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B. 헝거게임]
『김한빈네꽃밭』
* 분량 많음 주의
* 브금이 좋아요! 들어보세요.
* 암호닉
지나니?
들레
기맘빈과김밥
김바비
김지원
뿌요
뜨뚜
지원아
매력넘치는
뿌요를개로치킨
김밥천국
"야, 너 어떻게 걔랑 친해지게 된거야?"
김지원은 12층으로 오는 동안 딱 저 질문 하나만 던졌다.
약 꼭 바르라는 김한빈의 목소리가 어지간히 거슬렸는지 그는 마음에 들지않는다는 표정을 대놓고 드러냈다.
얼버무리는 내 행동에도 김지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비니를 벗고 머리를 부스스 털어냈다.
김한빈의 행동이 조금 의외다 싶었다는 그의 암묵적인 말에 나 또한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고."
"으,응."
"안그래도 넌 쓸데없는 곳에 마음졸이는 거 같다."
김지원은 재빠르게 굳은 표정을 풀며 반은 장난섞인 말투로 엄두를 표했다.
친하게 지내지 말고. 여기는 친절한 사람이 없어. 너도 알다싶이.
김한빈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그제서야 안심했다며 조금씩 조금씩 주절주절 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12층 문을 열고 화악 풍기는 꽃 내음과 익숙해지지않는 향수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암호해독 방에 들어갔는데, 나는 죽어도 못하겠더라.
존나 이상한 거 이게 뭘 의미하냐고 묻는데 모르잖아. 그래서 닥치는대로 다 찍었지.
같이 암호해독 하던 놈은 1구역 남자였어. 비웃더라, 죽여버리고 싶었어.
살벌한 말에 흠칫하고 그를 쳐다보니 오히려 김지원은 웃는둥 마는둥한 표정으로 시큰둥했다.
"씁."
김지원은 자신을 쳐다보는 내게 짧막하게 대꾸하고서는 넓디 넓은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약간 가라앉은 분위기에 은근히 그를 따라가며 배 안고프냐고 물었더니, 이왕 운동하는 김에 살이나 뺄련다 라며 손을 휘휘젓는다.
뺄 데가 어딨냐고 하니까 김지원은 니가 모르는 부분에서는 빼야한다며 퉁퉁거리는 말투로 대답했다.
실루엣을 보니 벌써 침대에 엎어누운 채로 눈을 감은 모양이였다.
묶고 있는 방에는 흥미로운 것들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 방에만 있자니 왠지모를 적막함만 감돌았다.
또 오히려 격하게 운동을 했던터라 잠은 전혀 오지않았다.
한참동안 두 눈이 말똥말똥하게 떠진채로 시간만 잡아먹을 수는 없다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슬쩍 김지원 방에 들어갔다.
방 안에서 그는 곤히 잠든 모양인지 숨소리만 가느다랗게 들려왔다.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검푸른 하늘을 내포하는 캐피톨의 밤이 창문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요란스러운 네온사인 간판들과 환호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오고있었다.
멀리 보이는 수많은 불빛들과 건물들은 모두 캐피톨의 사람들이 빛내고 있는 것이다.
바쁜 일상에도 헝거게임은 존재하며 이것은 무료한 일상 속에서 그들의 전율을 이끌어내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그만큼 전쟁이라는 감정에 무뎌진 만큼, 캐피톨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희생양이 되버렸다.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정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사기와 칼은 어느순간부터 변질된 몸부림이다.
전쟁이란 것은 우습다. 서로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입장을 내세워 주장한다. 못 사는 구역에서 산다고 비웃는 잘 사는 구역의 아이들은.
우스갯거리로 지목하며 조롱하는 모습을 듣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경계, 그리고 냉담. 12구역에서 사는 나와 김지원은 5년에 몇 번씩 방문하는 고위급 관리들의 동정어린 눈빛을 여러번 봤을 것이다.
