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의 이유
조용히 교무실 문을 열자 제일 먼저 보인 너는 오늘도 여전히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동지!!”
정적을 깬 문소리의 주인이 나라는 걸 확인한 너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내게 인사를 했다. 그에 나 또한 웃으며 반응하자 너는 너의 커다란 손바닥을 툭툭 내려치며, 너의 옆에 앉으라는 듯이 내 손을 이끌었다.
조용히 가방을 내려놓고 너의 옆에 앉자 너는 언제나 그렇듯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내게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화면 위로 커다랗게 떠있는 게임의 신기록을 보고 와, 대단하다! 하고 놀라면 너는 굉장히 뿌듯한 얼굴로 웃는다. 쌍꺼풀 없는 눈이 맑게 휘어지며 웃으면 나는 언제나 시선을 빼앗긴 체 멍하니 그렇게 봐라보고만 있다.
툭툭, 단단한 주먹으로 연신 네 다리를 두드릴 때면 난 너를 위해 준비해온 과자를 선생님 몰래 가방에서 꺼내 네 손에 쥐어준다.
손바닥을 피고 과자인 걸 확인한 너는 활짝 웃어 보인다.
“오, 동지! 센스 있네.
환한 네 얼굴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다리가 아픈지도 모른 체 오늘은 어땠는지, 누가 사고를 치고, 누가 싸웠는지. 하루 종일 주어들은 이야기를 하느라 바빠진다. 혹시 너의 흥미가 끓길까봐 좀 더 오버하고, 좀 더 얘기를 집어넣고 하기를 바쁘다.
하하, 웃음소리에 선생님이 뒤돌아보면 조용히 네 입술과 내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덴다. 조금은 수줍은 마음에 고개를 살짝 숙여보면 너는 내가 걱정되는 건지 눈치를 보더니 커다란 손을 가지고는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준다.
점점 화끈해지는 얼굴을 혹시라도 네가 볼까봐 내 고개는 더더욱 밑으로 떨어진다. 그럼 너는 영문을 몰라 왜? 를 연발하며 내 고개를 위로 올리기 위해 끙끙거린다. 차마 부끄러워서 그런다는 말은 하지 못한 체 이 뜨거운 얼굴이 가시기를 기다린다.
그 사이에도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는 부드러워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경수야, 지각 좀 하지마라. 매일 이렇게 무릎 꿇고 있고.”
“변백현, 네가 할 소리는 아닌데”
숨을 죽인 체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며 웃는 너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속 안이 다 보일 정도로 크게 웃는다. 네가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자 괜히 나까지 기분이 좋아져 숨이 넘어가도록 너와 함께 웃는다.
딱, 우리 둘의 숨죽인 웃음소리를 용케 들은 선생님이 작게 꿀밤을 놓으면 우리 둘은 또 뭐가 그리도 좋은지 연신 웃기 바빴다.
“도경수, 오늘은 시간 끝이다. 내일 보자”
벌을 받는 시간이 끝나면 아쉬운 마음을 숨긴 체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변백현, 찌질아 형은 먼저 간다.”
내 말에 너는 익살스런 미소를 하곤 주먹으로 내 다리를 살짝 친 뒤에 양 손을 흔들어 내게 인사한다.
“내일 봐, 사랑해!!”
교무실이 떠나갈 정도로 소리친 네 목소리에 웃음이 터져 나온 나는 교무실 문을 닫고는 복도에 앉아 큰 소리로 웃었다.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멈춰야하는데도 한 번 처진 웃음은 멈출 줄 모른 체 끊임없이 나왔다.
간신히 웃음을 틀어막자 내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복도는 정적이 흘렀다.
사랑해!!
아직도 귓가에서 울리는 네 목소리에 이번엔 씁쓸함에 웃음이 나왔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다 하고도 30분 동안 내가 TV를 보는 이유를 너는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학교에 도착하고도 교문 뒤에 숨어 네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도 너는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매일 아침 용돈을 받아 네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는 것도 너는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도경수가 지각하는 이유가 변백현과의 그 한 시간이 좋아서 그렇다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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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시험인데^^!
하하, 공부가 안되서 이러고 있네요....ㅁ7ㅁ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