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에,
장위안 = 토끼 = 토순이
근데 사람으로 변할 수 있어!
*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학교에 갔던 타쿠야가 돌아왔지만 위안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 위안을 아는지 모르는지, 더러운 손으로 토순이를 만질 수 없다며 타쿠야는 신발을 벗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했다.
"토순아~"
저 멀리에서부터 타쿠야가 토순이를 외치며 위안에게 달려왔다. 위안은 가볍게 몸을 벽쪽으로 돌려 타쿠야를 무시해버렸다. 요즘 자나깨나 토순이 걱정을 하는 타쿠야는 위안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걱정되어 안절부절 못했다.
"왜 그래, 토순아. 어디 아파?"
하지만 타절부절에 쉽게 넘어 갈 위안이 아니었다. 토순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그 날 이후로 자신을 토순이라 부르는 타쿠야에게 위안은 그 어떤 대꾸도 해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너 주려고 건사과도 사왔는데..."
타쿠야가 축 처진 눈꼬리를 하며 가방에서 건사과를 꺼내들었다. 그 순간, 위안의 두 귀가 쫑긋 움직였다. 건!사!과!
이 건사과로 말할 것 같으면 당근, 건초, 사료 기타 등등의 토끼가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 위안이 으뜸으로 좋아하는 것이었다. 타쿠야를 만나기 전 주인은 건사과를 아예 모르는 듯하여 위안은 여러 차례 사람으로 변해 주인에게 건사과의 위대함을 얘기해주고 싶다는 욕구를 느낄 정도였다.
"어쩔 수 없지...내가 억지도 먹일 수도 없고..."
건사과가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위안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타쿠야에게로 뛰어갔다. 그 순간 타쿠야는 세상을 다 가진 것 마냥 행복했다. 토순아~
건사과에 시선을 집중한 위안에겐 그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위안은 타쿠야가 조금 덜어준 건사과를 두발로 꼭 부여잡고 갉아 먹기 시작했다. 그래, 이 맛이야!!! 기분이 좋아진 위안이 타쿠야의 손에 코를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그에 감동을 받은 타쿠야가 위안의 애교를 동영상에 담아 두기 위해 급히 휴대폰을 찾았다.
"자, 토순아~ 여기 봐봐."
코 앞까지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는 타쿠야에 위안은 언짢음을 느꼈다. 그런 위안의 속도 모르고 타쿠야는 아빠 미소를 지으며 그저 위안의 애교를 기다렸다.
앙!
언짢음을 참지 못한 위안은 있는 힘껏 카메라를 들고 있던 타쿠야의 손을 꽉 깨물었다.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타쿠야가 손을 움켜쥐었다. 위안이 속으로 외쳤다.
토순이라고 부르는 벌이다!!!!!
타쿠야가 아프든지 말든지, 위안은 쿨하게 건사과를 한 움큼 품에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쫄래쫄래 타쿠야가 만들어 준 토끼집으로 향했다. 타쿠야는 물린 손을 붙잡고 아빠 미소를 지으며 위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잘 먹어서 좋다. 어느새 점점 타쿠야는 토끼 바보가 되어가고 있었다.
*
타는 듯한 갈증에 타쿠야가 눈을 떴다. 얼마 전부터 시작된 열대야는 작은 창문이 하나 있는 타쿠야의 자취방을 매일 밤 후끈하게 덥혔다. 찜통 속에 있는 것 마냥 공기마저 더웠다. 잠에서 깬 타쿠야는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로 향했다. 찬물이 목을 축이던 타쿠야가 무심코 제 이부자리 쪽을 바라봤다. 냉장고 안쪽에서 나오는 빛이 비춰지는 그곳엔 한 남자가 나체로 누워서 자고 있었다.
또 그 꿈이야.
일주일째 타쿠야는 매일 밤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의 배경은 새벽 무렵의 제 자취방이었다. 매일 같은 남자가 저와 함께 이불을 덥고 있었다. 게다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처음엔 큰 의미 없이 다가오던 꿈이 일주일째 반복되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혹시 저도 모르게 제 성정체성이 변한 걸까. 이 남자는 누군가. 생각은 점점 꼬리를 물어서 커져갔다. 분명 나는 토순이와 함께 한 이불을 덮으며 잠이 드는데 왜 꿈에는 낯선 남자와 한 이불을 덮고 있는가.
아직 잠에 취해있는 타쿠야가 비틀거리며 이부자리를 향해 걸어왔다. 하얗고 얇은 여름이불이 남자의 벗은 몸을 은밀하게 가려주고 있었다. 열대야의 더위 때문인지 남자의 머리가 땀에 젖어있었다.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한 것 같기도 하고.
이부자리가 가까워지자 얼른 눕고 싶다는 생각이 타쿠야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눈이 반쯤 감긴 상태에서 걸음을 재촉한 타쿠야는 그만 바로 앞에 있던 남자의 발목을 보지 못하고 밟고 말았다.
엇!! 발을 잘못 디뎠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타쿠야는 자고 있던 남자의 위로 쓰러졌다. 바닥에 정면으로 부딪친 무릎을 부여잡고 타쿠야가 앓는 소리를 냈다. 아....아파....그 순간 타쿠야는 생각했다.
아파? 이건 꿈인데?
*
위안은 온몸이 아리는 느낌에 눈을 떴다. 잘 자다가 이게 무슨 일인지. 오늘도 후끈대는 밤 날씨에 겨우 잠이 든 위안이었다. 욱신거리는 팔을 부여잡으며 위안이 반쯤 몸을 일으켰다. 눈앞에 무릎을 감싸고 있는 제 주인이 보였다. 천천히 자신을 올려다보는 타쿠야와 눈이 마주쳤다. 타쿠야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읽은 위안은 곧이어 그 이유를 깨달았다. 눈앞에 제 발이 보였다. 토끼의 발이 아닌, 사람의 발이. 위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안은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그래, 옆에서 잘 자고 있던 토끼가 갑자기 사람이 되어있는데 이상하겠지. 또 들켜버렸구나.
위안이 한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너무 더워서 자신도 모르게 사람으로 변해서 자고 있던 것 같았다. 아직 이 집에 온지 일주일 정도 밖에 안됐는데 벌써 들키다니, 다시 주인을 찾을 생각을 하니 위안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당신 누구야? 도둑이야?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뗀 타쿠야가 말했다. 자칫 잘못 대답하면 어떻게 해 버릴 것만 같은 타쿠야의 매서운 눈빛에 위안은 말을 잃었다.
나 토끼잖아, 니가 키우는.
건사과 받아먹는 토순이
글에서 이해 안되는 부분있으면 댓글로 물어봐줘!
오타는 나도 몰라~확인 안해봐써~
1 http://www.instiz.net/bbs/list.php?id=name_gs&no=167894&page=1&category=30001&
2 http://www.instiz.net/bbs/list.php?id=name_gs&no=168213&page=1&category=3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