꽤나 상처였다. 나 또한 그들과 같은 인간인데, 그들은 오히려 구제해줄 생각은 전혀없어 보였다.
내가 니 새끼들 뒷바라지를 하려고 너희를 뽑았냐, 개새끼들아.
중년 노인이 발악을 하며 그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사람들은 이러시면 안됩니다, 라며 철저히 방어를 했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꽂히자 지키던 남자가 발길질을 시도했다.
중년 노인은 바로 그자리에서 총살을 당했다. 무자비하게도 그들은 중년 노인의 시체를 우스워하며 더럽다는 표정을 했다.
한참동안 캐피톨의 하늘을 쳐다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지지않는 태양. 어떤 작자는 캐피톨을 이렇게 칭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나 틀린 말이다.
한 제국은 영원할 수 없다. 누군가 엄포하는 것처럼 내뱉은 말이 아직까지도 내 가슴속에 남아있다.
종대와 윤형이의 얼굴을 봐서라도 내게는 돌아갈 이유가 하나쯤은 있다는 사실이 가끔 부담스럽기도 했으나 힘이 되었다.
누나, 힘내. 종대의 맑은 웃음과 윤형이의 암묵적인 도움에 내가 이태껏 살아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보다 훨씬 피곤했는지, 김지원은 내가 있는지도 모른 채 푹 잠에 빠진 상태였다.
푸 인형을 들고왔는지 잔뜩 뭉개진 것도 신경쓰지않으며 그는 깔고 뭉갠 채로 입을 헤 하고 벌리고 있었다.
이 곳의 창문은 넓기도 더럽게 넓었으나 열리는 손잡이 따위는 없었고, 오히려 창틀은 아무런 것도 솟아나 있지않았기 때문에 쉽사리 앉을 수 있었다.
뭔가 먹먹히 차오르는 느낌이였지만 무시했다. 밑을 자세히 보니 한 여자아이가 엄마와 아빠 손을 꼭 부여잡고 있었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나서 정상적인 이 곳에서 생활하니까, 좋니.
나 처럼 누군가를 위해 희생되지 않아서 행복하겠다.
근데 희생되는 목적이 너희들의 재미를 위해서다.
짜증날 정도로 흥미롭지않니.
"야, 니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했지. 대체 몇번을 말해야돼?"
"장난쳐? 지금 이게 최선이야?"
김한빈은 어제와 다르게 사뭇 까탈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며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어제와는 다르게 김한빈은 다른 걸 가르쳐 주겠다며 직접 제 발로 나섰고 나는 군말없이 그를 따라가 체력단련 방으로 들어갔다.
어제 배웠던걸 왜 까먹고 지랄이냐며 급기야 인상을 써댔다.
세네번을 하고서야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 조금씩 드러났기에 점점 지쳐가는 걸 느꼈다.
"야, 똑바로 안해?"
"아, 알았다고."
"지금 배우는 사람 입장이 그러면 어떡하냐."
그의말을 자연스럽게 무시하며 이를 악물고 그가 하는 공격자세를 막아내느라 다시 방어자세를 취했다.
김한빈은 무차별적으로 세게 파고들었다. 급소를 파고드는 그의 행위에 겨우겨우 막아내는 내 모습이 가소로운 듯 그는 엄포를 늘어놓았다.
가드 올려라. 그의 말에 뭐? 라고 되물을 틈도 없이 주먹질을 하는 김한빈의 태도에 거세게 반응했다.
그제서야 그는 묽은 미소를 다시 띄우며 그럭저럭 잘 막는다는 말을 했다.
습득력이 빠른거야, 깡이 쎈거야. 김한빈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중얼거렸다.
"너 나한테 맞은 거 티 제대로 난다."
"닥쳐, 죽여버리기 전에."
"쯧, 그러길래 잘 좀 막지."
김한빈은 풋, 풋 거리며 김빠지는 웃음을 냈다.
