, 기사양반도 점심을 먹을 것이야, 그러니 그때 잠깐내려 밥 먹으러 가자."
우현은 기사한테 들으라는 듯이 크게 말하고는, 눈빛으로 허락을 구했다.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니, 감사하다는 듯 한쪽 눈을 찡그리고는 아이에게 환하게 웃어보였다. 아이는 보답하듯 우현에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끼익- 하고 자동차가 멈추었다. 우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의 손을 잡고 내려, 근처 국밥집에 가서 앉아 국밥 두개를 시켰다. 아이는 이곳에 처음 와보는 지 눈만 데구르르 굴리며 앉아있다. 우현은 그런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지만 한편으론 안쓰러워 쉬이 웃지 못하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국밥이 나왔다. 우현은 자신 앞에 놓인 국밥을 호호- 불어 아이의 입에 대었다. 아이는 뭐하는거냐는 듯 우현만 쳐다본다. 우현은 싱긋 웃으며 먹으라는 듯 숟가락을 움직여 입에 더 가까이 대었다. 아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얼굴을 뒤로 쭉 빼었다. 우현은 그런 아이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는 우현이 인상을 찌푸리자 눈치를 보다가 아-하고 입을 연다. 우현은
찌푸렸던 얼굴을 펴고 다시 웃으며 오물오물 밥을 먹는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아이가 밥알을 다 씹어 삼키자 우현이 다시 밥을 떠서 아이의 입에 대준다. 아이는 다시한번 눈치를 보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그렇게 밥을 다 먹은 후 우현이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어 아이의 입을 닦아주었다.아이는 눈만 깜빡거리다가 이내 미소를 짓는다.우현은 그런 아이의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다시 승합자동차에 올랐다. 그 순간 한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봄이 찾아왔다는 건 아이만의 비밀.
차를 타고 달리던 중 아이가 자신의 손을 잡아끄는 것이 느껴졌다. 우현이 아이를 향해 눈길을 돌리자 아이가 입술을 삐죽내민다. 우현이 무슨일이냐 물으니, 아이가 원망하는 듯 눈을 흘기며 또 입술을 내민다. 그 입술이 귀여워 톡 치자 입술이 쏙 들어간다. 아이의 얼굴을 보자 아이의 얼굴이 분홍빛으로 물든게 느껴졌다. 아이는 다시 한번 우현의 손을 잡아끌더니, 입을 열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왜 나한테 이리 잘해줘요?"
그런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없다. 그저 아이를 보면 잘해주고 싶고, 건드리고 싶고, 또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우현이 아이에게 잘해주는 것은 그저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본능적으로 하는 것이지, 의도해서 또는 생각해서 한 것이 아니다. 막상 아이가 이렇게 물어보니 아무말도 못하게 되는 우현이다. 아이가 대답을 보채듯이 우현의 소매를 잡아끈다. 우현은 아이를 잠시 보며 미소를 지어준다. 그러고는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한다. 그러니 아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우현은 아이의 않좋은 표정을 보고는 급히 입을열어 말한다.
"어..그게..."
우현은 아이의 우울한 표정이 보기 싫어 입을 연 것이지 좋은 대답이 생각나질 않았다. 또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니 솔직하게 말해야 할거 같아 그저 모른다고 답했다.아이는 실망한 듯 했다. 아마 이제까지 그런 따뜻한 배려와 관심을 받지 못해서,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려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현은 축쳐진 아이를 보고 낮은 한숨을 쉰 후 말하였다.
"그런 표정 짓지마라."
아이는 우현의 말에 그저 입술만 내밀 뿐이었다.
"난 정말 모르겠다, 그저 성규. 널 보면 너의 웃는 모습을 보고싶고,잘해주고 싶다...아마 동생을 돌보는 마음일게야, 너도 동생이 있으니 잘 알겠지?"
아이는 동생이란 말에 괜히 기분이 상해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우현에게 자신이 동생같은 존재였다니, 아이는 그게 나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족 같다는 좋은 말인데도 기분이 나빠진다. 그래도 그걸 티내면 우현이 자신을 싫어할까 두려워 애써 입꼬리를 올린다. 우현은 그런 아이의 마음도 모른체 아이의 마음이 풀어졌으리라 생각했다.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야속한 우현의 손길이 또 너무 다정스러워 울상이 되었다. 우현은 그것 역시 알아채지 못하며 아이의 손을 어루만 질 뿐이었다. 아이는 우현에게서 손을 빼고 우현의 반대 쪽으로 돌아 앉았다. 우현은 아이가 자신한테서 돌아선 것을 보며 갑자기 불안해졌다. 마치, 아이의 뒷모습이 작년 이맘때 쯤 그여자, 후유. 그래, 그여자 같아서...
네...분량조절 실패에..급전개에...핳..망했네요.
망글입니다. 다음편은 우현이 번외 겨울의 꽃입니다.
허ㅏㄹ어랑러ㅣㅇ러이ㅏ러이러ㅏㅣㄴ ㄹ 죄송합니다...좋은 작품을 망쳐논 나란 인간..
역시..전 똥손인가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