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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 내내 창 밖을 내다보며 수업을 듣는둥 마는둥 하며 보냈던 진기는 오늘따라 하루가 허무하다 느꼈었다.

허무함이 느껴졌던 건 예정된 일이였을까.

살랑이는 바람에 벚꽃들이 날렸다.

 

 

- 저러다 다 떨어지면 못본 사람들은 어떡하지..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치고 책상에 놓여있는 큐브를 이리저리 섞고 다시 맞추고 있을 때 였다.

뒷문이 열렸다.

진기는 문여는 소리에서 부터 그리고 그 발걸음 소리에서 부터 익숙한 사람임을 느꼈다.

 

 

 

 

 

- 야 이진기 들었냐?

- 아니

- 새끼 아직 말도 안했는데 뭘 아니야

- 근데 뭘 들어?

- 김종현 한국 들어왔다는데 아직 얼굴 안봤냐?

- .....

- 와..그거 ... 그거 진짜 씨발새끼네 ... 너한테 한국 온 것도 안말해주디?

- 그래서

- 그 새끼는 갈 때도 말도 없이 떠나더니 참네.. 그거 진짜 못돼쳐먹어가지고ㄴ...

- 입 다물어..

 

 

너무나.. 너무나 소중한 기범이지만 종현에 대해 막말을 할 때 마다 진기는 얼굴에 정색을 보였다.

기범의 입에서 더 이상 종현을 논하는 말이 나오기 전에 진기는 기범의 멱살을 꽉 잡었다 풀었다.

기범은 뚫어지게 진기를 쳐다보았다.

진기도 그 눈을 피하지는 않았다.

항상 자신을 생각해주는 기범이기에 어떤 마음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충분히 알고있으니까.

 

 

 

 

 

- 넌 진짜.. 답답한거냐 존나 착한거냐 병신아.

- 종현이가 좋은 것 뿐이야

- 그 놈의 종현 종현 종현 제발 좀 가져라 제발 니 옆에 좀 둬라. 병신같은 모습 더 보는 것도 지치니까

 

 

 

 

 

기범은 책상에 소로보빵을 툭 던지고는 제 반으로 다시 돌아갔다.

아까 멱살을 쥐며 꽤나 무거운 분위기를 보였던 진기와 기범에 주목되있던 이목이 사그라들 즈음에

진기는 가방과 소보로빵을 챙기고 그래도 교실 밖으로 나왔다.

 

진기는 평소 좋은 이미지덕에 조퇴하는 건 쉽게 넘어갔고 몇 분뒤 교문을 통과했다.

집으로 바로 가는 길이 있지만 항상 둘러갔다.

누군가와 같이 걸었던 거리를 걸으면 그 사람과 걸었을 때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다시 느낄 수 있을까봐.

익숙한 커피집, 자주가던 분식집, 항상 같이 가곤했던 동전노래방

기범의 말을 들어 꽤나 심란한 기분에 오늘따라 걸음이 느려졌다.

그리고 눈앞에 익숙한 뒷모습

그 뒷모습이 진기의 눈에 들어왔다.

 

 

 

설마 했다.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이 진짜 김종현일까. 아닐까.

맞을까? 아닐까?

안아봐도될까? 한번도 미워한적도 싫어한적도 원망한 적도 없는 너를 ..지금 또 안아봐도 될까?

 

 

 

 

 

 

머리카락이 살랑일 정도로 바람이 그 사람에게서 진기에게로 불었다.

익숙한 향이다.

남들에게서 나는 그런 좋은 냄새가 아니다.

김종현. 김종현 냄새다. 꼭 안고있을 때마다 그 향기에 취했던 그 냄새다.

 

 

 

 

 

그 느린 걸음은 어느새 익숙한 뒷모습을 앞에 두고있었다.

진기는 손을 뻗었지만 그 손은 허공에서 멈췄다.

갑자기 무서웠다.

말도 없이 고칠 수 없는 습관들과 추억만 남긴채 홀로 제 모습을 감추고 사라졌던 그가

갑자기 눈 앞에 있으니까 무서웠다.

한국에 돌아왔지만 자신에게 돌아온 것 같다는 마음을 종현에게서 확인받지 않았으니 무서웠다.

진기는 천천히 손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 종현아

- 응

- 안아도될까?

 

 

 

 

대답이 없었다.

모든게 꿈이길 바랬다. 만약 진짜 꿈속이라면 이 꿈이 악몽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종현이가 꿈속에 나왔으니까

닳도록 부르고 부르던 종현이가 눈에 보이니까

 

 

 

 

종현은 머리를 살랑이며 뒤돌아 진기를 쳐다봤다.

둘의 눈이 마주친 그 때

살랑이던 바람이 더 세지더니 둘의 사이를 가로 지르며 벚꽃이 흩날렸다.

종현은 한발자국 다가와 고개를 진기의 가슴에 묻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두 손으로 진기의 교복마이 안쪽으로 손을 넣으며 꼭 안았다.

벚꽃 잎들이 둘의 머리에 하나 둘 씩 얹어졌고 다 흩날리며 떨어졌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 둘만의 세계가 날리는 벚꽃나무와 함께 존재하는 듯 했다.

 

 

 

 

 

- 진기야.

-  ...

- 집에 가자.

- ...

- 이제 인사드리러가자.

 

 

 

 

 

종현은 진기의 품에서 머리를 떼고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진기의 손을 꼭 잡아 자신의 체온으로 물들였다.

종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시간에 대해서 진기는 묻지도 않았고 종현도 말하지 않았다

진기는 자신의 손을 꽉 잡은 종현의 손을 꽉 잡으며 종현의 체온을 느꼈다.

예전과 다를게 없었다. 종현은 언제나 진기의 곁에 있었고 진기도 항상 그 옆에 서있었다.

 

 

 

 

 

 

 

 

 

 

 

 

 

 

 

 

 

 

 

아련한 분위기를 쓰고 싶었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네요.

너무 오랜만에 써서 쓰고 나니 부끄럽기도하고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네요.

제목은 뭘로 할지 모르겠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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