뺨에 멍들었네. 팔뚝에도 친 흔적 나고. 너 지금 옆구리 땡기지. 얼굴 죽을 상봐라. 다리 후들거리네.
막말 쩐다, 니. 힘겹게 말을 뱉자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얄밉게 고개를 갸우뚱 해보인다.
니가 잘해야지. 아무튼 기대할께.
뭘?
"다음 타임은 너가 총쏘는거 봐주기로 했잖아."
"아. 그러게."
"잘 좀 부탁해. 못 쏜다고 지랄지랄 하지말고."
김한빈은 웃기지도 않는데 웃기는 표정을 지으며 저 말을 하고 체력단련 방의 경계가 허물어지자 바로 나가버렸다.
혼자서 어물쩡어물쩡 점심을 넘기고 중대장의 명령에 따라 집합을 했다.
재빠르게 해산, 이라는 그의 말에 모두들 뿔뿔히 흩어졌고 나 또한 발빠르게 움직였다.
총 쓰는 구역에 들어가니 여전히 차가운 공기만 으슥하게 느껴져서 총 거치대에서 하나를 빼들었다.
어제 내 손을 헤지게 만들었던 총이였지만 명중률 하나는 끝내주던 총을 다시 쥐니 기분은 그리 좋진않았다.
오늘은 김지원이 코빼기도 안보여서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 한채 전광판에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며 간단히 스트레칭을 했다.
"나 왔어."
김한빈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김한빈이 어색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여기는 이제 내가 가장 잘 하기도 하고, 익숙한 곳인 만큼 자신감이 있었다.
고갯짓으로 총 거치대를 가르키고 골라. 라는 짧막한 말을 한 채 전광판에 이름이 뜨는 것을 지켜보았다.
김한빈과 내 이름이 동시에 뜨고 합계가 그 옆에 떴다.
매일 다른 형식의 트레이닝이 진행되는지 오늘은 목표물이 올라오지 않았다.
오히려 컴퓨터 그래픽으로 진행하는 모양인지 움직임을 감지하는 카메라가 내려왔고, 끝없는 공간이 펼쳐지면서(비록 환상이지만)
여기저기서 사람 형태가 튀어나오니 5분간 전투를 시작한다는 남자의 말이 흘러나왔다.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랜덤이라며.
총알은 오늘은 실탄이 아닌 위치추적이 달린 특수 탄인 만큼 잘 맞춰주길 바란다는 말까지.
김한빈은 총을 골랐는지 느릿느릿하게 내 곁으로 섰고, 서로 등을 돌린채 안전장치를 풀었다.
무슨 총 골랐어. 소총. 그는 짧게 대답하며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나름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겠지. 김한빈과 나는 서로 침묵하며 카운트다운을 셌다.
3, 2, 1.
빵- 하고 시작한다는 소리와 동시에 나타나는 하얀 사람형체들.
정말 말그대로 사람 '형체'였다. 가까이 달려오는 것 부터 맞추니 분산이 되어 사라진다.
창을 들고 거세게 달려오는 형체는 가슴팍을 맞추니 쉽사리 사라졌고, 위로 달려가는 활 든 형체는 약간 먼 곳을 거리를 두고 맞췄다.
칼을 들고 마구 휘두르며 꽤나 가까운 거리에 있던 형체는 골때리게도 총이 빗겨나가 칼에 맞을 뻔했다.
뒷 걸음질을 쳐서 이마 중앙을 쏘니 그제서야 사라졌다. 쉴 틈없이 나타나는 형체들이 소름돋게 만들었다.
30초가 지났다. 30초가 지나면서 상대해야할 형체들이 하나 더 늘었다.
리얼하게도 칼을 휘두르는소리와 달려가는 소리, 창을 던지며 공기를 가르는 소리까지 이 모든게 훈련이 아닌거란 걸 빼면 정말같았다.
