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아아아아 피곤해........."
얼마전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제대로 잠도 못자고 사건에 집중하던 찬열이었다.
사건 관련 자료를 받아 집에서 작업하던 중 스탠드 불빛 때문인지 건조해진 눈을 비비며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보고 있던 서류 위에 얹는다.
띵동- 똑똑똑-
"누.. 큼큼 누구세요-"
오랫동안 말을 안하고 일에 집중하던 터라 목이 잠겨있어 목소리가 엇나간 자신에 헛웃음이 지어졌다.
-저.. 박형사님 댁 맞나요?
한시간 전, 사건서류를 보고 있던 찬열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변백현의 집주인 아들이라 하며 말할 것이 있다고 만나자 한 것이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꼭 오늘 만나야 된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만나기로 했는데, 밤길은 무섭다며 굳이 여기까지 오겠다고 한 그이다.
"성함이 정확히 어떻게 되시죠?"
"어..저는.. 오세훈이구요.. 23살..이에요. 원룸촌 근처 카페에서 알바하고 있어요.
그사람과는 저희 집에 입주한 날 처음 봤구요, 그후로는 저도 근처에 살기 때문에 오다가다 한두번 마주친 것 밖에없어요. 따로 만날 일도 없었죠."
"네.. 그런데 어떤 걸 말씀하고 싶다고 해서 여기까지 온거죠?"
"..................."
한참동안 세훈의 침묵은 계속됬다.
그 침묵을 깬 건 찬열의 핸드폰 진동소리였다.
지이이잉-
-박형사, 주변 인물들 탐문수사는 끝났고, 국과수에서도 타살로 판명됬대. 근데 손톱에 그 글자는 아직 못알아냈어.. 그거만 알아도 단서는 잡힐텐데 말이야. _김경감님
"형사님. 아무래도 오늘은 좀 힘들것 같아요. 죄송한데 내일 서로 가서 말씀드릴게요.."
"하아.. 그래요 그럼. 아, 제가 댁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잠시만 계세요 차키좀 가지고 올게요."
찬열이 차키를 가지고 간 사이 세훈은 아까 못본 거실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남자 혼자 사는 거 치고는 깔끔하네.."
세훈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 차안에서 둘은 서로 말을 아꼈다.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말을 꺼내면 안될것 같았다.
끼익-
"내일 뵐게요.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
"네, 내일 꼭 오셔야되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세훈이 집으로 들어갈 때 까지 찬열은 그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어떤 큰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았지만, 말을 아끼던 그를 생각하며 찬열은 다시 집으로 향했다.
삐삐삐--- 철컥-
찬열은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침대로 쓰러지듯 누웠다. 눈을 감고 얼마 안되서 곧바로 잠이 든 그였다.
미처 불을 끄지 못한 거실에는 정적과 한장의 메모만 남아 있었다.