화살을 쏴서 옆구리를 스쳐지나갔는데, 전기가 찌릿 통하면서 옆구리가 쓰라리기 시작해서 비틀거렸다.
그 틈을 타고 빠르게 달려오는 형체를 탕, 탕 연속으로 쏘니 사라졌다.
점점 갈수록 근거리 접점과 원거리 접점이 동등을 이루었다. 총은 워낙 원거리 접점에 강하기 때문에 근거리 접점은 취약했다.
대놓고 주먹을 휘두르며 단도를 빼든 형체가 나타났을 때가 2분이라고 울렸다.
씨발, 3분은 어떻게 버티라고.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을 훔치며 입모양으로 욕을 내뱉었다.
급소를 찌르려는 형체를 피해서 형체의 뒤로 빠르게 자리를 옮겼다.
형체의 등을 보게 된 나는 망설임없이 총알을 박아댔고, 형체는 단도를 부메랑 날리듯이 던졌다.
팅 하고 총으로 빗겨나가게 일부러 맞추자 단도는 형체와함께 사라졌다.
원거리 접점 중 하나인 화살은 저 멀리서 화살을 날려대는 두 명의 궁수가 좌우로 함께 다가왔다.
시간간격 차로 화살을 사납게 날려대며 총을 쓸 겨를을 전혀 주지않아서 화살을 피하며 눈치를 살폈다.
화살을 빼내드는 틈은 왼쪽이 더 느리다.
탕 하고 왼쪽을 먼저 맞추자 왼쪽은 화살을 하나 날린 채 사라져버렸다.
오른쪽에만 신경쓰다가 맞을 뻔했는데, 화살을 피하는 사이에 오른쪽의 형체가 더욱 가까워졌다.
아오, 이런 개같은.
정면으로 마주치면 내가 후달리니 형체의 신경을 분산시키고자 왼쪽 오른쪽을 왔다갔다 거리며 빈틈을 보이게 만들었다.
형체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쏠 뿐만 아니라 강약을 조절하며 내 발 바로 앞까지 맞추기도 했다.
"이런 개같은 상황이 다있나!"
총 소리가 가득한 트레이닝 구역에서 들리지도 않을 욕을 터뜨리며 다시한번 없던 집중까지 끌어모아 가슴을 맞췄다.
슬라이딩을 하며 발목을 맞춰 형체를 사라지게 만들기도 했다.
3분이 지나자 똑같은 무기가 아닌 전혀 다른 무기를 들고 나오는 것이 시작되었다.
4분이라는 말이 들리자 근거리와 원거리가 함께 합쳐진 공격아닌 폭격이 쏟아졌다.
체력적으로도 저하되서 숨을 고를틈도 없이 총을 쐈다. 퉁퉁 불은 손이 거슬려서 답답하고 막막했다.
총을 쓰는 형체와 칼을 쓰는 형체가 합동 공격을 할 때 시간을 흘긋 보니 4분 30초가량을 넘기고 있었다.
칼을 쓰는 형체가 가장 먼저 다가와 몸을 굴려서 찌르는 행위를 일단 피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서 팔을 잡고 꺾었다. 중간에 칼을 제대로 팔 중앙에 맞을 뻔해서 하마터면 총을 놓칠뻔했다.
다른 팔을 치켜드는 동작에 틈을 노려 허벅지를 쏘고 연속으로 이마를 쏘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총을 쓰는 형체는 허무하게도 목덜미를 맞추자 사라졌다.
5분이 지났다는 의미로 다시한번 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독하게도 5분이 1시간 같아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숨을 가쁘게 쉬며 정신없이 해치웠던 곳을 쳐다보다가 뒤쪽에 있던 김한빈 쪽을 처음으로 보았다.
김한빈은 나와 비슷하게 끝났는지 붉어진 얼굴을 감싸쥐며 총을 떨어뜨렸다.
존, 나, 힘들어, 아, 진짜, 하, 하아, 아, 진짜, 개같아, 아.
몇 번을 끊어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반쯤 쉬어버렸다. 나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고, 곧이어 그도 털썩 주저앉았다.
"이게 인간이 할 짓이냐. 인간적으로 이거 자체가 이해가 안가."
중얼거려도 울리는 이 곳에서 김한빈은 내가 마치 바로 옆에 있다는 것처럼 조그맣게 속삭였다.
나는 멋쩍게 뒷통수를 긁적이며 힘없는 손가락을 까닥까닥 움직였다.
아직 3시간하고도 50분이 남았다는 사실에 나와 김한빈은 내심 절망했고, 지옥같은 이 곳에서 둘밖에 없다는 사실에 한숨만 흘려댔다.
강도 조절 좀 하자며 비틀비틀 천천히 일어나던 그는 벽 쪽에 달린 무언가를 꾹꾹 누르고는 다시 되돌아왔다.
뭘 눌렀냐고 묻자 김한빈은 힘 없이 대답했다.
"강도 보니까 다 테스트였어. 우리 실력 어느정돈지 가늠하는 거였다고."
"그래서 몇 나왔는데?"
"최종 급은 10급인데, 나는 8급나왔어."
그거 다 움직임 보고 평가 내리는 거였어. 괜히 단순하게 다 쏴 맞췄네.
투덜투덜 거리며 김한빈은 웃기지도 않는 투정을 부렸다.
등급에 신경은 쓰지 않는 터라 아아, 하고 고개만 끄덕이고 다시 힘이 차오를 때까지 멍 하니 있었다.
김한빈은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 기운조차 없어보였다. 서로 그 5분가량 힘을 다 쏟아버렸기 때문이다.
"벌써 이틀이라니..."
말을 곱씹으며 나는 말을 흘렸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딱 이 꼴이다."
"이제 5일 남았다는게 믿겨지지 않아."
"내 18년 인생이 여기서 다 써버리는구나, 제기랄."
그는 끅끅 대며 억지로 웃어넘겼다.
"캐피톨 새끼들은 이 마저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겠지."
"..."
"돈을 걸거야. 누가 이기나."
땀에 젖은 티셔츠를 풀럭이며 그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김한빈은 기대도 하지않는 다며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솔직히 재판받는거 같아. 죄 짓고 왔거든."
"...뭐를."
[거기 11구역, 12구역. 누워서 뭐하고 있나.]
중대장의 엄격한 목소리에 김한빈의 말이 끊겼다.
나도 모르게 아 씨발, 이라고 욕을 지껄이며 몸을 일으켰고 김한빈 또한 몸을 일으키며 인상을 찌푸렸다.
훈련은 아직도 너희를 기다리고 있다며, 빨리 죽고싶지 않으면 당장 훈련에 임하라는 중대장의 말이였다.
김한빈은 총을 다시 움켜쥐는 소리를 내며 이를 꽉 물고 중얼거렸다.
내가 저새끼 꼭 족친다, 이기면.
누구나 할 법한 말이였지만 소름돋게 진심이 담긴 말이라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나 또한 다시 총을 부여잡았다.
김한빈과 살을 맞대고 김지원과 의미없는 갈굼을 해대며 4일을 보냈다.
개인 트레이닝은 말만 개인 트레이닝이지, 사실상 구역별로 트레이닝 시킨다는 말이였다.
5일째 되는날부터 개인 트레이닝이 시작되어 김지원과 방을 나서는데 앨리스 리가 다가왔다.
"개인 트레이닝이라면서?"
그녀의 높은 목소리에 김지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하고 오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손을 흔들었다.
별 의미없는 사람을 다 본다며 김지원은 웃었지만 나 혼자 심각해진 채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을 응시했다.
기분 나쁜 냄새가 흘러나왔다.
따로 마련되있는 개인 트레이닝 실은 단체 24명이 훈련을 받을 때보다는 비교적 좁았지만, 둘 만이 쓰기에는 역시나 넓었다.
헉 소리가 나는 훈련실에 김지원과 나는 눈을 휘휘 돌리며 구경을 했고 또다른 중대장이 다가와 말했다.
3일 뒤에 스폰서들에게 보일 것을 궁리해라.
말을 전한 중대장이 사라지자 김지원은 칼을 들어내 보이며 이걸 어찌해야할지 생각에 잠긴 얼굴이였다.
너는 총으로 뭐라도 맞추는게 나을듯. 김지원은 주절대며 안경테를 장난스럽게 건들였다.
"장난치냐. 넌 저쪽가서 해. 난 뭐 좀 쏠거 찾아볼께."
"어우, 야. 그래도 같은 팀인데 너무한다."
"김지원, 넌 진짜 재밌는 놈이야."
아무렇게나 말을 지껄이고 김지원의 반응이 어떻든 간에 내 일에만 신경을 쓰기로했다.
뒤에서 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게 들리긴 했으나 소대장들의 저지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스폰서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김지원은 칼이라도 쓰면 되는데 총은 너무 제한적인 것 같아서 소총만 만지작대며 하루를 보냈다.
6일차에도 뭘 해야할지 몰라서 어벙하게 서있기만 했다.
보다못한 소대장이 목표물을 마련해주었고 의미없게 그것만 쏴대며 김지원의 훈련소리를 귓등으로 흘러들었다.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김지원의 기합소리와 함께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꽂히는 소리와 무술을 하는 듯 타닥, 거리는 연속적인 발걸음 소리.
왠지 모를 압박감만 올라와서 마른 침만 삼키고 다시한번 목표물을 없애버렸다.
7일차.
마지막 훈련 날이 다가왔다.
이른 아침에 앨리스 리와 김진환은 나와 김지원을 상당히 거칠게 깨웠다.
늦잠을 자는 우리는 신경질적으로 일어났고, 김진환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거실로 끌고나와 세게 뒷통수를 때렸다.
존나 아파. 나와 김지원은 동시에 내뱉은 말에 서로 낄낄 웃었다.
김진환은 웃음이 나오냐며 한심하다는 얼굴을 내비췄다.
"이 새끼들아, 오늘 마지막 날이야."
"...아, 그러게요."
"아, 그러게요 같은 소리하고 있네. 니네가 정강이를 걷어차 봐야 알겠니?"
김진환은 못본사이 더 예민해진 듯했다.
나와 김지원은 입을 다물고 앨리스 리만 쳐다봤다.
앨리스 리는 눈을 깜빡이다가 호호,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뭘 그렇게 봐. 빨리 설명해 줘요. 그러자 김진환은 한숨을 푹 쉬고 입을 열었다.
"오늘 7시에, 캐피톨 방송에서 너희 12구역 모두가 나와."
"네?"
"니들이 귓등으로 쳐듣지만 않았다면 들은거맞다."
"갑작스럽네요. 이런 꼴로 나가라니, 웃기고앉아있네."
김지원의 말에 앨리스 리가 입을 열었다.
"김동혁 군한테 부탁해놨어."
발도 빠르셔라. 내 말에 앨리스 리는 칭찬으로 알아듣겠다며 넘겨짚지 않았다.
오늘은 그러니까 4시까지만 훈련하고, 처음 마차 타는 곳 아니?
거기 모여. 너희 데리러 갈테니까. 김동혁 어제 밤새웠더라, 니네 옷 만드느라.
12구역의 위상을 보여주렴. 앨리스 리의 말에 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무튼 7시부터 생방이라고 하던데, 말 조심하고."
"네에."
"어차피 나가기전에 만나겠지만 오늘 마지막인 만큼 열심히 해라."
김진환의 말에 김지원은 생긋 웃었다.
당연하죠.
*본 글의 사진 출처는 텀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